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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윤대경. 이천|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지난 봄, 한화 스카우트팀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화 이상군 스카우트 총괄이 5월 일본으로 넘어가 독립리그 투수 윤대경(25)을 직접 확인했다. 그 후 전체 스카우트팀이 그의 투구 영상을 보고 평가했다. “가벼운 몸이 탄탄해졌으며 투구폼이 예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영입대상자로 결론을 내렸고 스카우트팀의 의견은 단장 보고를 거쳤다. 지난 3일 일사천리로 계약까지 마무리했다. 그렇게 윤대경은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일본 독립리그는 KBO리그 10개 구단에 7월 무렵 소속선수의 정보를 보낸다. 기량이 검증된 선수를 추려 영입 여부를 타진한다. 윤대경은 각 팀이 탐낼 만한 기량을 갖춘 투수였다. 그를 눈여겨보던 한화가 독립구단의 공식 정보공개에 앞서 재빨리 그를 ‘잡아온’ 것이다. 스카우트 세계에선 쓸 만한 선수의 영입전을 두고 “잡아온다”라는 표현을 쓴다.

10개 구단 스카우트 팀은 야구를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저인망을 던져놓은 가운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독립리그 출신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SK의 새 마무리투수 하재훈이다.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와 일본 야쿠르트를 거친 하재훈은 SK 입단 직전 일본 독립리그에서 주로 야수로 뛰었다. SK는 지난해 그를 야수가 아닌 투수로 지명했다. 강속구 투수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 샀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카우트팀에서 하재훈의 능력을 정확하게 분석한 게 주효했다.

한화 역시 윤대경의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한 발 먼저 낚아챘다. 그리고 한화는 그를 곧바로 실전에 투입해 검증에 들어갔다. 윤대경은 7월 퓨처스 두 경기에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랜 기간 투수를 조련해 온 한화 최계훈 2군 감독은 윤대경에 대해 “조금 더 봐야 알겠지만 갈수록 나아지는 듯하다. 제구는 괜찮은 것 같고 차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 역시 최 감독과 마찬가지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데 전체적인 모양새는 괜찮다. 너무 크게 기대하면 부족해 보이지만 2군 수준에서 훈련하는데는 그림이 나쁘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몸상태가 괜찮고 열정이 있어 빨리 적응할 것 같다”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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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윤대경. 이천|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아직은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윤대경의 목표는 당연히 1군이다. 동시에 자신의 손을 잡아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각오다. 그래서 윤대경은 “개인 목표보다는 나를 선택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뽑아준 감사함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대경은 지난 2013년 삼성에 지명받았지만 현역으로 입대한 후 삼성에서 방출됐다. 전역한 후에도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일본 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테스트 받은 47명 중 유일하게 합격했다. 그리고 벼랑끝 각오로 뛴 독립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쳐 KBO리그에 재진입하게 됐다. 윤대경은 “다시 방출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게 중요하다”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윤대경은 제구가 되는 빠른 공을 던진다. 시속 140㎞대 중반의 구속이지만 볼끝이 좋다. 송진우, 김해님 코치의 지도 아래 변화구도 새롭게 장착하고 있다. 손목을 많이 꺾어 던지던 슬라이더를 직구처럼 던지다가 마지막 순간 살짝 꺾어주는 식이다. 그는 “코치님이 실밥 잡는 위치와 각도까지 알려준 실전 요령인데 매우 효과적이다. 제구도 잘 잡힌다. 감을 더 익혀 완벽하게 구사하고 싶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분명 윤대경은 하재훈과 레벨이 다른 선수다. 그러나 그가 갖고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과연 일본에서 갓 ‘잡혀온’ 윤대경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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