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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최근 임창정의 행보를 보면 ‘분신술’을 쓰는게 아닌지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하는 일은 많은데,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해내는 그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는 ‘다른 사람과의 협업’을 키워드로 꼽았다.

임창정(46)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는 가수 겸 배우로 ‘만능 엔터테이너’로 불리는 동시에 요식업계 CEO이기도 하다. 최근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예스아이엠(YES IM) 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음악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회사다. 연예인을 육성하는 플레이어 센터, 트레이닝 센터, 유튜버 매니지먼트, 콘텐츠 제작 플래닛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임창정은 최근 정규 15집 ‘십삼월’을 발매했다. 새 앨범에 1년 동안 부지런히 만든 노래를 13곡(연주곡 2곡 별도)이나 실었다.

최근 만난 임창정은 “15집으로 돌아온 ‘영화배우’ 임창정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혼잣말처럼 “영화가 안 들어와. 일어설 거야. 조연부터 다시 할거야”라고 말하며 인터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는 2015년 9월 첫번째 미니앨범 ‘또다시 사랑’ 때부터 새 앨범을 9월에 내놓기 시작했다. “9월에 제 앨범이 나오면 저도 즐겨요. 앨범을 낸 뒤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는 어떤 느낌의 노래를 낼지 생각을 하고, 곡을 써요. 멜로디를 만들고, 휴대폰에 저장해 놔요. 6월부터 곡작업과 편곡, 작사를 머릿속으로 해요. 1년을 다시 보내며 다르게 느껴지는 건 뭔지 생각해 가사에 반영하고, 7~8월에 작업을 마무리지어요. 이 패턴을 앞으로도 유지하려해요. 왜 9월에 앨범을 내냐고요? 되든 안되든 앞으로 계속 낼 거에요. 정규 앨범을 일년에 한번, 9월에 내려고 하고 있어요. 할 이야기가 없어지면 일년을 쉬더라도, 9월이 되면 최소한 미니 앨범이라도 낼 생각이에요.”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그것도 잘 해내는 게 가능할까. ‘시간 관리 노하우’를 묻자 그는 “잘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 놓는 게 중요해요. 제가 어떻게 다 할 수 있겠어요. 요식업, 물류 등 해당 분야의 잘하는 사람과 같이 해요. 각자 각 분야에 열심히 하면서 재능있는 분과 함께 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런 그의 ‘노하우’는 앨범 제작 과정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일단 노래를 만들 땐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음악적 파트너 멧돼지와 철저히 협업을 한다. 작곡을 할 때 벌스(verse)를 멧돼지가 만들면 후렴구는 임창정이 만든 뒤 크레딧에 공동작곡으로 이름을 올리는 식인데 새 앨범 타이틀곡 ‘십삼월’은 임창정이 벌스를 쓰고, 후렴구는 멧돼지가 만들었다.

베테랑 가수이지만 타이틀곡 선정 과정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자신의 ‘촉’이나 ‘감’을 밀어붙이기보단 여러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편이다.

“솔직히 저는 새 앨범 수록곡 중 ‘9월’을 타이틀곡으로 밀었어요. 그런데 모니터 결과 ‘심삼월’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9월’을 밀고가야 진정한 뮤지션일 거 같은데,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고집을 부리기가 쉽지 않아요.”

그는 이어 “대중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멜로디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많은 분에게 모니터링을 해요. 주로 지인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며 타이틀곡을 선정해요. 이런 식으로 일한지는 오래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곡이 타이틀곡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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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임창정은 “제 장점 중 하나는 스트레스를 빨리 풀어버리는 거 같아요. 고민스럽고 힘든 일을 겪으며 데미지를 받아도 빨리 회복하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가수로서 90년대부터 꾸준히 최정상급 인기를 구가하는 이는 별로 없다. 임창정은 “저도 스스로가 연구대상이에요.가장 중요한 건 운이 많이 따랐다는 거에요. 가수로서 앨범을 내면 시기적절하게 인기를 올려줄 작품에 출연했고, 그 작품의 힘으로 노래가 역주행 하는 걸 경험했어요”라고 돌아봤다.

그는 “전 요즘 아이돌처럼 나오자마자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 덕에 1위를 하는 유형이 아니었어요. 거의 20위권에서 출발해 서서히 오르는 스타일인데 다양한 프로그램의 지원사격을 받아왔어요. 최근 예능에도 나가면서 초등학생인 큰 아들 또래도 제 이름을 알더라고요. 그들에게 전 늦게 데뷔한 아저씨 느낌일 거에요. 2~3년 아무 것도 안하면 잊혀질 텐데, 노래를 부르든 연기를 하든 계속 얼굴을 비춘 게 중요했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근 후배 양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임창정이 연습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모든 연습생이 정말 다 열심히 해요. 그들에게 필요한 건 딱 하나 뿐이에요. 바로 행운이에요. 그런데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운도 오거든요.”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YES IM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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