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2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LA 다저스의 경기에서 다저스가 2-6으로 패했다. 선발로 나선 류현진이 역투를 하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조미예 통신원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류현진이 흔들리자, 혼전구도가 됐다. 이제는 누구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를 예측할 수 없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약 한 달이 남은 가운데 류현진(LA다저스)과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맥스 슈어저(워싱턴)가 정상을 놓고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류현진 독주체제였다. 지난 23일까지 방어율 1.64을 기록한 류현진이 이변이 없는 한 1점대 방어율을 사수하며 역대 최초 동양인 사이영상 수상자가 될 확률이 높았다. 약 2주 전에는 조정 방어율 284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세였다. 하지만 지난 24일 뉴욕 양키스전 고전으로 공든 탑이 무너졌다. 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막강했던 그가 홈런 3방을 허용하며 4.1이닝 7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방어율은 2.00까지 치솟았고 사이영상 수상에도 먹구름이 다가왔다.

그 사이 사이영상 수상 경력자들이 약진하고 있다. 디그롬은 지난 24일 애틀랜타전에서 7이닝 13탈삼진 1실점으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부상으로 결장했던 슈어저도 지난 23일 피츠버그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러 4이닝 1실점했다. 현지 언론은 2018 사이영상 수상자 디그롬과 2017 사이영상 수상자 슈어저에게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고 전하고 있다. 방어율에서 모두를 압도했던 류현진의 추락이 디그롬과 슈어저에게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한 달이 중요하다. 그런데 LA다저스 팀 상황이 류현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지구 우승에 여유가 있는 다저스는 9월 중순까지 6선발 로테이션을 돌린다. 류현진은 오는 30일 애리조나전에 등판한 후 앞으로 5일 이상의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다. 체력관리를 비롯한 컨디션 조절에는 용이하지만 사이영상 수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닝을 쌓기에 불리해졌다. 류현진은 시즌 종료까지 적으면 5경기, 많으면 6경기 등판하는 반면 디그롬과 슈어저는 류현진보다 최소 2경기 더 등판할 전망이다. 메츠와 워싱턴 모두 포스트시즌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상황이라 각각 디그롬과 슈어저의 등판 횟수를 늘릴 확률이 높다.

류현진 입장에서 최우선 목표는 1점대 방어율 회복이다.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방어율을 다시 1점대로 끌어내리고 이전처럼 방어율에서 경쟁자가 범접할 수 없는 수치를 찍어야 사이영상 가능성을 살릴 수 있다. 6선발 체제에 따른 긴 휴식기가 흔들리는 제구력과 다소 무뎌진 체인지업의 움직임을 해결할 수 있다면 마지막 스퍼트를 통해 불씨를 살리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저명한 세이버 메트리션 톰 탱고의 사이영상 포인트서도 여전히 1위는 류현진(67.6점)이며 ESPN 사이영상 예측 프로그램서도 류현진은 138.9점으로 1위에 있다. 엠엘비닷컴(MLB.com)이 시행한 현장기자 모의 사이영상 투표서도 류현진은 총 37표 중 22표를 받아 슈어저(11표)와 디그롬(4표)를 따돌리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사이영상 레이스의 선두 자리는 류현진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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