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강정호가 11일(한국시간)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수비에 나서고 있다. 2019.04.11. 시카고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강정호(32)가 다시 어두운 미래와 마주했다. 2016년 12월 음주사고 이후 격동의 시간을 보냈던 강정호는 지난 겨울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얻은 기회를 끝내 살리지 못했다. 2015년부터 입었던 피츠버그 유니폼을 벗게 되면서 한국복귀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일단은 미국에서 반등을 노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피츠버그는 지난 3일(한국시간) 강정호의 양도지명(Designated For Assignment)을 발표했다. 양도지명 절차에 따라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강정호 영입을 원하는 구단은 오는 10일까지 피츠버그의 계약을 승계한 상태로 강정호를 데려갈 수 있다. 10일 이후에도 소속팀을 구하지 못할 경우 강정호는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일단 전망이 마냥 밝지는 않다. 피츠버그 지역언론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4일 “누군가 강정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승산이 없는 듯하다”며 강정호의 이적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시선도 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닷컴은 “32세의 강정호는 아직 힘이 남아있다. 여전히 메이저리그에 어울리는 내야수가 될 수 있다”면서 “아마 마이너리그 계약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강정호는 올시즌 적은 출장기회 속에서도 홈런 10개를 기록했다. 올시즌 하드히트(타구 속도 95마일·약 153㎞ 이상) 비율 46.4%로 2015시즌의 46.1%, 2016시즌의 39.0%보다 높다. 리그 전체로 시선을 돌려도 하드히트 비율만 놓고 보면 내야수 중 상위권이다. 물론 삼진 비율이 32.4%에 달한다. 정확도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고 타율도 0.169에 불과하다. 그래도 최근 빅리그 구단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강정호의 하드히트 비율은 구미가 당기는 요소다.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실책이 1개 뿐이라는 점도 강정호를 평가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오는 10일까지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강정호를 데려가거나 10일 이후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안하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강정호는 당장 한국복귀의 길이 막혀있다. 2016월 12월 일으킨 음주사고로 KBO리그에 돌아올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아직 강정호 선수의 한국복귀에 대한 입장이 결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상벌위원회 개최 시점도 결정할 수 없다. 한국복귀를 발표하거나 KBO리그 구단과 계약이 성립되는 시점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야 하지 않겠나”고 밝혔다. 강정호는 2017년 3월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실형을 받았다. 사실상 올시즌 중 강정호가 KBO리그 그라운드를 밟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듬해 복귀도 장담하기 힘든 상태다.

실전을 소화할 수 있는 무대가 제한된 만큼 재기를 꾀할 수 있는 장소도 미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0일 양도지명 마감일 전후로 새 팀을 찾고 다시 빅리그 무대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게 강정호에게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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