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온라인 상에는 이미 도쿄 올림픽 오륜기를 방사능 표시로 패러디한 이미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출처=포털사이트 캡처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먹거리가 가장 큰 문제다.”

일본이 도쿄 올림픽을 ‘방사능 안전지대’로 홍보하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된 터라 올림픽 참가를 꿈꾸는 대표급 선수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야구 대표팀은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70㎞ 남짓 떨어진 후쿠시마의 아즈마 구장에서 경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등은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뒤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올해 11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 예선 성격인 프리미어 12 대표팀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대한체육회와 KBO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을 막아야 한다. 식재료 뿐만 아니라 경기장 주변 환경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해야 한다. 모든 안전이 보장됐을 때 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선수들은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답변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서울이 30일 KBO리그 각 구단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야구 외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활약한 수도권 구단의 한 선수는 “아시안게임 때도 한식당에서만 식사를 했는데 여러 선수들이 배탈로 고생했다. 국제대회를 해외에서 치르면 선수들에게 음식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방사능에 노출됐을 수도 있는 식재료를 섭취하라고 하는 것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확실히 검증했다더라도 불안한 게 사실이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경험이 있는 현역 감독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는 방사능 피폭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영광이지만 선수들이 오로지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부 피폭보다 훨씬 예후가 좋지 않다는 내부 피폭일 경우 자녀에게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다른 감독도 “KBO와 대한체육회 모두 후쿠시마 경기장과 식재료 등 주변 환경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한 감독 역시 “과거 올림픽 때에도 한국에서 음식을 직접 공수해서 먹었다. 이번 논란도 선수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는만큼 국내에서 식재료를 직접 공수해서 먹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선수단 모두 외부 피폭보다 음식물 섭취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피폭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 지방 구단의 한 선수는 “찝찝한 기분은 분명 있겠지만 일본 선수단도 같은 식사를 한다면 ‘음식에 나쁜 짓을 하겠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선수는 “(올림픽 참가를 확정한 것도,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아니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후쿠시마산 식재로를 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한 뒤 눈 앞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해당지역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완화하라는 움직임이 본격화 될 소지가 있다. 일본이 올림픽을 통해 ‘방사능 안전지대’라는 것을 검증했다고 주장하며 전 세계에 재앙을 불러 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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