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도티(나희선, 33)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평범합니다. 이력서에 '유튜버'라는 한 줄을 쓰기 위해서였죠. 생태계가 무르익기 전이었던 2013년, 그는 유튜브의 성장 가치를 알아봤고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채널 '도티TV'를 성장시키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구독자 250만 명의 게임 크리에이터이자 샌드박스 네트워크(SANDBOX NETWORK)의 창립자, 스타 PD의 러브콜을 받는 인플루언서로 성장했습니다.


'초통령'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그를 소개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생이 꼽은 올해의 인물 2위, 초등학생이 존경하는 인물 3위로 방탄소년단·세종대왕과 우위를 다투는 유명인사죠.


아이들은 왜 '도티TV'에 열광할까요? "어른들이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그가 플레이하는 '마인크래프트'는 유저 자율성이 높은 게임으로 매번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 가능합니다. 제작 의도에 맞게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크루들이 '케미'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버라이어티 예능과 상당히 유사하죠. 도티는 그 안에서 PD와 출연자 역할을 오가며 채널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던 지난 4월,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무기한 휴식을 선언했습니다. 만 5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상을 올려온 탓일까요? 번아웃이 찾아온 것입니다. 도티와 인간 나희선 사이의 괴리도 그를 괴롭혔습니다. 저 멀리 성장해 떠나가는 듯한 도티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지금 그는 봉사활동, 강연, 방송 출연 등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도티에 이입했던 삶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며 또 다른 그림을 그리는 중이죠.


최근 그는 '마리텔V2', '라디오스타' 등에 출연하며 방송국의 제작환경과 노하우를 경험하는 중입니다. 동시에 유튜버가 범대중적인 방송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있죠. "기존 미디어가 가진 유튜버에 대한 편견을 깨고 두 매체가 크로스오버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야심찬 그를 강남에 위치한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Q.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유튜브 활동을 쉬고 계셔요. 괜찮으신가요?


거의 다 나아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동안 도티에게 너무 이입해서 살았더라고요. 도티가 아닌 나희선으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하며 힐링하고 있습니다.


Q. '도티'라는 캐릭터와 실존 인물을 오가는 고충이 컸나봐요.


굉장히 컸어요. '굳이 도티와 나희선을 왜 분리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도티가 성장하는 만큼 제가 성장하고 행복했느냐는 별개의 일이더라고요. 나는 도티로서만 가치있는 사람일까, 도티의 인기가 떨어지고 나면 나희선은 아무 의미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불안했어요. 번아웃과 공황장애를 겪으며 절감했어요. '도티 이면에 많이 힘들어하던 내가 있었구나.'


Q. 요즘 방송에 자주 출연하시던데요.


방송 일은 도티로 불리지만 나희선으로 활동하는 일이에요. 영감을 주는 새로운 일이죠. 방송 활동을 하며 프리미엄 콘텐츠의 제작환경과 오랜 업력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경험하고 배우고 있어요. 쉬는 동안 진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처럼 말이에요.


욕심이 있다면, 기존 미디어에서 유튜브로 넘어오는 셀럽은 많은데 반대의 케이스는 많지 않잖아요. "쟤네 인터넷에서 B급 만드는 애들 아니야?"라는 식으로 유튜버들의 가치가 평가절하된 것도 사실이고요. 유튜버가 레거시미디어(정통미디어)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한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어요. 두 미디어가 크로스오버되는 환경도 만들고 싶고요.



Q. 연세대 출신의 인재인데, 전업 유튜버가 되는데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원래는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어요. 구독자 1,000명을 모아 이력서의 특별한 한 줄을 만들려던 게 흥미가 붙었죠. 한창 취업할 시기에 유튜버가 된다고 하니 반대보단 걱정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전 이 시장의 성장 가치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난 이 일을 해서 잘 될 수 있어. 구글이 광고비도 쉐어하고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플랫폼이야"라고 주위에 설명하고 다녔죠. 사명감을 갖고 싶었거든요. 제 생각엔 이게 맞아떨어졌어요.


Q.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편이었나 봐요.


네. 우유부단한 편이기도 했고 특이한 학생이기도 했죠. 꿈이 없었거든요.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훌륭한 사람이면 되지 굳이 한정해야 하나 싶었어요.


