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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귀금속 상가 거리의 한산한 모습. 사진| 동효정 기자

[스포츠서울 동효정·이주희 기자] “세월호 사건 때보다 요즘 상황이 더 안 좋아요. 금값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르면 일반 귀금속 소매 시장은 거래량이 확 줄어서 더 힘들어요. 올해 초부터 상가 월세도 못 내는 금은방 사장들이 허다합니다.”

종로3가 귀금속 상가 거리에서 연세주얼리를 운영하는 사장의 푸념이다. 26일 기자가 찾은 종로3가. 거리에 유동인구는 많았지만 금을 구매를 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서는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5년 간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했다는 A씨는 “사실 가게 자리를 매물로 내놓은 지 오래지만 매장이 팔리지도 않는다”면서 “다른 매장에도 젊은 사람 하나 없다.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으니 사장들이 직접 나와서 장사하는데 일반 귀금속은 사치품이라고 생각해서 패션 주얼리만 간간히 보러올 뿐 일반 금 거래는 전혀 없다”고 혀를 찼다. A씨는 “최근 자산가들이 투자 목적으로 공인된 거래소에서 금 거래를 많이들 한다고 하지만 금값이 오르면 오히려 힘든 곳이 여기”라고 말했다.

일반 귀금속 소매점은 한산했지만 반면 한국거래소는 오전부터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거래소에 들어서자 전화벨이 사방에서 울렸고 감정사들은 금 시세와 투자성에 대해 설명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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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정리를 한 종로3가의 한 귀금속 도매상. 사진| 동효정 기자

거래소를 찾은 한 30대 여성은 ”여윳돈 2000만원 가량을 은행에 정기 예금을 맡겨놓은 게 있는데 금이 안전하다고 하니 투자 목적으로 구매를 해볼까 싶어 문의하러 왔다“면서 ”지금 금 가격이 고점이라고들 하지만 안정성으로 따져볼 때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거래소를 찾은 한 남성은 시세를 확인한 뒤 순금 골드바 1kg을 꺼냈다. 거래 확인서와 신분증을 제출한 뒤 직원이 ”계좌이체 해드릴까요“라고 묻자 그는 현금으로 달라고 말했다. 직원은 200만1000원을 즉시 지급한 뒤 매장 내부의 현금 창고로 가 5만원권 뭉치를 고무줄로 묶어 5000만원을 가져왔다. 그는 현금 5200만1000원을 가방에 챙겼다. 이 남성은 ”금은 갖고 있어도 이자 한 푼 안 붙는 자산이지만 요즘처럼 경제가 불안할 땐 금만큼 안전한 투자처가 없다“면서 ”최고치를 경신했으니 일부를 현금화하고 시장을 지켜보다가 추후 보유하고 있는 금을 또 판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수호 한국금거래소 감정사는 ”경기 상황이 안 좋다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4~5월에는 전달 대비 20% 이상 매입·매도 거래량이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 매출도 급증했고 6월에는 금 시세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파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6월은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가해 문의량이 급증했다“며 ”문의한 횟수에 비해 거래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7월 말까지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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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종로3가 귀금속 타운 내부 전경. 사진|동효정 기자

◇세계적 경기 침체 불안감에 ‘금테크’ 급증

금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금으로 수요가 더 몰리는 모양새다.

26일 한국거래소(KRX)에서 발표한 금 시세는 5만309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70포인트(0.13%) 오르며 시작했고, 오후 1시 경에는 5만2440원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 금값은 KRX 금 시장이 개장한 지난 201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5일에는 5만3020원(1돈당 19만8825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연초(4만6240원)보다 14.7% 오른 수준이다.

국제 금값은 24일(현지시간) 기준 1%가 넘는 상승세를 나타내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18.1(1.29%) 상승한 1418.2달러였다.

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가격에 원·달러 환율을 곱한 후 여타 수급 요인 등을 반영해 정해진다. 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이유는 국제 금 가격과 환율의 영향이 크다.

KRX금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올해 205㎏에 달하는 금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서 24㎏을 내다팔며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금펀드 12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2.15%로 집계됐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12.80%다. 대표적인 금펀드 ‘블랙록월드골드’는 올해 초 이후 수익률이 22.92%에 달했으며 같은 기간 ‘IBK골드마이닝’도 18.58%의 수익을 냈다.

채권형 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채권형 펀드는 국채와 회사채 등 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지난해 말 사상 최대를 기록한 후 이번 달에도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는 중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시작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가 금 가격에 반영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 되면 금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금 가격의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vivid@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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