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양의지와 이야기 나누는 이동욱 감독
NC 이동욱 감독이 경기 전 양의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숨가쁘게 달려온 KBO리그가 어느덧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있다. KBO리그는 18일 열릴 정규시즌 5경기를 끝으로 일주일간 달콤한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한다. 선수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겠지만 각 구단은 마음편히 쉴 수 없다. 등돌린 팬심을 되찾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467경기를 치른 지난 16일 현재 KBO리그는 504만 906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545만 8338명)과 비교하면 41만 여 명 줄어든 수치다. 경기의 질적 하락과 높아진 팬 수준이 겹쳤다는 분석도 있고 지난 겨울부터 꾸준히 등장한 이른바 ‘배드 뉴스’ 탓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 팬심이 돌아섰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구장에서 만난 팬들 중에는 “기대감이 없다는 게 야구장에 오지 않는 이유”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개막 직후부터 구성된 5강 5약 구도가 고착화된 게 관중 감소에 직격탄이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KT가 NC와 5위 싸움에 뛰어든 것 외에는 반등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포토] 이범호 은퇴식, \'만루 사나이\'의 홈런 환호!
KIA 이범호가 13일 광주 한화전을 통해 은퇴경기를 마친 뒤 이어진 은퇴식에서 ‘그랜드슬램 이벤트’(주자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김선빈이 던져준 배팅볼 5개를 때려 홈런에 도전하는 퍼포먼스)에 도전해 3구째 홈런을 쳐낸 뒤 환호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하위권에 처져있는 롯데, KIA, 한화 등 특히 수도권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자랑했던 팀이 약속한 것처럼 최하위권에 몰려있어 관중 몰이를 기대할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 냉정하게 보면 잠실이나 고척, 문학, 수원 등은 ‘잘 나가는’ KIA, 롯데, 한화가 관중 몰이를 해야 매진을 기록할 수 있다. 전국구 인기 구단들의 동반 몰락으로 2만명 이상 운집할 수 있는 빅사이즈 구장에 많아야 60% 가량 관중이 들어차는데 그친다. 키움은 두산과 2위 다툼 중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평균 6000명, 메이저리그급 최신식 구장으로 자평하던 NC도 경기당 평균 1만명에 그치고 있다. 한동안 홈 경기를 할 때마다 매진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한화도 8400명 수준으로 관중이 감소했다. 전국구 구단 관계자들이 “흥행에 성공하려면 성적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푸념하는 이유다.

지방구단의 몰락은 투자 부재와 맞물려 있다. 고액 프리에이전트(FA)나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만이 투자는 아니다. 장기적 관점으로 구단 색깔을 정하고 그에 맞는 분야별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도 투자로 봐야 한다. 지명 여부를 떠나 열악하고 저변도 얕은 연고지역 내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도 각 구단이 힘을 맞대야 한다. 풍족한 내외적 인프라 덕을 보고 있는 서울구단들도 판 키우기에 기꺼이 동참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상대적으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교육부, 체육예산과 정책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 현실에 맞는 아마추어 육성 방법을 토의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투자의 일환이다. 몇몇 구단 관계자들은 “프로가 나서서 아마추어 활성화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항변하면서도 고교 야구 선수들의 수도권 집중화를 이유로 전면드래프트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포토] 롯데 강로한, 태그업으로 3루 안착!
롯데 강로한이 12일 사직 두산전에서 2-1로 앞선 8회 윌슨의 외야 플라이에 2루에서 태그업해 3루에 안착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각 구단이 투자에 인색한 것은 재정 자립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달리보면 모기업의 재정지원을 받아 구단을 운영하기 때문에 예산을 따낼 수 있는 손쉬운 방법만 고민하면 된다. 시간과 인력을 투자해 아마추어 야구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보다 당장 눈앞의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FA)와 외국인 선수 계약이 빠르고 쉽다. 쉬운 방법을 택해 거액을 들이고도 성적을 내지 못하면 긴축재정으로 전환하는 등의 악순환을 이어간다. 그래도 성적을 끌어 올리지 못하면 외부에서 핑계거리를 찾는다.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 심판들이다. 심판 판정 하나로 흐름을 좌우하는 종목 특성을 이용해 “심판들이 경기를 만든다”는 루머를 확산시킨다.

심판에 대한 신뢰가 전체적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KBO가 대오각성 심정으로 혁신안을 제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리그 흥행 실패와 팀 성적 하락을 심판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캐치볼 하나 제대로 못하는 선수들을 1군에서 활용해야 하는 답답한 현실은 구단의 투자와 관심 부족에서 기인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난관에 봉착한 각종 현안을 해결할 의지도 여력도 없다. 구단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니 리그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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