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LA다저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괴물이 돌아왔다. 극강의 제구력과 볼배합으로 메이저리그(ML) 최고투수의 모습을 고스란히 되찾았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동양인 최초 방어율 1위를 향해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퀸즈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원정경기서 7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볼넷 무실점으로 맹활약했다. 지난 4경기서 고전했던 모습을 깨끗하게 지워내며 방어율을 2.35까지 낮췄다. 방어율 2위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와 격차를 0.22로 벌리며 동양인 최초의 대업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노모 히데오(일본)부터 박찬호, 왕첸밍(대만), 구로다 히로키(일본), 다르빗슈 유(일본) 등 수많은 아시아 특급 투수들이 빅리그서 정상급 활약을 펼쳤지만 누구도 방어율 타이틀을 거머쥐진 못했다. 덧붙여 류현진은 이날 호투로 희미했던 사이영상 경쟁에도 마지막 불씨를 붙였다.

미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경기였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과 방어율 1위 류현진이 맞붙는 사이영상 경쟁 경기에다가 다저스와 메츠 또한 이날 경기가 더할나위없이 중요했다. 일찌감치 지구 우승을 확정지은 다저스는 경기 결과보다는 과정이 필요했다. 지난 13일 복귀전을 치른 베테랑 선발투수 리치 힐이 1이닝도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서 내려오면서 포스트시즌 선발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류현진까지 계속 고전하면 포스트시즌 마운드 구성에 물음표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메츠 또한 시카고 컵스, 밀워키와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날 경기 승리가 절실했다.

예상대로 포스트시즌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고 류현진과 디그롬 모두 더할나위 없이 뛰어난 피칭을 펼쳤다. 특히 류현진은 지난 5월과 7월 0점대 방어율(5월 0.59·7월 0.55)로 괴력을 발휘했을 때의 모습을 재현했다. 지난 4경기 동안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며 구종에 따라 팔 높이의 차이가 컸고 주무기 체인지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날은 180도 달랐다. 경기 초반 되살아난 체인지업과 직구 투피치로 메츠 타선을 상대하다가 메츠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의식하자 커브와 컷패스트볼을 섞어 무적행진을 벌였다. 이날 류현진은 3회말 JD 데이비스부터 7회말 윌슨 라모스까지 13타자 연속범타 행진을 벌이며 투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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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했던 류현진의 팔높이가 정상으로 돌아온 모습. 이날 류현진은 커브와 직구 구사시 팔높이가 일정하게 이뤄졌다. 7회말 피트 알론조를 상대할 때도 네 가지 구종을 동일한 팔높이로 구사해 삼진을 만들었다. | MLB TV 캡처.

하이라이트는 7회말 홈런왕 피트 알론조와 대결이었다. 류현진은 올시즌 47홈런으로 리그전체 홈런 1위에 오른 알론조를 완벽한 게임플랜과 제구력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알론조를 2회말 첫 승부에서 체인지업으로 유격수 땅볼, 4회말 두 번째 승부에서 몸쪽 직구로 1루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다. 그리고 7회말 마지막 대결에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알론조의 시선을 흔든 후 바깥쪽 높은 커브와 몸쪽 높은 직구로 스탠딩 삼진을 만들어냈다. 각각 다른 구종으로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를 활용하며 왜 자신이 ML 최고의 컨트롤 피처인지 증명했다. 이 모습에 뉴욕 메츠 전문 방송국 해설자 키스 에르난데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현역시절 한 차례 MVP를 수상하고 11번 골드글러브를 거머쥔 그는 “투구의 기본이자 예술이 무엇인지 류현진이 보여줬다. 정말 아름다운 피칭!”이라고 류현진을 극찬했다.

LA 다저스는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온 8회말 3점을 허용하며 0-3으로 패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로 패배보다 훨씬 값진 포스트시즌을 향한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4경기 부진을 열흘 휴식을 통해 말끔히 씻어내며 다저스의 에이스로 다시 우뚝 선 류현진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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