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태헌 기자]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반도체 전문가들은 국산화에 수년에서 수십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8일 반도체 업계와 반도체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품목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디스플레이 제작에 필수적인 ‘폴리이미드’ 등이다.

이들 세 개 품목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 수입 의존도는 포토레지스트(91.9%), 고순도불화수소(43.9%), 폴리이미드(93.7%) 등으로 두 가지 품목 90% 이상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이 더 강한 수출 규제 정책을 펴거나 기간을 늘릴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은 되돌리지 못할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 “제3국 물량 확보 등 현실적이지 않아”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재고 물량을 2~3개월치 확보한 것으로 알고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계속될 경우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내에 공장을 세우거나 제3국을 통한 물량 확보 등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다 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조심스러운 접근과 달리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지 못 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용범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연구위원은 “폴리이미드의 경우 고순도 제품을 제외하면 국내서 일부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반도체 D램을 만드는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불화수소의 경우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고순도불화수소의 경우 제3국의 제품은 일본 제품과 달리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에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각에서 나오는 대만산 반도체 소재 부품 수입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전문가는 “대만에도 고순도불화수소를 만드는 공장이 있지만, 이는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S에 전량 납품을 전재하고 공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수입 가능 물량이 많아야 5~10%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의 경우도 가격 경쟁력과 품질면에서 일본 제품에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 촉구”

정부와 업계에서 또 다른 해법으로 내놓은 반도체 부품 소재 국내화에 대해서도 반도체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공장을 짓고 기술력을 갖추는데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불화수소의 경우 국내 법규상 취급이 까다로운 위험물질로 인근 주민들이 부지선정 과정을 반대할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전망에 국내 업계와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각각 7일과 6일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 재계 인사들과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동향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들은 반도체에 이어 타 산업으로 규제가 확대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이 직접적인 발언으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 정치적 타결을 공개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사태의 빠른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11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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