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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당구 신예 서한솔이 13일 서울 강남에 있는 김치빌리아드 교대점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프로당구협회(PBA)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평생 당구선수 꿈…외모보다 실력 어필하고파.”

프로당구 LPBA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서한솔(22)은 20대 초반 나이답지 않게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서한솔은 김가영, 차유람 위주로 주목받는 여자 프로당구 시장에서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끝난 2019~2020시즌 LPBA 2차 투어에서 결승에 올라 임정숙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대회 내내 정교한 샷과 여유로운 자세로 호평받았다. 여기에 걸그룹 못지않은 매력적인 미모로 대회장을 찾은 ‘삼촌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식 선수로 큐를 잡은 지 5년 만에 거둔 성과여서 그의 잠재력은 높게 평가받는다. 고교 시절 우연히 당구장에서 포켓을 접했다가 재능을 확인한 그는 2017년 10월 대한당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한 뒤 지난 4월 인제오미자배 3쿠션 여자부에서 준우승했다. 최근 프로 선수로 전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LPBA 2차 투어에서 생애 두 번째 준우승을 달성했다. 13일 서울 강남에 있는 김치빌리아드 교대점에서 만난 그는 “운도 따랐지만 나름대로 프로 선수답게 치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준우승 이후엔 ‘운 좋게 (결승에) 올라갔구나’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보완 과제 위주로 훈련 중”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차 대회 준우승 이후 ‘삼촌 팬’이 많아졌는데.

너무나 감사하다. 인천 부평에 있는 당구클럽에서 훈련하는데 학생 때부터 친삼촌 같은 분들과 어울려 지냈다. 그래서 응원이 더 와닿는다. 이번에도 TV에서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더 많이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더라. 다만 난 내 모습을 보면 창피하다.(웃음)

(외모로도 화제였는데?)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난 외모보다 실력으로 더 어필하고 싶다.

- 당구를 어떤 계기로 접했나.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친구들과 포켓을 재미로 쳐봤다. 4구도 조금 경험하긴 했는데, 당구장에 중대와 대대가 다 있었는데 대대에서 치는 분들을 유심해 보게 됐다. 우리는 수다 떨면서 재미로 치는데 대대에서는 서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고 진중하게 치시더라. 그 후 거짓말처럼 3쿠션에 빠지게 됐는데 동호인 대회에 나가서 입상도 했다. 내가 삼남매 중 막내다. 부모님께서 공부보다 당구에 더 재능이 있다고 여기셨는지 흔쾌히 당구에 집중하라고 응원해주셨다.(웃음)

- 5년간 아마추어~프로를 거치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낸 원동력은.

일단 내게 스승 두 분이 계시다. 부평에서 당구클럽을 운영하신 홍석태 대표와 현재 PBA 2부 투어에서 활동 중인 권혁민 프로다. 기술 뿐 아니라 기초를 다지려고 별 훈련을 한 것 같다. 특히 다른 선수보다 (스트로크 과정에서) 힘이 약했는데 두꺼운 고무줄을 꼬아서 한쪽에 묶어둔 뒤 잡아당기면서 근력 운동을 미친 듯이 했다. 실제 경기에서 스스로 힘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

- 결승전 패배에도 우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등 대회 내내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난 도전할 시간이 더 많은 선수다.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대회를 치르는 데 그래서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멘탈이 강한 것 같은데?)

동호인 대회 때부터 역전승도 잘하고 그런 모습에 그런 말을 많이 해주시더라. 내 장점이 사실 별 생각이나 감정없이 큐를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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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솔이 지난달 25일 LPBA 2차 투어 결승전에서 큐를 잡은 채 집중하고 있다. 제공 | PBA

- 롤모델은.

(PBA 초대 챔피언인)그리스의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공 배치에 맞는 당점을 정말 정확하게 판단한다. 힘과 정확도를 겸비한 선수여서 배울 게 많다.

- 학생이거나 사회인인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서 남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

당구장, 그리고 당구장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나의 주 환경이 돼서 딱히 외로운 건 모르겠다. 요즘도 하루 10시간을 당구장에서 보낸다. 취미도 딱히 없다. 당구장에서 친구, 삼촌들과 수다떠는 것이다. 다만 가끔 다른 분야의 또래 친구를 만나면 대화 코드가 안 맞더라. 삼촌들과 어울리니까 난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잘 몰라서 ‘애늙은이냐’는 소리도 듣는다.(웃음)

- 당구를 통해 꿈꾸는 게 있다면.

과거엔 선수로 우승을 경험한 뒤 멋진 클럽을 경영해보고 싶었는데 과거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해보면서 포기했다. 너무 신경 쓸 게 많고 어려운 일이더라. 난 그저 지금처럼 대회를 준비하고 연구하는 선수로 평생을 사는 게 최고의 바람이다.

서한솔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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