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마켓
블라디보스토크 아르바트 거리에 위치한 한국 화장품 편집숍 아시아마켓에 현지인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 동효정 기자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에 힘입어 뷰티 본고장인 유럽에서의 ‘K뷰티’ 열풍은 예사롭지 않다.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유럽인 러시아에서도 국산 화장품을 찾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과 기차역을 잇는 사거리에는 더페이스샵 단독 매장이 눈에 띄었다. 블라디보스코트에서 가장 번화한 아르바트거리에도 잇츠스킨 단독 매장이 자리잡았다. 잇츠스킨 매장과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유명한 화장품만을 모아서 판매하는 편집숍 ‘아시안 마켓’도 현지인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올리브영’이라는 별명을 가진 츄다데이 매장에는 러시아 제품과 함께 한국 화장품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 화장품을 구경하는 모습이 매장 곳곳에서 포착됐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역이자 종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는 닥터자르트, AHC 등을 취급하는 편집 매장이 입점해 역을 지나는 현지인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해당 매장 관계자는 “러시아도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아 중저가 화장품이 인기가 높은 편”이라며 “젊은이들 중심으로 한류가 퍼지며 한국 화장품이 많이 나가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자연주의 성분이 각광받아 품질과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제품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최대 쇼핑몰 ‘칼리나몰’에는 에이블씨엔씨 미샤 매장이 지난 5월 오픈했다. 이른 아침에도 20~30대 젊은 여성들이 매장을 찾아 화장품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같은 층에는 노화 방지 ‘마유크림’으로 유명한 게리쏭코리아의 팝업 스토어도 입점했다.

매장에서 만난 미샤 현지인 직원은 “(미샤가) 러시아 브랜드보다는 가격이 비싸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이나 AHC 같은 한국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라 인기가 많다”며 “러시아인들은 한국인의 피부가 깨끗하다고 생각해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스킨 로션과 비비크림을 많이 구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칼리나 몰에 위치한 미샤 매장. 사진| 동효정 기자

에이블씨엔씨 미샤는 2012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최초로 러시아에 진출한 이래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샤(MISSHA)’라는 브랜드명이 현지에서는 사람 이름으로 친숙한 단어여서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였다. 이에 힘입어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12.3% 증가한 127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러시아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경제정책 중 하나인 신북방정책의 핵심국가다. 까다로운 수출 절차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진입장벽이 높았으나, 최근한류 열풍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화장품 수출액은 1억 5900만달러 (1838억 2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63% 증가한 수치다.

실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내수 부진으로 고전을 겪고 있으나 러시아 시장에서는 중저가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 러시아 시장 점유율 5위권이던 한국산 화장품은 지난해 전통적인 화장품 강국인 미국, 이탈리아, 독일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뷰티업계는 러시아 극동지방을 시작으로 서쪽으로 진출해 유럽 본고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샤 관계자는 “러시아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체코 브르노와 프라하에 각각 매장을 열고 선전 중”이라며 “유럽 지역의 추가 진출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vivid@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