아, 그리고 저는 진성 덕후였어요. 대학 시절엔 김연아 선수에게 미쳐있었죠. 같은 다큐멘터리를 100번 넘게 봤을 정도니까요. 주니어시절부터 국가별, 해설별, 프레임별 모든 경기 영상을 모았고 네임드 팬이 되고 싶어 영상 편집을 배웠어요. 유튜브를 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진입장벽을 해소해준 게 김연아 선수예요. 김연아 선수 덕에 영상 편집도 배우고 유튜브도 하고 회사도 생긴 거고…. 나비효과처럼요.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도 엄청나게 팬입니다. 팬심을 넘어 신앙이죠. (웃음)


Q. 채널 '도티TV'를 소개해주신다면요.


대한민국 게임 채널 최초로 200만 구독자를 달성한 채널입니다. 누적 조회 수 24억 뷰·누적 영상 3,000여개, 휴식기를 갖기 전까진 365일 데일리로 영상을 업로드했죠. 마인크래프트로 시작해 종합 게임, 모바일 게임, 실사 브이로그, 커버송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쉽게 설명하자면 디지털 레고에요. 블록을 하나하나 쌓아 스튜디오를 만들고 그 안에서 게임을 하는 거죠. 추격전이 될 수도 퀴즈쇼가 될 수도 있고요. 마치 디지털 무한도전 같은 느낌? PD가 되고 싶은 학생으로서는 신세계였어요. 롤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진두지휘하는 PD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고 이렇게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Q. 유재석에게 굴욕을 준 '초통령'이기도 한데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기사가 자극적으로 나온 거지 유재석 씨가 훨씬 유명하시죠. 직접 만나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인기를 실감하진 않아요. 디지털에서 활동하는 거고 얼굴이 많이 노출된 것도 아니라서요. 아이들은 절 많이 알아보지만, 일상의 영역에서는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없거든요. 그렇지만 구독자 수나 조회 수를 보며 매체력에 대한 실감은 늘 하고 있습니다.


Q. 20대·30대에겐 낯설지만 10대 사이에선 인기가 뜨겁던데요. 팬아트도 있더라고요.


아이돌 문화의 상징인 팬픽도 있어요. 하하. 앨범을 내기도 했고요.

디지털 문화의 속성인 것 같아요. 과거처럼 가족이 국민 예능이나 국민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내 맘에 드는 것을 취사선택하죠. 내로우캐스트(narrowcast :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대상을 타겟팅)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많다 보니 굳이 취향에 맞지 않는 걸 볼 이유가 없잖아요. 20대만 되어도 '도티가 누군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하는 게 당연한 거예요.


Q. 음원까지 발매하시다니 게임 유튜버로는 이례적이네요. 10대를 염두에 둬서인가요?


유튜브를 하다 보니 호응하는 세대가 10대가 되었던 거지 특별히 겨냥한 건 아니에요. 영유아들은 뽀로로, 타요 등 소비할 게 많은데 초등학생들에게는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더라고요. 그 빈 공간에 도티가 캐릭터 상품으로 가치를 갖게 된 거죠. 그 세대가 좋아하는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여하다 보니 음악이 필요해 앨범을 내게 되었고 방영권 사업이나 출판도 하게 되었고요. 다양한 분야에 좋은 레퍼런스와 전례가 되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미디어 역사에 한 획을 긋지 않았을까요?



Q. 다중채널 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창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필생 대표와는 고등학교 시절 절친이었어요. 구글에서 일하며 '도티TV'의 성장을 지켜봤죠. 제 채널이 가진 매체력이 비지니스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기존의 훌륭한 엔터 사업자들이 아이돌과 배우의 가치를 높였 듯 크리에이터들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의 마두에 서고 싶어 의기투합했죠. 처음엔 직원이 두 명 뿐이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하며 만들어갔죠.


지금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정직원 200명에 소속 크리에이터만 300명이니 큰 사회로 성장한 셈이죠. 매니지먼트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채널을 보유했으니 방송국 역할을 하고 있고 제작 프로덕션 역할도 하고 있어요. 거기에 매체력을 광고 세일즈하고 있고요. 정말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어요. 노력하는 만큼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요.


Q. 지오커플, 홍진영 등 연예인들이 크리에이터로 소속되어 있어요. 최근 유병재 씨는 전속 영입했던데요.


이제 섭외가 되지 않아도 콘텐츠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에요. 예스리야 커플도 본인들의 기획과 케미로 사랑받고 있고요. 그런 걸 보며 기존 미디어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이 새로운 방법을 찾았고 디지털 미디어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유튜브와 방송의 경계가 무너지며 두 미디어를 아우를 수 있는 셀럽의 가치가 높아질 거로 생각해요. 유병재는 유튜브에도 본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유통했고 방송에서도 인지도가 있죠. 양쪽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탤런트예요. 유병재를 필두로 연예 엔터 쪽의 역량을 길러갈 계획입니다.


Q. 구독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오랜만에 인터뷰를 통해 인사드립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많이 나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는데 놀라지 마시고요. 제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거니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인 기운과 영감을 받아 좋은 기획이 마련된다면 유튜브에도 조속히 복귀할 테니 잊지 말아 주세요. 앞으로도 응원 많이 부탁드려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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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ㅣ 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방송, 유튜브,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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