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람
4년 만에 당구 현역 선수로 돌아온 차유람이 22일 롯데호텔월드(잠실)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 64강 서바이벌 경기에서 샷에 집중하고 있다. 제공 | 프로당구협회(PBA)

[잠실=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호된 신고식이었다.

3쿠션 프로 당구를 통해 4년 만에 현역 선수로 복귀한 차유람(32)이 첫 경기에서 진땀을 흘렸다. 차유람은 22일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LPBA) 64강 1조 서바이벌 경기에서 30점을 기록, 히가시우치 나츠미(78점), 김갑선, 박수아(이상 46점)에게 밀려 최하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2006 도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구 국가대표로 뛴 차유람은 2010 세계9볼 암웨인 오픈, 2011 베이징 오픈 우승과 2009, 2013 실내무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포켓 부문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지난 2015년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면서 사실상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다가 최근 프로당구협회(PBA)가 남녀리그를 출범하면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지난달 파나소닉 오픈 초대 대회를 통해 선수 복귀 의지를 밝힌 그는 PBA 와일드카드 선수 자격으로 두 번째 대회인 이번 신한금융투자 챔피언십에 참가하게 됐다.

다만 첫 경기부터 차유람이 얼마나 경기력을 선보일지는 미지수였다. 테이블 크기서부터 큐까지 포켓과 다른 3쿠션인지라 단번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64강에서 지난달 초대 대회 챔피언 김갑선을 비롯해 2008 세계캐롬연맹(UMB) 여자세계선수권 3위를 차지한 박수아, 일본의 강자 히가시우치와 한 조에 묶였다. 더구나 프로당구만의 독특한 경기 방식도 차유람이 넘어야 할 산이었다. 64강 서바이벌 경기는 전,후반 45분 경기로 4명 선수가 50점씩 점수가 주어진 가운데 상대가 득점할 때마다 점수를 잃게 된다. 프로엔 2점짜리 뱅크샷이 포함돼 그야말로 살 떨리는 전쟁이다. 50점을 모두 잃으면 그대로 탈락한다. 정규 시간에 탈락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득점자 상위 2명이 32강에 진출한다. 여기에 아마당구는 40초 안에 샷을 하면 되나, 프로에서는 ‘30초 룰’이 주어진다.

연습 때부터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차유람은 1이닝 첫 샷에서 키스가 나오면서 득점에 실패한 데 이어 2~3이닝 역시 샷이 빗나갔다. 4이닝엔 뱅크샷을 시도했지만 길게 빠지면서 또다시 득점과 거리가 멀었다. 그 사이 박수아가 4점을 먼저 따내는 등 차유람을 압박했다. 그는 5이닝에도 다소 조급하게 비껴치기를 시도하다가 벗어났다. 6이닝 히가시우치가 뱅크샷을 포함해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차유람의 점수는 쭉쭉 내려갔다. 부담을 느낀 차유람은 이어진 공격에서 뜻하지 않게 30초를 벗어나 시간 반칙까지 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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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당구 현역 선수로 돌아온 차유람이 22일 롯데호텔월드(잠실)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 64강 서바이벌 경기에서 샷에 집중하고 있다. 제공 | 프로당구협회(PBA)

9이닝 이번엔 김갑선이 뒤돌려치기로 점수를 보태는 등 경쟁자 몸이 풀리면서 점수를 쌓았지만 차유람은 애석하게도 옆돌려치기가 또 벗어났다. 히가시우치가 60점대를 기록하면서 선두로 치고나간 가운데 차유람은 36점으로 최하위에 몰렸다. 12이닝 공격을 앞두고 차유람은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마음을 다잡은 뒤 차분하게 비껴치기를 시도했는데 마침내 첫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 이후 34분 만에 나온 그의 프로 데뷔 첫 득점. 기지개를 켠 그는 곧바로 뒤돌려치기를 포함해 3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13이닝에도 까다로운 포지션 플레이 공략에 성공하면서 연속 2점을 해내는 등 조금씩 자신의 클래스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후반 들어 다시 샷이 흔들렸다. 13분12초가 지나 19이닝 만에 후반 첫 득점에 성공했다. 19이닝까지 히가시우치가 76점, 김갑선이 60점으로 1~2위를 달린 가운데 차유람은 36점으로 박수아(28점)와 함께 탈락 위기에 몰렸다. 후반 30여 분을 남겨두고 20, 21이닝에 한차례씩 공격에 성공했지만 연속 득점에 실패하면서 좀처럼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점수를 내지 못한 박수아가 22이닝 뱅크샷을 포함해 연속 득점을 해내면서 35점을 기록, 차유람(39점)을 4점 차까지 추격했다. 이어 5분여를 남겨두고 28이닝에도 다시 연속 득점을 가동하면서 48점을 기록하면서 후반 주춤했던 김갑선(44점)을 밀어내고 한때 2위까지 올라섰다.

결국 히가시우치가 78점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막판 2위 싸움에서 김갑선과 박수아가 나란히 46점을 기록했다. 하이런에서 김갑선이 앞서 가까스로 2위를 차지하며 32강에 합류했다. 차유람은 끝내 뒤집기에 실패하면서 30점으로 최하위를 기록, 프로 데뷔전에서 쓴맛을 봤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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