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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어떤 변화가 인류 최초 ‘서브2’(2시간 이내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엘리우드 킵초게(35·케냐)는 12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 파크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42.195㎞의 마라톤 코스를 1시간59분40초에 마치면서 2시간대 벽을 깼다. 페이스 메이커 활용과 레이스 도중 기록 단축을 위한 각종 지원 등을 통해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인간 한계인 마라톤 풀코스 2시간 내 진입 가능성을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가 상당히 크다.
킵초게는 지난 2015년 7월 글로벌 스포츠용품업체인 나이키의 ‘브레이킹2(2시간대 기록을 깬다는 의미)’ 프로젝트에 참가한 바 있다. 목표는 단 하나였다. 마라톤 풀코스인 42.195㎞를 2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 당시 나이키는 이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면서 엔지니어, 디자이너, 생물역학, 스포츠심리학, 소재개발,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했다. 2017년 7월 기록 단축을 위해 일반 도로가 아닌 이탈리아 밀라노 근처 몬차의 포뮬러 원 경기장에서 이벤트 레이스를 펼쳤지만 3명의 경쟁자 가운데 킵초게가 2시간25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데 만족해야했다. 2년 전에는 불과 26초 차이로 인류 최초의 ‘서브2’가 불발되고 말았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던 ‘브레이킹2’와 ‘INEOS 1:59 챌린지’를 비교해보면 결국 마지막 목표인 정식대회 ‘서브2’ 달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브레이킹2’ 당시에도 대규모 페이스 메이커들이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지원했고, 스쿠터를 탄 스태프들이 마라토너와 같은 속도로 달리면서 수분 보충은 물론 특수 제작된 탄수화물 보충액을 전달하면서 최대한 기록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면 ‘INEOS 1:59 챌린지’에서는 어떤 차이가 기록의 단축을 가져온 것일까. 우선 최고의 기록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INEOS 1:59 챌린지’에서는 조금 더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브레이킹2’ 당시에는 영상 12도(이전 세계기록 작성시 13도)의 환경에서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기온(7∼14도)과 습도(80%) 등 최적의 상황을 찾기 위해 레이스 전날에야 출발 시간이 결정됐다. 또한 ‘브레이킹2’ 당시에는 레이스 도중에 햇빛은 적었지만 바람이 적지 않았다. 도전자들이 직접적으로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페이스 메이커들에게 어느정도의 영향이 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INEOS 1:59 챌린지’는 오로지 킵초게만 레이스를 펼쳤지만 ‘브레이킹 2’의 경우 킵초게를 비롯해 하프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제르세나이 타데세와 보스턴 마라톤 2회 우승자인 렐리사 데시사(에티오피아) 등이 함께 도전자로 나섰다. 킵초게에게 ‘브레이킹2’에서의 경쟁체제는 기록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번 레이스에서는 앞서 달리는 차에서 킵초게에게 형광색 빛을 쏘며 속도 조절의 가이드 역할을 한 것이 기록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기록 단축에 중요한 페이스 메이커 활용이 이번 대회에서는 더욱 세밀해졌다. ‘브레이킹2’에서는 30명의 페이스메이커를 선발해 6명씩 교대로 3명의 도전자 옆에서 끝까지 달리게 했다. 바람의 저항까지 고려해 페이스메이커들을 화살 모양의 삼각 편대로 달리게 하고 그 뒤에 3명의 선수가 바짝 붙어 레이스를 펼쳤다. 반면 ‘INEOS 1:59 챌린지’에서는 킵초게를 위해 41명의 페이스 메이커들이 투입됐다. 출발은 7명의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했고, 5명은 킵초게 앞에서 이번에는 V자를 그리며 달렸고, 2명은 킵초게 뒤에서 뛰면서 운영방식도 다소 변화를 줬다. 페이스 메이커들은 4㎞마다 교체돼 9개 조가 킵초게와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결국 기록을 단 1초라도 줄이기 위한 여러 시도가 모여 비공식이지만 인류 최초의 ‘서브2’를 완성시킨 것이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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