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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푸른 물을 보기엔 충주가 딱이다. 본시 강이란 하류로 갈수록 탁해지게 마련이다. 푸른 강변 언덕에 탄금대가 있다. 그 언덕 시원한 바람에는 울분이 서렸다. 조선육군 신립 장군은 탄금대에서 고니시 유키나가, 가토 기요마사와 맞섰다. 병사 8000명으로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패했다. 장군은 강에 몸을 던졌다.
마침 같은 왜(倭)로부터 해방, 광복을 맞은 8월 15일이 보름 전이다.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 일본 우익정권으로부터 비롯된 현재의 한일 갈등 시기에 탄금대 벼랑에 서면 죽음으로서 나라를 지킨 장군의 충절과 그 의미를 다시금 진하게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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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대 이름은 가야 우륵이 현을 뜯던 곳이라 해 붙은 것이다. 가야 사람 우륵이 신라인이 되어 이곳에 왔다. 강 위에 우뚝 선 기암절벽에 앉아 현을 뜯었을 것이다. 예향이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충주 땅에 현대에도 문화 예술인이 많은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한강만 있는 게 아니다. 괜히 ‘물의 도시’랬나. 충주시를 중심으로 한강, 달천, 요도천이 있고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 탄금호도 있다.
특히 탄금호는 수상 레저의 메카다. 수도권과 가까운데도 수면이 넓어 쾌적하고 여유롭게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충주는 지난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등 수상 레포츠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탄금호 주변에 수상레저 업체들이 여럿 있으며, 중앙탑 공원의 조정체험학교에선 직접 조정경기를 체험할 수 있다. 충주호에는 수상스키와 웨이크보드 등을 배울 수 있도 시원한 여름나기로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디스코팡팡 등 물놀이 시설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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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팔봉 역시 물이 빚어낸 명승이다. 수천년 간 달천이 토지를 적시며 기암괴석을 깎아놓았다. 속리산에서 발원, 괴산을 거쳐 흘러내리는 달천은 여러 곳에 시원한 강변 쉼터를 만들어내고 한강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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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돌아나가며 8개 봉우리를 만들었다는 수주팔봉. 해발은 낮지만 산세가 늠름하고 날카로운 봉우리가 마치 신선이 사는 듯 그림 같은 진경을 자랑한다.
칼로 말아낸 듯 두개의 암릉이 마주 보는 가운데 출렁다리를 걸어놓아 걷는 이도 보는 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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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팔봉 앞에는 너른 강변 모래톱이 있어 캠핑이나 간단한 물놀이를 즐기려는 시민·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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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예술이 흐르는 예향 충주
지난 5월 폐교한 농암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오대호 아트팩토리’는 ‘쓰레기’ 즉 폐기물을 소재로 한 정크아트 작품을 전시한 곳이다. 쓰레기라 말하면 어감이 그리 좋지 않지만 정크아트 작가에겐 최고 영감을 주는 소재다.
정크아트 전문 환경미술가 오대호 관장(65)이 땀으로 일군 오대호 아트팩토리는 한국관광공사 선정 ‘강소형 잠재 관광지’다. 관광공사가 올해 처음 시작한 강소형 잠재 관광지는 알려지지 않은 지역 관광지를 발굴하고 해당 지자체와 협력해 육성해나가는 사업이다. 관광공사는 이번 사업에서 괴산군 한지체험박물관과 함께 오대오 아트팩토리를 세종·충북지역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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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아트는 일종의 팝아트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품이나 쓰레기, 잡동사니를 활용해 제작한 조형 예술품이다. 관람객들이 직접 도구와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만지고, 만들고, 느낄 수 있는 오감체험 관광지다.
눈으로 감상하는 1차원적 전시가 아니라 직접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왠지 이름만 들으면 미국 중부(?) 느낌이 나는 오대호 관장은 기계 공학도였다. 원래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하다 우연히 정크아트를 알게된 후, 다시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20년 간 국내 최초 ‘정크 아티스트’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수많은 작품을 작업했다. 약 6000여점에 이른다. 청남대 헬기장 앞에 봉황 작품, 보은 펀파크에 2000여점이 있고 오대호 아트팩토리에는 약 1000여점을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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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옥종기 세종충북지사장은 “오대호아트팩토리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콘텐츠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효율적인 컨설팅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1시간 거리인 접근성의 장점을 잘 살려 강소형 잠재관광지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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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적 여행 포인트도 곳곳에 있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 고교 교과서에서 봤던 그 ‘중원고구려비’가 있는 곳이다.
충주 고구려비는 국내 유일한 고구려 석비다. 만주 집안현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다. 문자왕 때 장수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비다. 자연석에 4면을 둘러가며 글자를 새겨 넣었지만 현재는 앞면과 왼쪽면에서만 글자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비문 내용은 완전한 해석은 불가능하지만 앞면 서두에 ‘고려(고구려)대왕이 신라왕과 대대로 형제와 같이 지내기를 원하고 이에 신라왕이 공손히 응하였다’고 해석된다.
이처럼 충주는 한반도 남북을 잇는 길목 역할을 했다. 충북 관찰사가 주재했던 관아터가 충주에 있는 이유다. 20세기 들어 청주에 충북도청을 내주고 유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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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는 도시 규모에 비해 전통시장도 많다. 무려 5곳이나 있는데 충주천을 따라 자유시장 무학시장 공설시장 충의시장 풍물시장 등으로 이어진다. 각각의 특색이 있어 ‘장구경’도 재미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는 ‘순대만두골목’이다. 무학시장과 공설시장 사이 골목에 있는데 특이하게도 충주천 다리 위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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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만두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값싸고 푸짐한, 맛도 좋은 만두가 가마솥 찜통에서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여름 한낮 날씨면 그냥 밖에 내놔도 될 듯하지만 일단은 솥에 폴폴 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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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켠에 순댓국밥과 만두를 파는 골목이 한가득이다. 만두가 싸다. 한 접시 가득 먹어도 몇 천원 안한다.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감자만두를 파는데 감자만두는 보통 겨울에 주로 판다. 만둣집 중 37년째 영업 중인 ‘장모님 만두’가 가장 유명하다. 대우분식도 현지 사람들에게 입소문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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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여행정보
●먹거리=목계나루 인근 실비집은 칼칼한 양념에 시래기와 매자(참마자의 충주 방언)를 넣고 조려낸 참매자조림이 맛있다. 빠가사리(동자개)와 쏘가리 조림, 매운탕도 유명하고 간단히 먹기 좋은 생선국수도 한다.
보기 드문 평양냉면집이 있다. 시내 중앙시장 인근 삼정면옥은 슴슴하고 구수한 국물에 메밀향 진한 국수를 말아내는 집. 쇠고기를 삶아 뭉텅뭉텅 썰고, 중국식 냉채처럼 채소와 겨자 양념에 무쳐내는 수육도 맛이 좋다. 동부지짐은 이집만의 별미. 동부콩을 갈아 번철에 지져낸다.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콩으로 부쳐낸 전이라 처음 베어물 때 느낌은 바삭하고 입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한가득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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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골 앞 아서원은 충주시의 역사와 함께한 오랜 중국요릿집이다. 짬뽕과 짜장면, 볶음밥, 탕수육 등이 인기다. 주문 즉시 노구솥에 달달 볶아낸 뜨거운 볶음밥이 예술이다. 불맛 가득한 짜장면도 참 맛이 좋다. 기름에 볶아낸 양파 채육이 아삭아삭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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