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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낚시에는 소질이 없고 적성에도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변의 도움으로 몇 마릴 잡긴했다.
[제주=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제주도를 여행할 때 고민되는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 뿐만이 아니다.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몇 날을 보낼 수도 있다. 그곳이 바로 제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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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수많은 ‘할 것’이 있다.
사실 제주도 여행만큼 다양한 방법은 없다. 해운대를 가거나 강릉으로 피서가는 것과는 경우가 좀 다르다. 일단 섬의 동서남북 규모가 타지역보다 크고 다양한 인프라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약 1849㎢ 면적의 제주도는 결코 작은 목적지가 아니다)바다와 산, 계곡이 있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동북아 최고 인기 여행지답게 콘텐츠와 그에 맞춘 시설도 알차게 들어앉아 있어 더욱 선택의 폭이 넓다.게다가 그냥 ‘늘어지는 여행’(한국인이 가장 하기 힘든 여행법이긴 하다)에도 제주도가 제격이다. 훌륭한 리조트와 게스트하우스, 카페, 식당 등 지친 이들을 위한 수많은 휴양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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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물만 바라본 낚시 체험. 관수(觀水)에는 역시 낚시가 제격인 듯 하다.
제주도를 즐기는 여러 방법 중 이번엔 낚시에 도전했다. 몇년 전 방어 낚시에 도전했다가 변변한 방어 한번 못해보고 돌아선 기억이 있지만, 이번엔 한치 앞도 안보이는 검은 밤바다에서 한치 낚시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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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낚시에 도전했다. 결과는 뭐 꼭 생선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 치 앞도 못 본 낚시 체험

제주 성산 밤바다의 푸른 바닷물. “저 물속엔 분명히 한치가 우글대겠지요?”, 우도와 성산일출봉 사이에 떠 있는 인공섬 아일랜드F 위에서 나는 옆의 누군가에 물었다. “어제는 많이 있었어요”. 그는 알쏭달쏭하지만 비교적 희망적인 대답으로 돌려줬다.(낚시터에선 항상 ‘어제까지는 많이 잡혔다’는 말을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사방이 깜깜해지고 여기저기서 짓고 있는 신도시 같은 집어등이 불을 훤히 밝혔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한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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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낚시는 여름 제주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동안 난 몇 줄기 해초를 낚았고 에기(새우 모양 가짜 미끼)도 여러 번 낚았다. 진짜 새우였다면 난 아마 포레스트 검프 못잖은 새우 부자가 됐을 게다. 옆자리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어둠은 깊어만 갔다. 말을 하지 않고 캐스팅만 던져대는 약 1시간 동안은 내게 매우 길었다. 내가 다시 한번 커다란 해초(톳을 닮은 갈조류였다)를 낚았을 때 갑자기 옆자리가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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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낚시를 즐기는 관광객. 하염없이 낚싯줄이 꽂힌 물만 바라보고 있다.

한치가 올라온 것이다. 번쩍이는 몸통, 짧은 다리로 에기를 거머쥔 한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뱃전으로 올랐다. 의기양양 카메라 앞에서 셔터 세례를 받는 한류스타처럼 한치는 하필 옆자리 에기를 물었다. 그 옆엔 내 것도 있었는데….

옆자리와 그 건너 자리는 엔드 크레딧처럼 천천히 한치가 올라왔고 난 부아가 올랐다. 슬슬 혈압도 오르고 주섬주섬 챙겨 먹은 간식에 혈당마저 올랐다.

혹시나 해서 잡은 한치를 담은 어항에 낚싯바늘을 넣어봤다. 동일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집어등 격으로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도 봤지만 역시 내 것은 물지 않는다. 정답은 정했다. 가짜였든 어쨌든 내 플라스틱 새우는 한치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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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이런 떠들썩한 소리 없이 고요한 가운데 한치낚시를 즐기고 있다.

낚시를 지극히 좋아하는 이도 있지만 아닌 부류도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난 후자에 속한다. 그동안 트롤, 견지, 배견지, 플라이 낚시에다 북해·인도양·남태평양 낚싯배까지 두루 섭렵했다. 또 바라쿠다 등 괴상한 생선 몇 마리를 잡아보기도 했지만 이는 오로지 레저가 아닌 취재를 위한 ‘업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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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도 한치 낚시 등 전문낚시를 체험할 수 있는 아일랜드F.

솔직히 말해 지렁이는 징그러웠고 물 비린내는 유쾌하지 않았다. 힘차게 던진 바늘은 항상 남의 고어텍스나 내 살을 뀄다. 특히 띄엄띄엄 떨어져 떠들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 지루함이란 퍽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밤 낚시는 더욱 그랬다. 붕어가 좋다는 어느 밤 저수지에 서너 시간을 앉아 모기만 ‘반 되’ 정도 잡은 적 있었기 때문이다.

