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_정다워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는 쏘아보며 믹스트존을 떠났다.

유벤투스는 26일 팀 K리그와의 친선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성적표가 중요하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인 호날두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일정이 진행되는 내내 우여곡절이 거듭됐다. 당일 오전 중국에서 출발한 유벤투스의 입국이 기상 악화로 인해 늦어졌고, 한국에서도 교통 체증으로 인해 줄줄이 일정이 밀렸다. 경기 전 호날두가 나서기로 했던 팬 사인회도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다른 선수로 대체되기도 했다. 결국 기존 킥오프 시간이었던 8시가 돼서야 경기장에 도착한 유벤투스는 30분 정도에 그라운드로 들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경기는 예정보다 50여분 늦어진 8시57분에 킥오프했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호날두는 전후반 내내 그라운드를 지켰다. ‘45분 의무 출전 조항’이 계약 사항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에 이례적인 결과였다. 전반 호날두의 손짓 한 번에도 환호성이 쏟아지던 상암벌의 분위기는 후반 끊임없는 야유로 돌변했다. 후반 14분 유벤투스가 대거 교체를 단행한 가운데에서도 호날두는 끝까지 몸도 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기다림에 지친 팬들은 먼저 자리를 떴다. 급기야는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의 이름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팬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으며 굳은 표정으로 내내 벤치를 지키던 슈퍼스타는 결국 피치를 밟지 않고 떠났다.

믹스트존에는 자초지종을 묻고자 하는 취재진들이 가득했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구단 버스를 향해 빠르게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선수단 중에서도 거의 마지막 순번으로 믹스트존에 나온 호날두는 경호원들을 대동했다.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호날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왜 45분을 뛰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호날두는 인파 속 질문의 진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묵묵무답으로 일관하며 쏘아보는 눈빛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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