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우리은행 임영희 코치,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왼쪽부터). 아산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아산=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전대미문 통합 7연패 꿈은 좌절됐다. 줄곧 WKBL 정상의 자리를 지키던 우리은행이 6년 만에 왕좌에서 내려왔다. ‘우리은행 천하’가 끝나는 것일까.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은퇴 후 지도자로 합류한 임영희 코치와 함께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위 감독은 “통합 6연패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위기였고 그 위기를 극복하며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용병’ 교체 등 여러 악재에도 열심히 해봤지만 전력차를 극복하긴 힘들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도전자다. (박)지수가 있는 디펜딩 챔피언 국민은행도 강하고 베테랑이 많은 삼성생명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뒤처지지 않고 다시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코치들과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주원 코치도 “이제 임(영희) 코치가 있으니 임무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임 코치와 함께 감독님을 도와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 초보 코치 임영희 가세

우리은행의 중심이었던 임영희 코치는 2018~2019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1998년 여름리그를 통해 프로 데뷔를 한 임 코치는 2009~2010시즌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지난 시즌까지 10시즌 동안 뛰며 6번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 직전까지도 경기당 평균 30분에 가까운 시간을 뛰었다.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 후 위 감독은 기자회견실에서 임 코치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밝히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위 감독은 “그 때 감정이 좀 북받쳤던 것 같다. (임)영희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운동을 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우승을 하고 은퇴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쉬웠다. 감독으로서 미안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 말에 임 코치는 “감독님 덕분에 6번이나 더 우승했고, 원 없이 뛰었다. 아마 감독님이 그 때 많이 아쉬우셔서 그랬던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의 코칭스태프는 위 감독과 전 코치의 2인 체제였다. 많게는 감독 포함 4명의 지도자를 두는 팀도 있는데 우리은행은 2명이 일당백 몫을 해야 했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임 코치가 가세했다. 임 코치는 “감독님, 전 코치님과 오랜 시간 함께 했다. 선수였을 때와 다르지만 그래도 어떻게 운동시키시는지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 가교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코치가 되려고 한다. 전 코치님도 경기나 훈련 중간 선수들 생각을 많이 물어보셨다”면서 “아직 선수들을 직접 가르칠 능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선수 시절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우리은행다운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초보 코치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임 코치의 말에 전 코치는 “임 코치는 총기가 있다. ‘빠릿빠릿’하다. 역시 농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뭘 해도 잘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임 코치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옆에서 위 감독은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WKBL을 호령했던 2명의 레전드 코치와 함께 하게 됐으니 든든하기만 하다는 위 감독이다.

아산 체력훈련
우리은행 임영희 코치, 전주원 코치, 위성우 감독(왼쪽부터)이 가 아산이순신체육관 옆 트랙에서 진행된 선수단 체력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아산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셋이 합쳐 우승반지만 38개

위 감독과 전 코치는 이전 ‘레알 신한은행’시절부터 우승반지를 수집했다. 우리은행 통합 6연패까지 합쳐 위 감독과 전 코치는 각각 14개의 우승반지를 갖고 있다. 이미 양손을 채웠고, 발가락에도 우승반지를 끼워야할 정도다. 임 코치 역시 예전 신세계 시절 포함 10개의 우승반지를 지니고 있다. 우리은행 코칭스태프의 감독, 코치 2명이 가진 우승반지만 합쳐도 무려 38개다. 그러나 만족이란 없다. 전 코치와 임 코치는 “양쪽 발까지 우승반지로 채우고 싶다”며 웃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예전 신한은행을 거쳐 우리은행의 장기집권체제가 국민은행으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최장신 센터 박지수(196㎝)를 보유한 국민은행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고 박지수만 건재하다면 오랜 시간 정상을 지킬 수 있다는 평가다. 위 감독도 “(박)지수가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센스도 좋다. 국민은행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우리가 도전자인 만큼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상대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아산에서만 두 차례 체력훈련을 소화한다. 선수들에게는 지옥훈련이라 불린다. 트랙을 오전, 오후로 쉴 새 없이 뛴다. 임 코치는 “이제 트랙을 뛰지 않아도 돼 몸은 편하긴 하다(웃음). 하지만 선수들이 힘들게 몸만드는 모습을 보면 예전 생각이 난다. 선수들에게 힘내라는 얘기를 해주며 지켜보고 있다”면서 “선수였을 때 ‘왜 이렇게까지 시키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코치가 되고나니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도 우리은행은 전력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김정은을 영입해 통합 6연패를 달성했던 우리은행이지만 이번에는 시장을 관망했다. 게다가 맏얻니 임영희까지 은퇴했다. 그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위 감독은 “빠진 자리에 새로운 선수가 나와야 팀이 강해지는 것이다. 통합 6연패 기간에도 항상 1, 2명씩 이탈자가 나왔지만 공백을 메웠다. (박)다정이나 (박)지현이도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코치도 “박지현이 중요한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가르쳐줄 것도 많은데 국가대표 차출로 비시즌 훈련도 함께 많이 하지 못한다”고 걱정했다. 임 코치는 “(김)정은이가 최고참이 됐다. (박)혜진이도 주장으로 제 몫을 해줄 선수다. 둘이 후배들을 잘 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임영희 위성우 전주원
우리은행 임영희 코치,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왼쪽부터)가 아산에서 진행된 선수단 체력훈련을 마치고 본지와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아산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통합 7연패 위업 달성에는 아쉽게 실패한 우리은행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다. 위 감독은 “지금까지 우승할 때도 항상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치렀다. 정상에서 내려온 지금이 더 중요하다. 다시 올라가기 위해선 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 코치, 임 코치와 함께 다시 팀을 잘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전 코치와 임 코치 역시 “감독님과 오랜 시간 함께 해와 서로를 잘 안다. 감독님을 잘 도와 다시 우리은행 천하를 만들어 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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