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제가 잘못했다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 준강간 혐의를 받는 배우 강지환(42·본명 조태규)이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최창훈 부장판사)는 2일 오후 1시50분 성폭행·성추행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지환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강지환의 첫 재판인만큼 시작 전부터 법정 앞에는 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재판이 시작되고 법정에 들어선 강지환은 수염이 난 채 이전보다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강지환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떨궜다. 이어진 재판부의 인적사항 질문에서 “피고인의 직업은 연예인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으나, 강지환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강지환은 지난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A씨와 B씨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일 피해자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강지환을 긴급 체포했다.

초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던 강지환은 구속 이후 태도를 바꿨다.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 국과수 감식 결과, 마약을 투약하거나 피해 여성들에게 약물을 투약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재판에서 강지환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증거는 부동의 의견을 냈다.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에 대한 변론에서 “언론의 관심이 많은 사안인만큼 이 사건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떼며 “사실관계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 피고인 때문에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어떤 말씀으로 사죄하고 위로해야할지 스스로도 두려운 마음이다. 뼈저린 반성과 사죄의 마음으로 피해자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위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피해자 측 변호인에게 최대한 배상할 수 있도록 협조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범행 당시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체포부터 검찰 조사까지 일관되게 보여준 모습이라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사건이 기소된 이후에 여러 번 (증거자료를) 검토하고 살펴보았지만 낯설 정도로 기억이 부분부분 끊어지고 연결되지않아 스스로 당황스러운 심정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번 재판이 언론의 가십거리가 될 거 같아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며 일부 증거에 대해선 “세부적으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 언론의 공개된 내용에서 객관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직접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한참 머뭇거리던 강지환은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강지환의 진술이 자백이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재판장은 “피의자가 공소 사실에 나타나 있는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당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도 없고 분명치 않다는 진술이어서 그걸 자백으로 정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출석한 피해자 2인 측 변호인은 “피해자 두 사람 모두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극도의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가능성이 있단 진단을 받았다. 후에 진단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10월 7일 2시30분 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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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