-이승호 디벨로퍼그룹 대표 “무인기기 대표주자 될 것”

- SW개발자 출신 젊은이 8명 제조업 진출

- 한국, 사업환경·융합 기술, 中·日보다 앞서

- 글로벌 시장서 아마존고와 경쟁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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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디벨로퍼그룹 대표. 제공 | 디벨로퍼그룹

[스포츠서울 채명석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창업수요 대부분이 무인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지만, 올해는 확신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고정비 절감 효과가 매력적인 사업이라 인식되면서 스터디카페 아이템만 한정해도 관련 수요가 당사 기준 전년 대비 약 250~300% 증가했습니다. 신규 아이템의 비지니스 모델도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해졌습니다.”

지난 18일 만난 이승호 디벨로퍼그룹 대표는 국내에도 무인기기 시장의 성장세가 기대 이상으로 커졌다며 활짝 웃었다.

디벨로퍼그룹은 지난해 1월 대전광역시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8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무인기기(키오스크), 무인결제, 무인매장 운영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억원 매출과 100여개 스터디카페 매장에 대한 제품 및 솔루션 공급 성과를 올린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매출 20억원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25억원 이상, 200여개 스터디 카페 및 기업에 제품 공급을 달성할 전망이다. 직원 수도 21명으로 늘었다.

◇창업 2년도 안돼 200여 매장 제품 공급

이 대표는 “올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며 “무인과일 판매점, 스터디카페, 기업리셉션 무인화, 무인노래방, 무인애견호텔, 셀프보험청구 등 약 10여개 신규 솔루션 개발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부문에서도 키오스크 모듈이 탑재된 자판기 제조기업, 무인관련 스타트업 비즈니스 쪽에 공급채널을 확보, 기존 고객사는 물론 신규 고객들로부터 제품 공급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단기간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숙원이었던 사옥 건설도 조만간 실현된다. 이 대표는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기반으로 제조 및 개발 환경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전IC 인근에 당사 사옥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디벨로퍼그룹이 자리잡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겸손해했다. 예를 들어 첫 주문을 받았을 때, 무인기기 철판 케이스를 납품하는 업체 대표는 공장 한 켠에 무상으로 공간을 마련해줘 직원들이 제품을 조립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한다. 덕분에 주문을 받으면 2주 안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는 “(사옥 입주를 마치게 될) 내년 3분기부터는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업 확장에 필요한 투자자금 유치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디벨로퍼그룹은 창업 목표를 지키기 위해 정부 산하기관으로부터 약간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을 뿐이지만 이제는 사업 확장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공신력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투자제안을 준비 중이며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하기 전부터 상장은 저의 꿈이었다. 상장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 저희를 믿고 투자자해 주신 분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무인시장의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디벨로퍼그룹-임직원
디벨로퍼그룹 임직원들이 대전광역시 본사 사무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디벨로퍼그룹

◇무인기기는 사람·기술이 공존하는 기술

프랑스에선 최근 일요일(일요일 오후) 슈퍼마켓의 영업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위해 100여년 넘게 지켜오던 슈퍼마켓의 일요일 영업시간 제한 철칙을 무너뜨린 주범은 다름 아닌 무인기기다. 사람 대신 기계가 일을 하니 기존 노동정책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조합의 반대가 강하지만,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프랑스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 대형 유통업체의 휴일 영업시간 제한 등 노동자들의 인권보장과 소비자들의 후생 증대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무인기기 시장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를 양산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그럴수록 무인기기 시대에 더욱 더 본격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무인기기 1대의 비용가치를 사람 직원 3명 임금지급분과 비교를 하는데, 실제로 디벨로퍼그룹의 제품을 적용한 매장의 영업실적 데이터 분석해 본 결과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0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특히 기술과 사람의 공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무인기기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수많은 산업이 자동화됐지만 산업은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고용창출에 기여해 왔다”면서 “앞으로 4차, 5차, 6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해도 둘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며, 우리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무인기기 선도국 될 수 있어

이 대표는 한국의 무인기기 기술력이 경쟁국가 기업들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으며, 오히려 앞서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드웨어적으로는 그 차이가 크지 않으며, 소프트웨어 기술은 융합된 형태(생체인식·결제모듈·터치모니터 등)로 상향평준화돼 있다”며 “조만간 삼성과 애플처럼 지적재산권 확보 전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무인비즈니스 시장을 아마존이 선도하고 있으나 개인이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 일본, 중국이 시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무인사업은 기본적으로 해당국가의 높은 인건비를 전제하기 때문에 중국보다 한국과 일본에서 생활 밀착형 키오스크가 먼저 개발되고 있으며, 사업 트렌드의 확산이 매우 빠른 한국시장 상황을 볼 때 일본보다 기술적, 사업적인 면에서 훨씬 더 앞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디벨로퍼그룹의 강점으로 비전공유와 노하우, 운영안정화를 꼽았다. 그는 “기업은 기획을 통해 제품을 의뢰하지만 개인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무인화를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우리는 기존 제품 공급을 넘어 새로운 레퍼런스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맞춤형 사업 아이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디벨로퍼그룹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입사 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경력을 키워왔기에 제조업 환경에는 익숙치 않았다. 회사는 이를 협업으로 이겨냈다. 판금가공, 디스플레이, PC 등 기초재료 제조업에 종사하는 업체들과 손잡고 연구개발(R&D) 및 제품개선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상생모델은 젊은이들이 제조업에 대한 성장성과 기대감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명석기자 oricm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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