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싱vs양딩신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한국이 전멸한 가운데 중국의 탕웨이싱(왼쪽)과 양딩신의 대결로 압축됐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중국의 바둑기사들이 쌓은 만리장성이 더욱 높고 견고해졌다. 2014년 김지석 9단의 우승 이후 5년만에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탈환하겠다는 한국바둑의 꿈은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지난 2일 대전 덕명동에 위치한 삼성화재 유성캠퍼스에서 열린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4강 결과 중국의 탕웨이싱 9단과 양딩신 9단이 결승에 진출했다.

양딩신 9단은 2017 삼성화재배 우승자 구쯔하오 9단에게 불리했던 바둑을 역전하며 23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올해 2월 제23회 LG배를 통해 첫 세계대회 우승컵을 차지하더니 이번 삼성화재배로 세계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건너편 조에서는 탕웨이싱 9단이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 랴오위안허 8단에게 326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결승 대진을 완성했다. 벌써 네번째 결승진출이다.

반면 한국의 성적은 처참했다. 8강때까지만 해도 장미빛이었지만 1일 8강 토너먼트 결과 초상집으로 바뀌고 말았다. 전날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디펜딩 챔피언 커제 9단이 시간패로 탈락하고 한국의 ‘빅3’ 신진서·박정환·신민준 9단이 8강에 안착했을때만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으니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한국랭킹 1위 신진서는 커제를 제외한 그 어떤 중국기사들에게 강했고, 박정환 또한 산전수전 다 겪은 한국바둑의 에이스이다보니 한국선수끼리 결승전을 벌이는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8강전 결과는 대 참사였다.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단 1명도 4강 대진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신진서 9단은 초중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끝내기에서 실수를 범하며 무너졌고, 박정환 9단도 탕웨이싱 9단을 만나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패했다. 신민준 9단은 막판까지 추격전을 벌였지만 구쯔하오 9단에게 역부족이었다. 5년만에 삼성화재배 탈환을 노렸던 한국바둑은 두꺼운 선수층을 앞세워 더욱 높고 견고해진 만리장성을 확인했을 뿐이다.

삼성화재배 스물 네 번째 우승자를 가릴 결승전은 같은 장소에서 4일부터 3번기로 속행된다. 중국이 대회 5연패를 확정지은 가운데 그동안 삼성화재배에서는 한국이 12회 우승했고 중국이 9회, 일본이 2회 정상에 올랐다.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상금은 1억원이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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