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드리블 하는 일본의 쿠보 다케후사
이강인(오른쪽)과 구보. 스포츠서울DB,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새로운 한·일전이다.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 축구가 나린히 2001년생 천재의 출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교롭게 둘 모두 스페인 명문팀과 계약한 뒤 2군에서 뛰거나 중하위권팀으로 임대될 것으로 보여 이들의 행보를 놓고 양국 희비가 오랜 기간 엇갈릴 전망이다.

두 명의 천재는 2019년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인 이강인, 그리고 지난 5일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을 통해 만 18세 5일 만에 A매치 데뷔를 이룬 구보 다케후사다. 둘은 같은 해에 태어난 데다 포지션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같고 스페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아시아 선수에겐 보기 드문 테크니션이라는 점까지 닮았다. 이강인은 지난 1월 스페인 라리가 상위권 발렌시아와 1군 계약하면서 바이아웃을 1000억원대로 높이는 등 존재감을 알렸다. U-20 골든볼 수상 이후엔 유럽 여러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아약스와 PSV 러브콜에 이어 최근엔 2018~2019시즌 라리가 13위 레반테와 임대를 논의하고 있다. 레반테에서 경험을 쌓은 뒤 원소속팀 발렌시아로 돌아가는 큰 그림이다. FC바르셀로나 유스에서 뛰다가 국제축구연맹(FIFA) 유소년 이적 제한 규정에 걸려 2016년 일본으로 돌아온 구보는 최근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하고 2군인 카스티야에서 뛰기로 했다. 구보는 휴식을 취한 뒤 7월 중순 안으로 입단식을 치른다. 레알 마드리드는 다른 팀 임대보다는 스페인 3부리그인 2군에서 일단 뛰도록 했다.

둘은 나이가 같지만 서로 뛰는 무대가 엇갈렸다. 구보도 2년 전 한국에서 열린 2017년 U-20 월드컵 때 만 16세가 되지 않았음에도 엔트리에 들어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최근 끝난 2019년 U-20 월드컵에선 엔트리에서 빠졌다. 코파아메리카 일본 대표팀 명단에 들어 A매치를 누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16강에서 두 천재의 격돌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클럽 무대에선 이강인이 앞서 있다. 이강인은 이미 스페인 국왕컵을 통해 발렌시아 1군 데뷔를 이뤘고 정규리그인 라리가 데뷔에도 성공했다. 구보는 레알 마드리드의 화려한 스쿼드를 볼 때 당분간 1군 승격이 어렵다.

결국 둘은 월드컵 예선이나 아시안컵 본선 등 한·일 양국이 펼칠 숙명의 한판 승부에서 기량을 직접 겨루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나 팬들의 생각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최근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통해 이강인의 기량을 극찬한 뒤 A매치 데뷔를 시사했다. 구보는 일본 축구가 팔을 걷어붙이고 키우는 인재인 만큼 A매치 출전 기회을 꾸준히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서, A매치에서 이강인과 구보의 장외 경쟁, 직접 다툼을 보는 재미가 생겼다. 한·일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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