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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 최욱철 총재는 15대 국회의원 시절 유럽의 오스트리아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당시 휠체어 농구경기를 관전했는데, 체육관이 관중으로 가득 찬 것에 놀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경기 후에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그리고 휠체어농구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무척이나 이채로웠다. 최 총재는 그 상황을 회상하며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 어린시절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다. 장애인 경기를 보는 게 교육의 연장이었다. 교육의 기본 바탕이 우리와 달랐다”라고 언급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날의 장면은 최 총재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최 총재는 지난 4월 KWBL의 제 3대 총재로 취임했다. 그리고 취임하자마자 최우선 과제로 기존 5개 구단에서 6개 구단으로 리그를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춘천시청 휠체어농구 실업팀이 올해 내에 창단하며, 내년부터는 6개구단 체제로 리그가 진행된다.

최 총재는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 2014년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고문을 맡으며 WKBL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연맹 이사로 꾸준히 활동했고 올해 WKBL 수장으로 취임했다. 최 총재는 향후 6개 구단에서 더 나아가 8개 구단까지 희망하고 있다. 부산 등 광역시가 참여하길 바란다. 최 총재는 “구단을 운영하는데 한 해 6억원 정도 들어간다. 광역시에서 의지만 있다면 더 활성화 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총재는 리그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도 실감하고 있다. 최 총재는 “여러 기업과 지자체와 접촉하고 있는데, 많은 관계자들이 사회공헌을 생색내기 정도로 생각하더라. 사회공헌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해 보일 정도였다”라고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업과 지자체가 도움을 줄 때, 정작 필요한 곳이 아닌 생색내기 좋은 곳에 지원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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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재는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 부딪혀 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다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관계를 맺었다가 ‘괜히 골치 아플 수 있겠다’는 속내가 깔려있었다”라며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 최 총재는 업무상 만난 관계자들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15대 국회의원 시절 오스트리아에서 봤던 장면을 국내에서 보기는 힘들었다.

최 총재는 “선진국에선 장애인 아파트를 함께 분양하면 더 반긴다. 공사비가 더 투입되고 몸이 아프거나 노인의 경우 훨씬 살기 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양이 안된다. 특히 평수가 큰 아파트 단지일수록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려 사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그런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최 총재가 바라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이 낮아지고 사라지는 것이다. 휠체어농구 활성화에 주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농구는 장애인의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비장애인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사회운동이기도 하다.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친다. 특히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종목이라는 점도 의미있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휠체어농구 리그는 21일 고양홀트와 대구광역시청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3달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참가구단은 서울특별시청, 대구광역시청, 고양홀트, 제주특별자치도, 수원무궁화전자 등 총 5개팀이 자웅을 겨룬다. 내년엔 춘천시청 휠체어농구팀이 가세하며 6개구단이 힘차게 코트를 누비게 될 예정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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