생선은 시장에서 사는 것이며 낚시질은 어부나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최근 주변에서 모두들 낚시 낚시 외친다. 이것저것 볼 것 없이 무조건 ‘레저의 으뜸’이라 추켜세우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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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낚시. 그러나 잡히지 않았다.

얼마 전 어느 집에서 무늬오징어를 무척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나도 잡겠다”며 출조에 나섰던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랬다. 처음 도전해 본 한치 낚시는 내게 다시 한번 좌절을 안겨줬다.

다만 한 낮의 지렁이 낚시는 꽤 좋았다. 어랭이(용치놀래기의 제주 방언)와 달고기까지 올라왔다. 시꺼먼 보름달이 몸통에 박힌 놈이다. 의기양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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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치놀래기를 잡았다.

◇손맛은 됐고, 눈과 입으로 한 낚시

바지선을 인공섬으로 단장한 아일랜드F는 낚시 초보가 도전하기 좋다. 배낚시와는 달리 멀미를 안해서 좋고 슬슬 돌아다니기에도 딱이다. 폼도 잡아주고 요령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꿈틀거리는 갯지렁이도 꿰어주니 거리낄 것이 없다. 사방 포인트에 낚싯대를 걸어뒀다가 카페에서 커피나 맥주 한잔 마시며 유유자적하는 것도 꽤 관심 가는 잿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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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도 잘 없을 근사한 스위트룸도 갖췄다.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도 매력이다.

섬에는 근사한 호텔(스위트룸 포한 16실)도 있다.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벗삼아 잠을 청하고 그저 창문만 열어도 유명한 ‘성산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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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낚시에 몰두 중인 기자.

심드렁하게 물에 드리운 낚싯대만 잡고 있는데 레스토랑에서 한치를 차려놨대서 얼른 놓고 달려갔다. 낚시론 못잡아도 입으로라도 잡아야지. 뜨거운 한치 튀김을 덥썩 베어 물었다. 하아~ 뜨거운 김이 확 밀려들어 오는데 한치 특유의 달달한 향이 배었다. 찹쌀떡처럼 쫀득쫀득한데 부드럽기까지 하다. 못 잡은 놈이 많이도 먹는다. 내일 입천장에서 종이비누 같은 게 나오더라도 양손을 교차해가며 계속 집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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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를 먹긴했다.

한치는 다리가 한 치(3㎝) 밖에 안된대서 붙은 이름이다. 오징어가 아니라 큰 꼴뚜기 종류다. 담백한 한치는 지금 제철이다. 제주에선 가늘게 썬 횟감이나 주로 된장을 풀어 물회로 먹는데 이때 빙초산(사실은 식초)을 넣는다. 빙초산이라니, 께름칙했지만 따라 해봤는데 새콤한 것이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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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튀김. 아일랜드F 레스토랑에선 잡아온 생선이나 제주산 식재료를 가지고 직접 조리해준다.

레스토랑에선 직접 잡은 고기나 제주산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척척 낸다. 한치는 옷을 입혀 튀기거나 몸통을 제주 흑돼지와 채소로 만든 소를 채워 한치 고기만두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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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를 먹긴했다. 제주산 식재료로 만든 한치피 고기만두.

샐러드도 볶음밥도 보통 솜씨가 아니다. 게다가 제주 밤바다에 둥둥 떠서 즐기는 분위기까지 일품이다. 미쉐린 가이드 셰프 김민섭 씨가 내려와 식도를 잡았다. 생맥주나 아이스커피도 즐길 수 있고 낚시터의 시그니처 메뉴 ‘컵라면’도 판다.

돈으로 지불해도 되고 낚은 생선을 줘도 된다. 생선은 매일 시세가 바뀌는데 보통 어랭이와 달고기 몇 마리를 잡으면 밥이나 커피를 사먹을 수 있다. 고기를 잡아 생계를 해결하다니…, 진정한 ‘프로 낚시꾼’이 되는 순간이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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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F는 초보자도 쉽게 낚시와 친해질 수 있어 낚시광들이 가족을 데려가 맛을 보여주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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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를 옮겨다니며 누구나 낚시의 재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행정보

50m×15m 2층 인공섬 아일랜드F는 바지선(1000톤급)으로 우도여객선터미널에서 갈 수 있다. 약 5분 정도 운항하는 여객선은 1시간30분 간격이라 언제라도 오갈 수 있다. 왕복요금 4000원. 여름엔 주간 체험낚시(2만5000원)와 야간 한치낚시(3만5000원)를 즐길 수 있도록 낚싯대와 미끼, 낚시 강습을 제공한다. 각 3시간. 국내 유일 해상 호텔은 일반객실 10만원(2인 기준)인데 낚시 체험비를 50% 할인해주니 더욱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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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F 야간 한치낚시.

잡은 고기를 가져갈 수 있으며 시세대로 아일랜드F 코인과 바꿔 레스토랑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낚시에 아예 관심없는 이라도 어느 곳에도 없는 눈부신 풍경을 즐기며 커피나 맥주, 식사를 즐기는 ‘해상 카페’로 생각하고 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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