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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왼쪽)와 김신욱.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전북 현대가 600만 달러 사나이를 쏟아내며 ‘거상’ 구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북은 공격수 김신욱 이전에도 한화 70억원에 달하는 대형 이적을 두 차례나 성사시키는 등 선수를 적절한 시기에 잘 내다파는 솜씨도 ‘1강’ 다웠다. ‘600만 달러의 사나이’ 1탄은 3년 전 김신욱의 행선지인 상하이 선화에 먼저 갔던 수비수 김기희였다. 지난 2011년 대구에 입단한 김기희는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 이듬 해(2013년) 전북으로 이적했다. 그는 3년간 전북의 중앙 수비를 책임졌고 국가대표로도 곧잘 발탁됐다. 당시 그의 활약을 눈여겨 본 곳이 중국이었다. 상하이 선화는 2016년 2월 김기희에게 이적료 70억원에 달하는 오퍼를 건넸다. 사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선수 등록을 마감한 시점이라 김기희를 보내면 막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선수의 미래를 위해 김기희를 보내기로 했다. 전북은 그 해 김기희를 보내고도 10년 만의 ACL 정상 등극을 이뤘다. 전북과 김기희 모두 웃은 셈이다.

두 번째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바로 김민재다. 지난 1월 베이징 궈안(중국)으로 이적한 김민재 역시 70억원의 이적료를 전북에 선사하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민재는 연세대 재학 중이던 2017년 전북 입단과 동시에 주전 중앙 수비수 자리를 꿰찼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해외로 눈을 돌린 그는 과거 바이엘 레버쿠젠을 이끈 로저 슈미트의 러브콜을 받아 베이징으로 갔다. 김민재 계약 땐 전북과 베이징 사이에 추가 옵션도 있어 이적료가 더 불어날 수도 있다. 이어 6개월 만에 김신욱이 3번째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됐다. 김기희와 김민재는 중국 클럽이 아시아쿼터로 선호하는 중앙 수비수였다면 김신욱은 최전방에서 세계적인 킬러들과 경쟁하는 공격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전북은 3명 외에도 거액의 이적료 및 연봉 제안이 오면 흔쾌히 이적을 허락했다. 2008년 조재진(7억 5000만원)을 1년 만에 일본 감바 오사카로 보낸 것이 시초였다. 2015년엔 이제 막 로테이션 멤버가 된 권경원(25억원)이 UAE 전지훈련 중 현지 클럽 알 아흘리의 러브콜을 받자 바로 그의 이적을 허락하는 용단을 내렸다. 권경원은 이후 쑥쑥 성장해 무명의 수비수에서 국가대표 센터백으로 위상이 부쩍 올랐다. 최근 전북으로 다시 왔다. 이재성도 특별하다. 이재성은 중국과 중동에서 이적료 및 연봉 총액 100억원을 훌쩍 넘는 제안을 받았으나 자신의 꿈인 유럽 진출 외길만 생각했다. 전북도 이를 존중해 이재성의 독일 분데스리가 홀슈타인 킬 이적을 허락했다. 이적료는 20억원이었다.

전북의 ‘거상 본능’은 외국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북의 2009년 K리그 첫 우승 주역 에닝요는 창춘 야타이(중국)로 떠나며 팀에 25억원을 남겨줬다. 2015년 전북에 둥지를 튼 공격수 에두는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나 허베이 화샤(중국) 관계자들이 전북 클럽하우스 앞에 진을 치고 이적료 52억원을 제시하자 미련 없이 보내줬다. 당시 에두는 K리그1 득점 선두였다. 브라질 테크니션 레오나르도 2016년 ACL 우승 뒤 UAE 알 자리라로 떠나보냈다. 당시 이적료는 35억원이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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