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LA 다저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쿠어스필드는 코리안몬스터에게도 무덤이었다. 류현진(32·LA다저스)이 무덤 속 지뢰밭을 극복하지 못하고 올시즌 최다 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4이닝 7실점했다. 부상으로 자진강판한 지난 4월 9일 세인트루이스전 이후 부진한 투구로 기록한 올시즌 최소이닝 투구다. 2점홈런만 3개를 허용했는데, 류현진이 한 경기에 홈런 3방을 내준 것은 지난 2017년 9월 30일 콜로라도 원정 이후 637일 만이다. 한 경기에 자책점을 7점이나 기록한 것은 2014년 7월 9일 디트로이트 원정에서 2.1이닝 10안타 7실점한 이후 1816일 만으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자책점 타이 기록 불명예다.

1.27로 시작한 시즌 방어율도 1.83으로 훌쩍 뛰었다. 고무적인 것은 이날까지 시즌 16경기에 등판해 103이닝을 소화하면서도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압도적인 투구를 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1회초부터 타석에 들어섰던 류현진은 1회말 2사 1루에서 천적인 놀란 아레나도에게 2점 홈런을 빼앗겼다. 지난 11일 LA에인절스전 이후 세 경기 만에 내준 홈런이었다. 풀카운트에서 결정구로 구사한 포심 패스트볼이 아레나도의 스윙 궤도에 딱 맞게 날아들어갔다. 중간타이밍으로 응수하던 아레나도는 류현진의 빠른 공이 몸쪽을 파고들자 본능적으로 걷어 내 홈런을 빼앗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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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 LA 다저스 공식 트위터 캡처.

4회 무사 1,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10승 사냥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보였지만 기대는 5회말 무너졌다. 선두타자로 나선 게럿 햄프슨과 7구 접전 끝에 좌월 2루타를 내줬다. 커브가 바깥족으로 밀려 들어갔는데, 다저스 외야진이 오른쪽으로 이동해 수비를 펼친 탓에 2루타가 됐다. 콜로라도 벤치는 투수 타석에 팻 밸라이카를 대타로 내세워 류현진을 압박했다. 다저스 벤치가 류현진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운드를 방문했지만, 초구 체인지업을 통타 당해 두 번째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찰리 블랙먼이 좌전안타, 이안 데스몬드가 바깥쪽 컷 패스트볼을 밀어 좌익선상 2루타를 잇따라 때려냈다. 5-2리드가 순식간에 동점으로 돌아갔다. 아웃카운트 1개도 잡아내지 못하고 연속 4안타로 동점을 허용하자 류현진도 힘을 잃었다. 다비드 달에게 2-2에서 던진 포심이 밀려 들어가 이날 세 번째 좌월 홈런을 내줬다. 2017년 세 차례 한 경기 3홈런 경기를 했던 류현진에게 또 한 번 악몽을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앞선 세 차례 등판에서 호투하고도 불펜 난조로 승 수를 추가하지 못한 류현진은 이날 부진으로 시즌 2패(9승)째를 떠안을 위기에 빠졌다.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기세가 크게 꺾이는 투수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날 부진이 더욱 뼈아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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