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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런던 더비 매치데이 매거진이 강렬한 표지 디자인으로 팔리고 있었다. 런던 | 이동현통신원

[런던=스포츠서울 이동현통신원]‘더비(Derby)’, 같은 도시 혹은 지역을 연고로 두는 두 팀 경기 가리키는 단어다.

축구 종주국답게 영국에는 수 많은 더비가 있다. 리버풀과 에버턴의 머지사이드 더비, 셀틱과 레인저스의 올드펌 더비(스코틀랜드) 등이 유명하지만 치열하기론 둘째 가라 하면 서러운 토트넘과 아스날의 ‘북런던 더비’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북런던 더비’가 지난 2일 아스날 홈 구장인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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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런던 더비가 2일 6만 관중이 꽉 찬 가운데 아스널 홈구장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열렸다. 런던 | 이동현통신원

‘북런던 더비’는 1913년 아스날이 홈구장을 지금의 에미레이츠 경기장 인근 지역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 팀 경기장은 런던 북쪽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두 경기장 사이 거리는 약 7㎞ 정도로 상당히 가깝다. 영국 수도 런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역 라이벌전이다. 전적을 살펴보면, 두 팀은 지난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총 54번 만나 아스날이 20승, 토트넘이 12승을 거뒀다. 무승부가 22번이다. 이렇게 보면 아스널이 우위인 듯 싶지만 최근 10경기에선 토트넘이 3승5무2패로 근소한 우세를 점하는 등 분위기가 다르다.

경기가 열리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도착했을 땐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처럼 미디어 출입구에 긴 줄이 있었다. 팬들은 아스널 구단 공식 스토어에서 쇼핑을 하고 같이 온 일행들과 오늘 경기에 대해 대화하는 등 평온하면서 열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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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 팬들이 2일 북런던 더비에서 전반전을 1-2로 뒤지자 가라앉은 분위기로 관중석을 떠나고 있다. 런던 | 이동현통신원

‘북런던 더비’ 분위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킥오프 35분 전 토트넘 선수들이 워밍업을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서는 순간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이후 아스널 선수들이 등장했을 때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아스날과 토트넘 팬들은 서로를 향해 소리치며 라이벌전다운 냄새를 풍겼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아스널 팬들의 함성이 점점 커져갔다.원정팬인 토트넘 서포터의 응원가는 점점 묻히는 상황이었다.

원정팬 구역에서 먼저 환호성이 터졌다. 전반 10분 손흥민으로부터 시작된 찬스 때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득점에 성공, 1-0 앞서나갔기 때문이다. 순간 아스널 팬들은 얼어붙은 듯 했다. 이후 전반 38분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해리 케인이 성공시키며 2-0으로 달아나자 홈구장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못 이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더비는 더비였다. 침울했던 분위기가 잠시 뒤 환호로 바뀌었다. 전반 종료 직전 홈팀 공격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의 골이 에미레이츠 경기장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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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이 2일 EPL 아스널과의 원정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런던 | 이동현통신원

후반엔 아스널의 무대였다. 이날 아스널 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었다. 전반 원정팀 두 골에 모두 결정적으로 관여한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지난 시즌 손흥민이 한창 잘 할 때 상대팀 팬들이 그를 맹비난했던 것과 비슷했다. 결국 아스널이 후반 26분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동점골을 넣었다. 6만여 관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번 북런던 더비 만큼은 아니었다. 최고의 더비 매치를 선수들과 관중이 증명했다. 두 팀은 시즌 막판인 내년 4월25일 토트넘 새 구장에서의 첫 ‘북런던 더비’를 치른다. 7개월 뒤엔 어떤 스토리가 런던을 휩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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