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 캡처 | LA다저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완벽한 대척점에 서 있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의 선발 맞대결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오전 야구팬에게 청량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다저스)과 ‘불운의 아이콘’ 제이콥 디그롬(31·뉴욕메츠)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에서 사이영상 쟁탈전을 펼쳐 무승부를 기록했다. 강력한 구위를 앞세운 전형적인 파워피처인 디그롬과 컨트롤 아티스트로 빅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류현진은 완벽히 다른 유형의 투수다. 사이영상 쟁탈전 양상으로 펼쳐진 이날 맞대결이 눈길을 끈 가장 큰 이유로, 두 투수는 팬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켰다.

최근 잇딴 부진에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며 휴식을 취한 류현진은 ‘휴식이 보약’이라는 것을 입증하듯 완벽히 재기했다. 메츠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고는 해도 직전 등판까지 부진했던 류현진이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린 분위기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메츠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단 두 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무4사구 투구를 했다. 자로 잰듯한 제구나 히팅 포인트에서 예리하게 가라앉는 체인지업 무브먼트는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삼진 6개를 솎아냈고, 어떤 구종을 어느 코스로 던질지 예측할 수 없는 특유의 투구 밸런스도 제 모습을 찾았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모두 150㎞까지 던지는 디그롬은 파워피처의 대표급 투수라는 것을 또 한 번 입증했다. 1회부터 99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뿌려대던 디그롬은 강속구 투수에게는 코너워크가 필요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드러냈다. 포심 제구가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상하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하며 다저스 타자들의 스윙궤도를 피해갔다. 99마일짜리 포심 뒤에 날아드는 92~93마일짜리 체인지업은 경기 초반 낙폭이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저스 타자들의 배트 밑둥에 걸렸다. 좌타자 몸쪽을 파고 드는 슬라이더 역시 경기 초반에는 행잉성으로 밀려들기 일쑤였지만, 타자들의 배트가 따라오지 못했다. 그만큼 구위가 빼어나다는 의미다.

디그롬
제이콥 디그롬. 사진출처=NBC스포츠

류현진은 이른바 ‘엑스존 공략’을 교과서적으로 파고 들었다. 우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를 포심이나 체인지업으로 선점한 뒤 몸쪽 높은 커터, 몸쪽 낮게 돌아 들어가는 커브, 바깥쪽 하이패스볼 등을 적재적소에 던져 메츠 타자들이 노림수를 가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 느린 공 뒤에 더 느린 공, 각 큰 커브 뒤에 높은 빠른 공 등은 코스뿐만 아니라 타이밍까지 빼앗아냈다. 구속은 느리지만 제구에 자신있는 투수들이 두고두고 돌려보며 학습교재로 삼을 만 한 투구였다.

반면 디그롬은 파워피처의 전형을 보여줬다. 포심 제구가 마음먹은대로 안되거나 악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낄 때 어떤 투구를 해야 효과적인지가 드러난 투구였다.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중 하나만 자신있어도 빠른 공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실제로 악력이 떨어진 7회초에는 다저스 중심타선을 상대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만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려 갔다.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른바 원타이밍 스윙으로 일관하던 상대 타자들에게는 15~16㎞ 정도만 구속을 늦춰도 충분하다는 게 다저스 타자들의 태풍스윙과 절묘하게 대비 돼 도드라졌다.

우열을 가리지 못해 더 진한 여윤을 남긴 사이영상 후보들의 선발 맞대결은 야구가 왜 투수 놀음인지를 눈부신 투구로 증명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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