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커피 심부름·은행 업무 도맡아인력 부족한데 근무 환경 더욱 악화“퇴사 절로 부르는 죽음의 서비스”
양미정 기자
양미정 기자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언니. 간호·간병통합서비스(구 포괄간호서비스) 좀 기사로 다뤄줘. 그것 때문에 죽을 맛이야. 안 그래도 힘들어 미치겠는데 수시로 벨 누르고 물 떠와라, 은행일 대신 봐달라 요구하는 환자들 때문에 업무가 안돼.”

간호학과 출신인 기자와 대학교 동기인 간호사 A씨(여·25)의 증언이다. 그리고 A씨는 마음이 떴다며 최근 K대학병원에 사직계를 제출했다. 백의의 천사가 돼 환자를 돌보겠다는 일념으로 4년간의 힘든 공부를 마치고 병원에 입사한 A씨. 그녀는 자신이 담당하던 병동이 포괄(포괄간호서비스 병동)로 바뀌고 나서 근무환경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토로했다.

A씨 뿐만이 아니다. 간호학과 동기 단톡방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힘든 점을 말해달라”고 말한 기자에게 적잖은 동기들이 연락을 해왔다.

N종합병원에서 3년간 근무하며 올초 승진한 간호사 B씨(여·26). 대학시절부터 뛰어난 성적, 고득점의 실습평가를 받은 그녀는 버티고 버티다 지난 6월 사직했다.

그녀는 ”우리 병동이 포괄로 바뀌고 나서 간호사가 병실 앞에서 상주해야하는데 병원 시설의 한계로 음압병실이 아닌 곳에도 결핵환자가 있다“며 ”이 환자로 인해 잠복결핵으로 판명된 환자도 많다“고 폭로했다.

이어 “사실 감염병에 언제든 걸릴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한다는 공포감은 직업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열심히 공부해 간호사가 된 내가 환자 커피나 타는 심부름을 하다 보니 자존감을 상실해 미련없이 그만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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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카카오톡 대화 중인 B씨의 증언.

보호자나 간병인의 도움 없이 간호사가 환자의 모든 케어를 담당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지난 2015년 도입됐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사실상 실패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환자는 간병비 2~3만원으로 하루 평균 10만원이 드는 간병비를 3/4가량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호사의 경우 죽어라 일해도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적인 업무가 아닌 ‘과외’ 일이 증가함에 따라 스트레스만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현상이 의료 질적 저하를 낳아 환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병원들도 선뜻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4 월 전국 42개 병원을 대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병원의 80%가량이 1~2개 병동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37개 병원(88.09%)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전체의 78.37%가 1~2개 병동만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1~2개 병동을 운영하는 것도 버겁다”고 털어놨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 역시 “정부는 탁상행정으로 인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무자비한 확대가 아닌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병동 운영 확대에 따른 어려움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실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1월 시작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기존에는 ‘포괄간호서비스’였으나 2016년 4월부터 현재 명칭으로 변경)의 취지는 훌륭하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주창하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한팀이 돼 중증 환자를 돌봐준다는 큰 그림은 의료복지 선진국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실현에 있어 세밀함이 여전히 부족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주 역할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초와 실무적인 어려움을 정부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이 통합서비스를 담당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퇴직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너무 많아 ‘퇴사순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 마저 나온다고 한다. 현실을 반영한 통합서비스의 해법을 정부가 지금이라도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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