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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 거주하는 박홍표씨 가족이 지난 아시안컵 경기를 앞두고 베트남을 응원하고 있다. 제공 | 박홍표

[호치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베트남 교민들의 삶은 박항서 감독 부임 전과 후로 나뉜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베트남 현지에서 국민 영웅 대접을 받는다. 부임 후 2년간 실패 없이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A대표팀의 황금기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성공을 통해 박 감독은 ‘국빈’이 됐다. 거리 곳곳에는 박 감독 얼굴이 담긴 광고물이 붙어 있고, TV와 신문은 박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박 감독의 성공은 자신의 행복에 그치지 않고, 현지 교민사회로 흘러들어간다. 박 감독이 이룬 업적 덕분에 교민들의 삶이 풍성해졌다는 의미다. MBC꿈나무축구재단 주최로 21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한국 대표 칸테라FC, 기흥FC와 현재 교민 자녀들로 구성된 KJFC와의 친선전에서 만난 교민들은 하나 같이 박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박 감독은 베트남 현지인들과 교민들을 잇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됐다. 10년간 호치민에 거주한 김지은씨는 “박항서 감독님께서 큰 일을 하신 후 현지 사람들의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전보다 훨씬 호의적으로 변했다. 굉장히 크게 느끼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택시에 타면 기사가 ‘박항서’라고 먼저 말하는데 그 이름이 ‘안녕하세요’라는 개념으로 통용되는 느낌이다. 박항서 감독님이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것 같다. 기분 좋은 변화다”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생활 14년차에 접어든 성해진씨도 “사실 저는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베트남에 살면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박항서 감독님 덕분에 살기가 편해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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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교민들이 20일 탄롱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교류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호치민 | 정다워기자

교민들은 박 감독의 맹활약으로 인해 삶의 터전인 베트남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베트남의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한 곳에 모여 응원하는 문화도 생겼다. 지난해 6월 호치민에 자리 잡은 박홍표씨는 “저는 이미 박항서 열풍이 분 후에 들어왔는데 와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열기가 뜨겁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라면서 “우리 가족도 함께 베트남 옷을 입고 베트남을 응원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님 덕분에 한국과 베트남이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식당에 가거나 택시를 타면 더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할인을 해준다는 게 절대 농담이 아니다.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베트남을 더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민간 외교관’이라는 표현도 과장이 아니다.

이러한 문화는 교민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베트남에서 8년을 산 조효진씨는 “2002년 한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박항서 감독님으로 인해 교민 사회에도 활기가 돈다. 모르는 사람끼리 베트남을 함께 응원하면서 가까워지고 있다”라면서 박 감독이 교민 사회 간의 다리 역할까지 한다고 했다.

타지에서 사는 이들의 마음 속에는 늘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존재하는 베트남 교민들은 박 감독의 활약을 통해 마음까지 달래고 있다. 조효진씨는 “사실 한국을 떠나 있으면 늘 고향이 그립고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 덕분에 그러한 것들을 조금 해소할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아이들도 손흥민 선수 다음으로 박항서 감독님을 좋아한다”라며 박 감독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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