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트립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여행 예능의 포화 속에서 ‘원조 여행 설계 예능’으로 토요일 밤을 책임져왔던 KBS2 ‘배틀트립’이 3년 6개월 만에 변화를 맞았다. 새 단장한 ‘배틀트립’은 더 젋고 알차졌다.

‘배틀트립’은 여행을 떠난 스타들의 좌충우돌 여행기와 시청자들이 참고할 만한 최신 여행 정보 등을 선사하는 프로그램. 지난 2016년 4월 첫 방송 이후 가성비와 가심비 높은 여행 코스부터 알찬 꿀팁까지 전하는 실속 있는 여행 설계를 담아내며 인기를 끌고 있는 KBS 대표 여행 예능이다. ‘배틀트립’ 제작진 측은 이번 개편에 대해 “그간 안정적으로 자리잡아온 프로그램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논의가 계속 있어 왔고, 이제 그 시점이 왔다고 생각해 개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개편을 마치고 지난 5일 첫 방송된 ‘배틀트립’에서는 박연수-송지아 모녀와 배우 고주원-김다현이 필리핀의 마지막 낙원 ‘팔라완’ 여행 설계자로 출격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모녀 여행’ 콘셉트로 팔라완 정복에 나선 박연수-송지아의 ‘맘과 함께 투어’가 공개됐다. 지하강 국립공원부터 엘 니도까지 팔라완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코스부터 공심채볶음의 필리핀 버전인 아도보 깡꽁을 비롯한 초 바스켓, 돼지 립 등 먹거리까지 풍성한 여행 정보로 관심을 높였다. 특히 각각 32만 1000원과 75만 9000원으로 극명히 차이 나는 두 팀의 여행 경비가 공개돼 다음회에 방송될 고주원-김다현의 여행도 기대케 했다.

방송사별로 비슷한듯 다른 여행 프로그램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현 예능 시장에서 3년 넘게 ‘배틀트립’이 유지해 온 이유는 ‘정보성’에 있었다. 접근 가능한 여행지에 경험해봄직한 코스와 먹거리, 여행 비용 등 시청자들의 실제 여행 계획에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정보들을 제공, ‘배틀트립 코스’로 자리잡아 방송에 나온 여행 코스를 따라하는 누리꾼들이 생겨날 정도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제작진은 개편한 ‘배틀트립’에서 이러한 정보성은 강화하고, 여행지와 사람들간의 관계에 집중해 공감도를 높이겠다는 포부다. ‘배틀트립’의 대표 콘셉트였던 대립구도를 과감히 탈피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제작진은 “대결구도가 주는 긴장감도 재미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여행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친구들끼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여행 그 자체의 즐거움을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녹화해보니 좀 더 여행 토크에 집중할 수 있어 이야기가 풍성해졌다”며 “‘배틀트립’은 여행지가 같아도 누가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코스와 내용이 담긴다. 여행지의 다양한 즐거움과 여행하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보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변화한 ‘배틀트립’에 대해 이야기했다.

타 여행 예능들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고정 출연진들의 ‘캐릭터’ 부족이었다. 기존에 MC를 맡았던 이휘재, 성시경, 김숙은 두 가지 여행을 대립해서 보여준다는 포맷 하에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지만 이렇다할 활약이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이에 제작진은 새로운 MC 개그맨 김준현과 에이핑크 윤보미 합류, 좀 더 젋고 다양한 시각으로 여행기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나누는 식으로 변화를 주려했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 팔라완의 먹거리가 나오자 새 MC 김준현은 ‘먹방의 신’다운 음식설명과 군침을 다시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김준현과 윤보미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서 ”여행과 사람 자체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넘치는 분들“라고 설명하며 ”두 사람과 김숙까지 세 MC의 합이 좋아 녹화가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시청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시청률 6%(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치솟으며 상승세를 타던 ‘배틀트립’은 꾸준히 3~4%대를 유지해오다 최근 2%대로 떨어지며 고전 중이다. 새 단장을 마치고 돌아온 KBS 대표 예능 ‘배틀트립’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감 여행으로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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