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빈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배우 이주빈이 JTBC ‘멜로가 체질’로 존재감을 아로새겼다.

이주빈은 지난해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데뷔해 웹드라마 ‘매번 이별하지만 우린 다시 사랑한다’, OCN ‘트랩’ 등으로 조금씩 전진했다. 그리고 ‘멜로가 체질’을 만나 데뷔 1년이 조금 넘은 현재, 드디어 두각을 드러냈다.

이주빈은 ‘멜로가 체질’에서 배우 이소민 역을 맡았다. 이소민은 밝고 엉뚱한 면모가 있지만 하향세인 배우로 나름의 고민과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이주빈은 그 겉모습과 내면을 알맞게 융화해 이소민을 창조했다.

이주빈은 그룹 레인보우 연습생 출신으로 한때는 가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이를 포기하면서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방황하는 시기를 겪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그래서 데뷔 나이는 29세로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이주빈은 겁먹거나 주춤대지 않았다. 그는 “사실 초반엔 초조함이 있었지만, 부족한 연기 실력이 마음에 걸려 채워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태도는 이주빈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안겼다. 이주빈은 데뷔 초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연기 몰입도가 높아지고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실제로 만난 이주빈은 이소민보다 차분했고, 진중하게 답하는 어감에서는 큰 눈망울이 더욱 빛나 보였다. 이야기 중간 웃음꽃을 피울 땐 명량한 이소민도 오버랩됐다.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 이주빈을 만나 ‘멜로가 체질’, 캐릭터 이소민, 그리고 인간 이주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멜로가 체질’은 30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 그 나이대라 ‘멜로가 체질’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궁금하다.

제가 데뷔를 늦게 한 편이라, 이러다가 나이만 먹는 건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인 적 있다. 30세를 넘기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달라지는 건 없더라. 혼자 스트레스받는 건가 싶었다. ‘멜로가 체질’은 제게 “그렇게 해도 괜찮아. 원래 이렇게 사는 거야. 나쁘지 않은 거야”라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준 것 같았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절친 3인방의 관계가 부럽지는 않았는지.

저는 세 분과 함께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어 만나기 힘들었다. 전여빈 씨만 함께 촬영한 정도다. 그러다가 13화에서는 세 분과 제가 모두 모인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장에서 실제로 기분이 묘하더라. 어색하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극에서 이소민이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싶었다.

이주빈

-극 분위기만큼 촬영장 분위기도 유쾌했을 것 같다.

이병헌 감독님이 연기를 너무 잘 하신다. 감독님만의 톤으로 연기를 하시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저와 이민준(김명준 분)이 함께하는 장면에서 저보다는 이민준 캐릭터를 자주 표현해주셨는데, 감독님이 이민준 역할을 하셔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났다.(웃음)

-일상에서의 이주빈은 어떤 모습인가.

방탈출 게임 매니아다. 정말 편하게 입고 모자만 쓰고 가는데 가끔 알아봐주신다. 예쁘게 하고 나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만화책방을 가거나 드라마도 즐겨본다. 요즘엔 르네 젤위거 주연인 ‘왓/이프’를 재미있게 봤다. 저도 그처럼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그룹 레인보우 연습생 출신이다.

고등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 멤버들도 너무 좋았고 데뷔해보자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래에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가수가 될 자격이 있는 건지 딜레마에 빠졌다. 그래서 회사를 나갔고,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역시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땐 연기가 뭔지 몰랐던 것 같다. 모델 일을 하다가 콩트 형식의 광고를 찍었는데 너무 신선했다. 그때 연기에 흥미가 생겨 이 길을 걷게 됐다.

-그래도 아이돌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는 없는지.

연습생으로서 보낸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생각하면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제가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 그리고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액션물이나 형사물에 도전하고 싶다. 제가 겁이 없다. 화려한 역할을 해왔는데 털털한 제 성격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나 로맨스도 선보이고 싶다.

제 목표는 대중에게 쉽게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는 거다. 그리고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이 일을 오래하고 싶다. 제 자신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연기도 마음가짐도 성숙해지도록 노력하겠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에스더블유엠피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