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자유특구 정책에 강하게 반발안전성·전문성 떨어져…의약품처방 논란의료산업 발전 기폭제 될 거라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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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를 강행한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제공|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정부가 지난달 23일 강원도 일대에 거주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의료계는 원격의료 확대를 막기 위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원격의료는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의사가 먼 거리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대중 정부가 원격의료를 정보화 구현의 매개체라고 거론한 뒤부터 ‘원격의료’라는 단어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의 기폭제로 떠올랐고, 강한 반발로 인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박영선 장관이 이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강원도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이로써 원격의료가 강원도 일대에 거주하는 고혈압·당뇨 환자 400명에게 2년간 허용된다. 특히 오지에 거주하는 환자는 시내로 나오지 않고 동네 의원에서 원격의료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어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같은 원격의료 실험이 전국으로 확대될 지는 미지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원격의료정책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면의료의 중요성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언급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안전성·전문성이 떨어지는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료 관련 정책 시행을 보건복지부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가 맡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총파업 투쟁을 전개해 해당 정책을 강력히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의사회는 “원격진료가 오진의 가능성을 높이며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러한 사안을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원격의료 진단지원시스템 등을 제조하는 대기업의 주머니만 불릴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행정독재를 멈추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협회와 시민단체 반발로 인해 원격진료를 위한 의료법 개정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여당 의원들조차 문 대통령의 의료법 개정 의지에 선뜻 동의를 표하지 않았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국회 업무보고에서 “원격의료는 보완적·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이러한 의료계 반발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영환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오지에 거주하는 만성질환자가 원격의료의 혜택을 못 보는 우리나라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향후 우리나라의 우수한 ICT, 의료인력 정보가 결합되면 의료선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원격진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며 “4차산업혁명을 맞아 원격의료가 의료산업 발전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해 의료사각지대에 처한 사람들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원격의료가 현실적인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서비스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4차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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