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시청자들의 고민 상담소였던 ‘안녕하세요’가 9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시즌1을 종료했다.

30일 오후 방송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가수 백지영, 트와이스 모모와 다현, 개그맨 황제성이 출연해 3MC 이영자, 신동엽, 김태균들과 함께 출연진들의 고민을 나눴다.

이날 방송에서는 마술에 빠져 공부를 내팽개친 고3 아들이 고민이라는 아버지의 ‘이대로 괜찮을까요?’ 사연이 소개됐다. 고민주인공은 마술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지원해주지 않는다며 자신을 원망하는 아들이 이제는 대화까지 거부한다고 호소했다.

버스 운전을 하며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전적으로 지원해주기 어려운 형편으로 속상해했다. 중3 때부터 아르바이트도 하며 꿈을 위해 노력했지만 마술로 수상을 했을 때도 반응이 없는 아버지로 인해 속상했다는 아들.

그때 아들의 롤모델인 최현우가 깜짝 등장했고, 아들은 최현우와 아빠 앞에서 마술을 펼쳤다. 아빠의 무관심을 탓하는 아들과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아빠. 아빠는 “많이 부딪치면서 살아보자. 시간날 때 우리 목욕탕 한 번 가자”고 용기를 냈고 아들은 “엄마의 역할까지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젠 옆에 있어 드리겠다”고 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를 듣던 백지영은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왈칵 쏟았다.

편식이 심해도 너무 심한 8살 남동생 때문에 고민하는 13살 누나의 ’뭐 먹고 살래‘ 사연이 소개됐다. 편식이 심한 고민 주인공의 8살 남동생은 몸이 약해 입원을 자주 한다고 했다. 남동생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도 야채를 다 빼고 테두리에 있는 빵만 먹는다는 것. 이에 이영자는 “먹자, 여기 피자 한 판이요”라고 소리쳤고, 남동생은 출연진들의 칭찬에 힘입어 피자의 야치를 모두 먹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이날 제작진이 준비한 마지막 코너에서는 그동안의 고민 유발자와 원인을 집계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년간 가장 많이 소개된 고민 주제는 부부였다. 그 중에서도 남편에 대한 고민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이날은 시즌 1의 마지막을 고하는 특별한 자리인 만큼 최고령 92세 정진심 할머니부터 최연소로는 출연 당시 4세였던 백색증을 앓고 있는 서현이까지 반가운 얼굴들이 마지막 방송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3MC 이영자, 신동엽, 김태균의 활약도 마지막까지 빛났다. 아내가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는 걸 반대하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의 사연에 대해 이영자는 “아내와 남편은 동등한 관계다. 충분히 아내는 할도리를 다 했는데 남편이 허락한다, 안한다는 옛날 생각인 거 같다”며 뼈저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끝으로 신동엽은 “오늘 시즌 1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라며 운을 뗐고 김태균은 “첫회때 아들이 5살이었는데 지금 중3이다. 9년이란 시간이 그만큼 길다”라고 덧붙였다. 이영자는 “아낌없이 고민을 풀어주신 여러분들과 시청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신동엽은 “첫 방송 이후 프로그램이 금방 없어지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에게, 그것도 전 국민에게 집안 문제를 꺼내는걸 꺼려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회상하며 “그런데 함께 하다보니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되더라”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조언을 하면서도 내가 과연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나 생각한 적이 많았다”며 “저도 철이 들게 해준 프로그램”이라고 ’안녕하세요‘를 기억했다.

이로써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안녕하세요‘가 재정비 기간에 들어갔다. 지난 2010년부터 10년 가까이 월요일 밤을 지켜온 ’안녕하세요‘는 소소한 이야기부터 말 못한 고민까지 공감하고 소통하며 안방극장에 웃음과 감동을 선물했다.

물론 방영내내 조작 논란, 출연자 홍보 논란, 자극적인 편집 등 다양한 꼬리표들이 따라붙었지만 범람하는 예능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을 주인공으로한 토크쇼의 명맥을 9년간 이어왔다는 것 자체로도 ’안녕하세요‘가 남긴 상징성은 크다.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된 바는 없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해서 돌아올 시즌2가 기다려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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