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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벤투호의 ‘에이스’ 황의조(27·지롱댕 보르도)가 투르크메니스탄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으로 향하는 진짜 여정이 시작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투르크메니스탄과 1차전 원정 경기로 첫 관문을 맞이한다. 지난 2일 터키에 입성해 5일 조지아와의 평가전(2-2 무승부)으로 마지막 점검을 끝낸 벤투호는 이스탄불에 머무르며 훈련을 이어가다가 8일 결전의 땅으로 이동했다. 9일 공식 훈련을 통해 현지 적응을 시작해 기선제압을 위한 첫 일전을 준비했다.

사령탑의 최대 고민은 ‘밀집수비’에 있다. 지난해 8월 지휘봉을 잡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치른 1월 UAE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은 수비 위주 아시아 약팀들 전술에 고전한 경험이 있다. 이때 맞은 예방주사를 토대로 이번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국(37위)에 95계단이나 밀리는 투르크메니스탄(132위) 상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 잡을 때도 죽을 힘을 다한다’는 모토 아래 선봉장에 서는 스트라이커로는 황의조가 확실시된다. 벤투 감독 부임 아래 팀 내 득점 1위(9골)를 달리고 있는 공격수로서 그의 발끝에 한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간+장소+포지션 무관, 숫자로 본 황의조의 꾸준함

황의조는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적이 없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득점 경험은 예선에서도 없다. 2015년부터 A매치 28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으나 월드컵 예선에선 0골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 돌입했을 때부터 황의조에 신임을 보냈고, 최정예 멤버 25인을 추린 9월 A매치 소집명단에도 어김없이 이름을 올렸다.

황의조가 벤투호 최전방의 ‘1옵션’이라는 것은 데이터가 증명한다. 사령탑이 한결같은 호출은 황의조의 변함 없는 활약에서 기인한다. 벤투 감독 부임 이래 황의조가 대표팀에서 넣었던 골을 시간대별로 분류해보면 0~15분 1골, 15~30분 2골, 30~45분 0골, 45~60분 2골, 60~75분 2골, 75~90분 2골이다. 전반(3골)에 몸을 푸는 슬로우 스타터도 아니다. 후반(6골)에도 집중력을 유지할 만한 체력을 갖춘 셈이다.

안방과 적진도 가리지 않는다. 황의조는 2018년 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우루과이전 선제골로 벤투호에서의 첫 득점을 장식했고, 한 달 후 호주 브리즈번에서 원정 첫 골을 터뜨리며 최다 득점 공격수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치른 3경기에서 3골, 원정 5경기에서는 6골을 기록하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활약을 거듭해왔다. 홀로 나선 최전방 원톱 자리에서도, 손흥민 등 파트너와 함께 투톱을 이뤄 호흡을 맞출 때도 꾸준히 제 기량을 유지했다.

◇조지아전에서 확인한 벤투호 ‘득점 1위’의 진화

황의조의 축구 커리어는 그가 원톱 자리에서 효용이 극대화되는 선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선에서 투입되는 패스를 받았을 때 페널티지역 안에서 보여주는 움직임과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J리그 진출 이후 감바 오사카에서도 이 포지션에서 주로 뛰며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이를 바탕으로 뒤늦게 국가대표에까지 승선해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의 황태자가 됐다. 특히 ‘빌드업(공격작업)’을 중시하는 벤투식 축구에서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해결해줄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황의조는 벤투 감독 부임 아래 기록한 9골은 모두 페널티지역 안에서 나왔다.

최종 모의고사로 치른 조지아와의 친선전은 진화한 황의조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한국은 조지아를 상대로 전반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했고, 벤투 감독은 벤치에 앉혀놓았던 황의조를 일으키며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교체 카드를 뽑아들었다. 황의조는 왼발슛과 헤더로 혼자 조지아의 골망을 흔들며 벤투호 승선 이래 첫 멀티골 경기를 했다. 비록 동점골을 허용하며 졸전으로 마무리되긴 했으나, 이전과 달라진 황의조의 득점 공식이 단연 눈에 띄었다. 이전까지 황의조가 기록한 7골은 모두 오른발을 통해 나왔는데, 왼발과 머리를 활용한 득점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벤투 감독은 9월 소집명단을 발표하며 “올해 아시안컵 이후 치른 평가전 4경기를 보면 3월 두 경기는 모두 4-4-2 포메이션을 썼고, 6월에는 3-5-2 포메이션과 4-4-2 포메이션으로 대응했다. 이번 경기들에서도 투톱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구상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조지아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손흥민(토트넘)-이정협(부산) 투톱이 재미를 보지 못했고, 아시아 맞춤형 전략으로 처음 호출한 김신욱은 아직 실전에 나서지 않았다. 선수 기용에 보수적인 벤투 감독의 성향상 투르크메니스탄전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콤비인 손흥민-황의조가 나설 게 유력한 상황이다. 황의조는 그 중에서도 벤투 감독이 믿고 있는 최고의 무기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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