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지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우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힘들었던 최정 9단과의 4강 대국을 운 좋게 이겨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한 주 바둑계 최대 화제의 주인공은 제3회 안동시 참저축은행배 세계바둑페스티벌 국내프로아마오픈전 우승자 홍성지(32) 9단이다. 2001년 입단한 19년차 프로 기사이지만 첫 우승 이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는 이 대회에서 4강전에서 ‘바둑여제’ 최정을 누르고 결승에 올라 한국바둑 ‘빅3’ 중 한 명인 랭킹3위 신민준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일 단판승부로 펼쳐진 12살 아래 신민준과의 결승전에서 그는 초반 불리한 흐름으로 출발했지만 중반 중앙 바꿔치기에서 이득을 보며 역전에 성공했고, 끝까지 우세를 지키며 승리를 거뒀다.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고 승세를 굳히는 날카로움이 돋보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우승으로, 홍성지 9단은 무려 11년만에 활짝 웃었다. 그는 지난 2008년 7월 제4기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에서 이세돌 9단을 제치고 첫 우승한 이후 11년 만에 종합기전(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기전)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우승 후 그는 “강한 기사들이 많아 우승을 예상 못했다. 즐기면서 두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다”면서 “모든 대국이 힘들었고, 나빴던 최정 9단과의 대국을 운 좋게 이겨서 그 기세로 오늘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홍성지 우승
시상식(왼쪽부터) 이창호 이사, 홍성지, 김용섭 참저축은행 대표, 신민준,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 11년의 세월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20대 초반이던 나이는 어느새 30대를 지나가고 있고, 무엇보다 가정을 꾸렸다. 여자바둑리그의 인기 해설가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6월 2살 연하의 임은선 씨와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신혼살림을 꾸렸다. 그의 바둑이 한층 성숙해진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그는 최정 9단과의 4강전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끝까지 참고 견디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서 바둑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신민준과의 결승전도 역전승이다.

그는 “무엇보다 대회기간 중 잘 챙겨준 아내에게 고맙다. 바쁜 방송 일정으로 인해 아직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번 우승이 좋은 선물이 됐다. 멋진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부활의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그에게 이번 우승이 더욱 의미있게 다운 이유는 훌쩍 넘어버린 30대 나이다. 바둑에서는 30대에 접어들면 전성기가 지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 한때 날고 기던 기사들도 30대를 넘어서면서 급격한 하향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32살의 홍성지 9단이 11년만에 들어올린 두번째 우승컵이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평소 30대 또래 기사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우승을 계기로 다른 동년배 기사들도 성적을 더 잘 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제3회 안동시 참저축은행배 세계바둑페스티벌 프로ㆍ아마오픈전은 안동시가 주최하고 한국기원과 경상북도바둑협회, 안동시체육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안동시와 참저축은행이 공동 후원했다. 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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