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문지현 기자]미·중 무역분쟁과 경기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은이 각광받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골드바를 비롯해 각종 상품을 쏟아내고 있어 고객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골드바 판매액(29일 기준)은 전달 보다 15억6300만원 늘어난 26억86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4억9323억원 늘어난 25억7963만원, NH농협은행은 4억8091만원 증가한 13억1505만원 어치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시중은행들의 골드바 판매량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인 8월 들어 일제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자산관리 전문가들 역시 저금리 상태에서 물가와 성장까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한다면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권 ‘금통장’ 인기몰이 中

은행에서 취급하는 ‘금 통장(골드뱅킹)’은 가장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간편한 금테크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금통장은 특정은행에서 금통장을 만들어 입금하면 예금액만큼 금을 0.01그램 단위로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금통장에는 달러나 원화로 금액이 표시되지 않고 국제 금 시세에 따라 매입한 금의 중량이 표기된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골드테크’, KB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통장’, 우리은행의 ‘우리골드투자’ 등이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가입 대상과 기한, 금액에 제한이 없는 자유입출금 통장이다. 원화로 금을 매입하거나 매도 시 각 1%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금통장은 달러로 투자되기 때문에 금 시세와 환율변동을 동시에 따져봐야 한다. 금값이 올라도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크면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 단,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을 이용해 거래하면 은행에 따라 20~30% 환율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일반 예금상품과 다르게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원금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요구한다. 아울러 실물 인출 시 10%에 부가세가 붙고, 매도수수료도 매매차익에 15.4%(지방세 포함)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은행권 금테크에는 금통장 외에도 KRX 금시장 골드바에 투자하는 신탁상품도 있다. 국민은행의 ‘골드바신탁’과 IBK기업은행의 ‘IBK 골드모아 신탁’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불안정한 금융시장 분위기 장기화에 금값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 나오면서 금테크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금 통장 계좌 발급좌 수도 전년보다 5%가량 올랐다”며 “금 통장은 다른 금테크보다 간편하지만, 환율과 금 시세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고위험 투자상품에 속하므로 이를 감안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은값 상승에 투자자 관심↑

은값 상승에 안전자산으로 각광을 받은 금에 이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은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은 1돈의 가격(살 때 기준)은 2920원이다. 2300원을 오르내리던 은 가격은 7월16일부터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우리은행의 실버바 판매 누적액은 9억3657만원이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인 7억1580만원을 넘어선 수치다.

이에 주요 은행들도 실버바 판매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일부터 전영업점에서 실버바 판매를 시작했다. 타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1kg 단일 중량을 취급한다. KEB하나은행도 관련부서에서 실버바 판매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금동명 NH농협은행 공공금융부장은 “새로운 실물 투자상품으로 실버바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골드바의 권종 확대와 함께 실버바를 새롭게 론칭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실물투자 상품을 지속 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장과 마찬가지로 실물 거래 없이 통장으로 은을 그램(g)단위로 매매할 수 있는 ‘은통장’도 인기다.

신한은행의 ‘신한실버리슈실버테크’는 지난달 말 기준 294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80억원 대비 3.6배 증가했다. 올해 110억원 규모를 맴돌던 실버리슈 취급액은 5월부터 증가해 3개월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은이 금에 비해 투자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은 수요의 60% 수준이 산업용으로 분류되고 있어 투자자는 가격변동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둔화에 따라 지난 2013~2015년 3년간 은값은 반토막이 났다.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가장 고점이었던 2011년 48.58 달러 대비 여전히 3일 기준 37%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은행을 통한 은 거래시 17~19% 매입마진율과 따로 별도 징수되는 부가가치세도 감안해야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도 오는 10월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나라가 무려 37개국에 달하는데, 이처럼 대거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떨어지면 시중에 자금이 풀리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이 때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실물자산을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며 ”다만 실물(금, 은) 가격은 세계경제가 불안하면 오르고, 반대로 안정세라면 내려가는 등 세계경제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급격히 오른만큼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mun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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