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김소연, 패션모델에서 서킷 요정 되기까지 [런웨이톡]
    • 입력2019-07-10 06:50
    • 수정2019-07-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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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석혜란기자] "인생에서 원하는 길을 걷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라는 벤 스타인의 명언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은 어려운 지상 과제다.


올해 스물 아홉 살이 된 김소연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외롭고 험난한 길. 모델을 택했다. 평범한 직장인 대신 '런웨이의 꽃' 혹은 '서킷의 요정'이 됐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지난 2011년 '걸즈컬렉션'으로 데뷔 후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은 김소연은 현재 런웨이보다 레이싱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를 물으니 대답은 한 가지였다.


"모델이라고 해서 런웨이에만 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 삼아 레이싱 모델도 하는 게 좋더라고요. '무조건 안 돼'라고 하는 것보다 '이런 것도 있네? 해봐도 괜찮겠다'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경험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거니까 일을 가려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스갯소리로 나중엔 모델 일 말고도 골프 프로자격증을 따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김소연. 경험과 다양성을 강조한 그에게서는 '열정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시원시원하면서도 매력적인 외모만큼이나 엄청난 에너지가 끓고 있는 그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모델이 되기 위해 모델학과가 있는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대신, 일반 대학을 선택했다. 모델학과에 입학하려면 경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주변의 도움 없이 독립해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꿈을 준비해야 했고, 21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모델과를 가고 싶어서 동덕여대 모델과와 대덕대 모델과를 알아봤지만, 아버지께서 '대학을 가지 말라'면서 강수를 두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대학에 들어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전자기계 공학과를 들어갔어요.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때 사촌 동생이 일반인들을 뽑는 모델 대회가 있다고 말해서 '서울 걸즈 컬렉션'에 서게 됐어요. 그때 당시 워킹 수업을 받는 도중 선생님께서 '너 워킹 잘한다'라고 칭찬해주셨어요. 워킹을 해본 적 없는 저에게 그런 말을 해주시니 확신이 섰어요. '내가 모델을 해야겠구나!'라고요."


김소연은 21세의 나이에 다소 늦게 모델계에 데뷔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총 서너 군데의 모델 에이전시를 거쳤던 그는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곳을 찾지 못했다. 사기도 당했지만 그마저도 경험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데뷔 초에는 YG케이플러스 소속이었어요. 그런데 소속사에서 교정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교정은 2년이 걸리는데 저는 1년만 계약을 한 상태였거든요. 일을 거의 못했어요.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어요. 소속사를 나와서 혼자 힘으로 해보려니 안 되겠다 싶어 중간에 에이전시에 몇 번 들어갔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큰 기대를 품고 계약해보면 제 기대에 못 미치더라고요. 사기도 당한 적 있었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패션쇼 이외에도 6개의 자동차 포즈 모델, 4개의 런칭 및 품평 쇼, 7개의 한복 및 웨딩쇼에 4개의 졸작 쇼, 또 9개의 CF 및 방송 모델까지. 그제야 수많은 경력이 이해가 됐다. 아무것도 몰랐던 초반부터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게 힘들텐데 그는 담담하게 괜찮다고 말했다.


"데뷔 초에는 힘들었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했어요. 그러다 조금씩 일이 늘어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하니까 아르바이트를 안 해도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지금은 비수기 성수기로 나뉘어 있어서 비수기 때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성수기 때는 일을 바짝 열심히 하고 있죠."


두 번의 해외 모델대회에도 참가한 적이 있는 김소연. 무언가 시도할 때마다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소속사도 없이 혼자 힘으로 준비해야 했던 그에게 가장 큰 난관은 '언어'였다.


"해외에서 하는 모델 대회를 두 번 참가했어요. 한번은 중국에서 하는 '2015 미스 모델 오브 더 월드(Missmodel of the world)'였고요. 두 번째는 필리핀에서 하는 '2016 미스 아시아 퍼시픽 인터내셔널 4th 러너 업(Miss Asia pacific international 4th runner up)'이었어요. 중국에서 하는 대회 때는 외국어를 하나도 몰랐어요. 심지어 '몇 시에 집합하라'라는 말조차도 못 알아들을 정도였으니까요.


룸메이트에게 어렵게 물어보면서 준비했죠. 일주일만 있었는데도 영어만 들으니까 미치는 줄 알았어요. 언제 한번은 미스코리아 띠를 두르고 공항을 지나가고 있는데 어떤 분이 한국 분이냐고 물어보는데 어찌나 기뻤는지 몰라요. 두 번째 필리핀에서 하는 대회 때는 좀 더 수월하더라고요."


