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환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선과 악이 둘 다 있는 얼굴이 내 장점. 어떻게 해야 극과 극으로 잘 달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배우 우도환이 열일 행보 중이다. 여러 작품을 이어가며 조금씩 다양한 캐릭터를 변주하는 중이지만, 악역이라는 교집합이 생기고 있다. 현재 상영중인 영화 ‘사자’(김주환 감독)에서는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검은 주교를 믿는 지신 역으로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요즘은 워낙 대중적으로 악역도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고 있어 우도환의 선택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이번 영화로 주연 반열에 올랐으니 선택이 더욱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그는 처음에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궁금증을 일으켰다. 우도환은 “자신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극중 나오는 우물이 어떤 우물인지도 모르겠고, 악도 어떤 악인지도 모르고, 레퍼런스를 찾아보고 할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용기가 필요했다. 그런게 설명된 글이 아니었다”며 고민을 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김주환 감독 덕분이었다. 그는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 글을 보고는 어떻게 화면으로 구현될지, 어떻게 찍을지 전혀 모르겠더라. 그래서 감독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만난 감독님은 ‘이 씬은 이렇게 나올 것 같다’는 식으로 일일이 설명해줬다”면서 “제가 할수 있게 된건 99% 감독님 덕분이다. 다 감독님께서 용기를 줘서 가능했다. 감독님의 세계관이 확실해서 그안에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확실히 그 지점이 두려웠다. 없었던걸 만드는게 두려웠다. 처음 시도하는것으로 세상 밖에 나오는게 두려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스크린으로 확인한 모습에는 만족할까. 우도환은 “그렇게 큰 화면으로 크게 보는 내가 처음이어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아쉬운게 많았다. 작은 화면으로 모니터링할 때는 몰랐던게 큰 화면으로 보니까 디테일하게 다 보이더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우도환은 이번 영화에서 창백한 지신의 극악무도하고 섬뜩한 표정부터 특수분장으로 구현한 새로운 악의 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에 우도환은 “비주얼적이 부분은 제게 전부 다 도전이었다. 특수분장뿐 아니라 앞머리를 올리고 대중앞에 선게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트도 그렇고 신부복을 입을 때도 그렇고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 신경 썼다”는 그는 “마지막까지 비주얼로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지신 비주얼의 화룡정점은 특수분장이었다. 우도환은 “한번 특수분장을 하면 7시간 정도가 걸렸다. 디지털로 입히기보다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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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특수분장을 했다. 그게 더 힘든데 다음날 입을걸 또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특수분장팀은 잠을 못잤다. 액션연기를 하다가 찢어지면 또 한시간이 날아가고, 벗는데도 한시간씩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웬만하면 잘 안하는 작업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했다. 그런걸 내가 언제 또 경험하겠나”하며 다시 한번 감독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더했다. “비주얼에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쓰셨다. 감독님께서 내게 ‘비주얼적으로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고도 하셨다. 그래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의상팀, 분장팀, 그리고 감독님까지 계속 더 좋은게 뭘까 생가하면서 지신이 만들어졌다. 사실 특수분장이 이렇게 강할지는 몰랐다. 감독님이 처음엔 말씀 안하셨다. 감독님도 그정도일줄은 몰랐던 것 같다. 처음에는 특수분장을 부분부분 하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더 커지게 됐다.”

비주얼면에서는 보여줄게 많았지만, 지신이 왜 검은 주교를 믿게 됐는지 등 지신의 서사는 영화에 설명되지 않아 우도환의 팬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우도환은 “많은 분들이 물어봐줘서 고맙다. 저는 궁금해하셨다는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면서 “저도 연기할 때는 생각을 하고, 감독님과도 서사를 이야기했다. 연기하는데 합리화하기 위해서다. 지신이 가장 나약했을 때 검은 주교를 만난게 아닐까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용후(박서준 분)랑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용후는 예수님이 옆에 계셨다면 짓니은 가장 약했을 때 검은 주교가 있지 않았을까”라면서 “이번 영화가 잘 되면 그런 서사가 담긴 새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속편을 기대했다.

악역을 연이어 하는 것에 대한 마음은 어떨까. 그는 “감독님, 작가님들이 악역으로 많이들 찾아준다”면서 “어떻게 보면 영화 ‘마스터’(2016)로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린 입장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들이 한분 한분 똑같이 말씀하시는게 ‘선과 악이 둘 다 있는 얼굴이어서 좋다’고 해주신다. 이게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밀고 가야하는 부분이구나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좀더 노력을 한다”는 우도환은 “어떻게 해야 극과 극으로 잘 달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신 역 역시 “착한 척도 하고 못난 척도 해야하고, 지신 본연의 모습에선 날렵한 모습도 있어야 해서 김주환 감독님도 저에게 같이 하자고 말해준게 아닐까 한다”고 봤다.

변신에 대한 욕심이 있지는 않을까 물었다. 적어도 어두운 이미지를 털어내고 싶은 마음은 있을 수 있을 듯했다. 우도환은 “좋은 작품이 있으면 도전하고 싶다. 지금 영화로는 ‘마스터’, ‘사자’, 다음 작품인 ‘귀수’까지 비슷한 느낌이다. 거기서도 각자 다른 악역이다. 다른 걸 하고 싶지 않은건 거짓말이다. 다른것도 보여주고 싶고, 도전하고 싶다”면서도 “그래도 저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이어서 “내가 잘 하는 건 대중들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내가 ‘마스터’에 나온걸 알아봐주니까 내가 이걸 잘 하는 건가 하게 되고, 드라마 속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면 내가 이걸 잘 하나 하게 된다. 판단은 대중들이 해주시는거고, 그걸 좋아해주시면 그게 내 장점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변신도 절대 틀리다는게 아니다”라면서 “다만 나는 나를 좋아해주시면 그걸 하는게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 혼자 거울 보고 연기하는게 아니니까 대중들이 좋아해주시는게 궁극적으로 중요한거지 않나. 그리고 좋은 연기로 보답하면 되는거다. 기대치가 있으니까 그걸 충족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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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게 자신의 현재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아내는 우도환이어서 앞으로 그가 그려낼 필모그래피가 더욱 기대된다. 우도환은 “관심 가져주시는 것 자체가 내가 더 행복하게 재밌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어떤 모습을 원하시고 어떤 스타일을 원하시는지 알려주신다. 그런 댓글을 일일이 다 찾아보진 못하지만,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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