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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신비감이 깃든 마스크에 신예답지 않은 당찬 연기. 데뷔 3년 차에 접어든 배우 이설이 자신만의 흡인력으로 빛을 내고 있다.

이설은 지난 19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이하 ‘악마가’)에서 가수의 꿈을 가진 김이경으로 분했다. 김이경은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강인한 생활력을 보이는 인물. 긍정적으로 꿋꿋하게 버텼지만 짠내나는 상황들이 펼쳐져 흑화되는 변화도 맞이했다. 극 초반에는 하립(정경호 분)이 김이경의 자작곡을 표절해 절망에 빠지는가 하면, 중반을 넘어서는 영혼을 빼앗기고 다시 찾으려는 과정에서 분노와 슬픔으로 차가워졌다.

‘악마가’ 속 이설이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전작 MBC ‘나쁜 형사’에서 늘 심각했던 사회부 기자 은선재에서 캐주얼한 차림으로 노래하는 김이경으로의 변화란, 한결 숨통이 트인 분위기였다.

이설은 김이경이 되기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3개월 동안 열의를 보였지만, 극에는 이설의 목소리가 아닌 가수 손디아의 노래가 대신 입혀졌다. 이설은 “제작진이 전문적인 수준의 가창 실력을 원해서 그렇게 됐다.(웃음) 직접 부르지 못해 아쉽긴 하다”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실제 노래 실력에 대해서는 “남들이 봤을 때 ‘노래 좀 하네’라고 할 정도다”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악마가’는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다는 틀로 독특한 구성을 보였지만, 난해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배우의 입장에서 판타지적 전개에 몰입은 어떻게 이뤄진 건지 궁금했다. 이설은 “감독님, 작가님에게 영혼을 파는 상황에 대해 많이 여쭤보며 연구했다. 선배들과도 이 설정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어렵긴 했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하나하나 만들어가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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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은 김이경에 자신을 투영시킬 수 있었던 배경으로 비슷한 경험을 꼽았다. 자신 또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다는 것. 이설은 “고깃집, 콜센터, 쇼핑몰,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 정말 많이 해봤다. 열심히 살아가려는 김이경이 저와 비슷해 보였다. 또 나이대도 같아 더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애정을 보였다.

이설은 ‘악마가’에서 연기하기 어려웠던 지점으로 김이경이 영혼을 팔았을 때를 꼽았다. “영혼을 팔기 전과 후의 심경 차이를 표현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선배님들이 피드백을 주셔서 풀어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작품에 임할 때는 캐릭터 고민에 열을 쏟지만, 잠시 연기를 내려놓은 일상에서는 소소한 일들로 재미를 찾는다고 했다. “걷는 걸 좋아한다. 자전거도 종종 타고 음악을 듣고 책을 본다. 꽃집 운영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꽃집에도 자주 가고.(웃음) 이런 일상이 좋다”

전작 ‘나쁜 형사’ 신하균, 박호산부터 이번 ‘악마가’ 정경호, 박성웅까지. 유독 올해 대선배들과 호흡한 이설이다. 이설은 현장에서 모두가 편하게 대해줬다며 미담을 공개했다. “한 번은 박성웅 선배에게 연기에 대해 질문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제 일정이 두 시간 정도 남아있어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다 기다려주셨다. ‘네가 물어보는 건데 갈 수 없었다’라고 하셨다”고 전해 훈훈함을 안겼다.

김이경의 버스킹 장면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렸다. “홍대에서 촬영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부담이 됐다. 선배들에게 장난으로 가시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진짜 남아서 응원해주셨다. 힘을 많이 주셨다. 츤데레 선배들이다”라고 회상했다. 신하균, 박호산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설은 “저의 장면들에 다 코멘트 해주셨고, 많이 가르쳐주셨다. 궁금한 게 있어서 여쭤볼 때마다 설명도 잘 해주셨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링크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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