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체질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오늘도 우리는 맛있게 떠들고 맛있게 살아간다. 만회할 수 있는 현재를 깨달은 우리를 칭찬한다. 뭐 좀 그래도 되잖아?“ ‘멜로가 체질’이 30세라는 나이를 이렇게 그리며 막을 내렸다. 또한 캐릭터들의 애정전선과 미래는 대부분 열린 결말 혹은 결실을 이룬 것으로 두면서 여운을 더욱 짙게 했다.

28일 방송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는 임진주(천우희 분), 이은정(전여빈 분), 황한주(한지은 분) 세 친구의 서른살 그 마지막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날은 황한주가 임진주, 이은정에게 새 연인의 존재를 알리는 것부터 출발했다. 임진주는 황한주의 고백에 ”누구야?”, “얼마나 만났어?”, “어디에서 만났어?”라며 집요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애매한 관계인 것 같아 “어디까지 갔어?”라고 직언을 하고 만다. 황한주가 입을 가리키자 임진주는 “사귄다고 쳐”라고 결론 내렸고, 모두는 얼싸안고 좋아했다.

이은정은 상수(손석구 분)와 보육원 일을 도우는 과정에서 티격태격했다. 상수가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라며 재차 불평했고, 이은정은 멀리 떨어져서 일하자고 투덜댔다. 잠시 고민하던 상수는 “떨어져셔하면 정 없어”라며 또 썰렁한 답을 내놨다. 또한 이은정에게 “나한테 관심 있어요?”라고 묻는가 하면, 이은정이 고개를 가로젓자 “나도요”라고 엉뚱한 면모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상수는 전쟁 이야기를 하면서 “이걸 누군가 다큐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라고 혼잣말했다. 이를 허투루 듣지 않은 이은정은 도서관으로 향해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상수를 향한 관심이 넌지시 담긴 대목이었다. 이은정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상수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 것들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고 그렇게 관계는 다시금 진전됐다.

멜로가체질

임진주, 손범수, 이소민은 ‘멜로가 체질’의 작가와 감독, 배우로 만나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드라마 시청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1%대에 머물렀다. 손범수는 임진주에게 신경쓰지 말라며 태연한척 했지만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이에 임진주는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며. 나 믿어요”라며 쿨하게 반응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후 시청률은 급반등했다.. 하지만 임진주를 향한 악플이 쏟아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손범수는 임진주에게 “착한 사람들이 좀 더 애쓰고 살 수밖에없다. 나쁜 사람들에게 세상을 넘겨줄 수 없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지구를 지키고 있는 거다”라고 위로했다. 마음이 사르르 녹은 임진주는 “난 산책하면서 듣는 시덥지 않은 농담이 좋아. 지금처럼의 온도로 내 옆에 있어”라며 애정을 표현했다.

추재훈(공명 분)은 헤어진 여자친구 하윤(미람 분)과 재회하며 또 다른 시작을 예상하게 했다. 정혜정(백지원 분)과 성인종(정승길 분)도 관계 진전을 암시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명장면인 정해인, 손예진이 한 우산을 쓰고 빗길을 걸어가는 장면을 이들이 그대로 재연하며 다정한 분위기를 자아낸 것. OST ‘스탠 바이 유어 맨(Stand by your man)’도 그대로 흐르며 묘한 분위기를 돋웠다.

이소민(이주빈 분)은 메이크업을 위해 들른 샵에 선주(정소민 분)도 등장해 질투했다. 이민준(김명준 분)에게 한없이 다정했기 때문. 이소민은 선주에게 열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민준이 내꺼야. 나 민준이랑 사귄다고”라며 경고했다. 이소민은 이은정과 함께한 다큐멘터리가 큰 성공을 거두며 전성기를 맞이했고 이민준과 결혼했다.

30세는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의 말처럼 무언가 시작하기에 노련하면서도 애매하기도 한 그 사이 어느 지점에 있다. 때문에 여전히 상처도 받지만 이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회복할 수 있고, 그렇기에 다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거라고 ‘멜로가 체질’은 말했다. 천우희는 극 말미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어리다고 진짜 어린 줄 알지 말자”라며 자신이 체감한 교훈도 전한다. 30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돼 성찰을 잊지 않고 겸손함을 갖는 것이 미래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던지는 듯했다. 실제로 30대 초반의 배우들인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안재홍 등이 호연으로 전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을 안긴 ‘멜로가 체질’. 진솔하고 때론 코믹하기까지 한 30세 여느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점이 더없이 아쉬운 순간이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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