사람들은 흔히 패션모델은 런웨이만 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또 한 편견. 레이싱 모델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초반에는 '나는 패션모델이다'라는 생각에 런웨이 쇼에만 집중했었어요. 패션모델도, 광고 모델도, 레이싱 모델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내가 범접하지 못할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패션모델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쇼만 서기에는 조금 모호한 키에요. 174cm거든요. 그러던 중 '한번 해보면 괜찮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이 '서울모터쇼'였어요."


첫 모터쇼는 어땠을까. "긴장 엄청나게 많이 하고 갔죠. 눈치도 보이고 기가 죽어있었는데 생각 외로 잘해주시고 챙겨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모터쇼에 가면 패션모델처럼 헤어+메이크업을 안 해주는 곳이 정말 많아요. 왜냐하면 각자 개성도 있고 이미지에 맞게 살릴 수 있는 건 본인만이 알기 때문에 제가 혼자 해야 했어요.


그전에는 항상 헤어 메이크업을 받아오다가 막상 제가 하려니까 '내가 똥 손이구나'를 느꼈어요. (웃음) 그런데 한 선배가 '여기 앉아봐 내가 해줄게.' 하며 이것저것 가르쳐 줬어요. 그래서 다음 해 모터쇼에서는 좀 더 수월하게 했던 것 같아요."


김소연의 외모는 한눈에 봐도 눈에 띄게 화려했다.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에 주위에선 외국인이 아니냐고 묻는 경우도 많았다고. 외모는 어머니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CJ 슈퍼레이스'에서 BMW 모델로 섰던 일화가 생각나네요. 그때 어떤 분께서 한국사람 맞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왜냐하면 렌즈도 끼고, 메이크업도 세게 하니까 한국 사람인지 모르더라고요. 사실 저희 어머니 외모가 이국적이시거든요. 어머니랑 같이 인사동 지나가면 다 영어로 인사하곤 한답니다."


자신의 매력 포인트는 어디냐고 묻자 콤플렉스로 여겼던 부분이 지금은 장점이 돼서 자신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제 얼굴에 만족을 못 했어요. 그중에서도 광대요. 저와 정반대인 얼굴을 좋아했거든요. 하얗고 쌍꺼풀도 있고 인형같이 예쁜 얼굴을요.


그래서 성형수술을 하려고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하나같이 '만약에 수술을 한다면 네가 아닌 게 돼버릴 것 같다'라는 거에요. 그 말을 듣고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저 자신도 만족을 못 했더라고요. 나 자신을 사랑하며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제 얼굴이 매력 포인트가 됐던 것 같아요."


스물다섯 때쯤 슬럼프가 찾아왔다는 김소연. 슬럼프라기보다는 학창 시절 오지 않았던 사춘기가 늦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지'라며 웃기도 했다.


"모델 일이 내 인생에서 그렇게 큰 도움이 될까? 싶었어요. 그래서 주변 선배들에게 물어봤어요. 목표가 뭐냐고. 그러다가 한 선배가 말해주더라고요. '나도 스물다섯 때 그랬어. 근데 다 지나고 나니까 내가 그때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게 나에게 큰 도움이 되더라'라고. 누구나 한 번씩은 겪는 일이니까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라고 말해서 마음을 다시 잡고 열심히 일했죠."


그동안 잘 살아왔고 또 열심히 해온 그에게 질문하고 싶었다. 자기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일지. 그런데 생각보다 낮은 점수에 놀랐다.


"지금은 톱을 찍기보다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100점 만점에 65점? 원래는 60점 부르려 했는데 고생했으니까 5점 더 줬어요. 그리고 아직 할 일이 더 많이 있고 더 성장할 수 있으니까 못다 채운 점수는 나이가 더 들면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상형은 어떨지 궁금했다. "저는 외모를 잘 안 봐요. 그렇게 말하면 다들 의아해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사랑만 있으면 누구든 만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이게 되더라고요. 외모는 안 보되 능력은 있었으면 좋겠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 적당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이상형입니다." (웃음)


그렇다면 지금 김소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어렸을 때는 돈이었어요. 데뷔 초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활동하다 보니까 밥 먹을 돈도 없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돈을 벌게 되다 보니 명예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사랑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골프에 푹 빠져 프로 자격증까지 따며 업으로 삼고 싶다는 김소연. "요즘에는 골프에 빠졌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해서 프로 자격증도 따고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2~3년은 나 죽었다 생각하고 해야 한다 하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활동적이고 넘치는 에너지를 어디에다가 써야 하나 싶어서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김소연에게 모델이란 어떤 의미일까. "인생 전부죠. 이거 말고는 다른 건 생각조차도 안 하고 쭉 살아왔으니깐요."


예쁘고 매력 있는 모델보다 일 하나 시키면 열심히 하는 친구로 남고 싶다는 김소연. '무조건 해봐서 해가 될 건 없다'는 그의 철학대로 한층 더 나은 모델로서 성장해가고 있는 그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사진 ㅣ 석혜란기자 shr1989@sportsseoul.com, 김소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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