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0309
6월 17일자 메이저리그 ERA 순위. | AtBat 애플리케이션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외계인의 재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19년 전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그랬던 것처럼 독보적인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ML) 전체에서 유일하게 1점대 방어율(1.26)을 유지하면서 2위 그룹을 크게 따돌렸다. 2000시즌 이후 가장 확고한 ‘원톱’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올시즌 14번째 선발 등판에 임해 7이닝 7피안타 8탈삼진 무4구 2실점(비차책)을 기록했다. 6회초 다저스 내야진의 실책과 잘못된 시프트로 2점을 허용했으나 정타는 전무했다. 특유의 빈틈을 파고드는 제구력과 볼배합으로 컵스의 막강 타선을 압도하며 방어율을 1.36에서 1.26까지 낮췄다. 2-2 동점 상황에서 투구를 마쳐 선발승에는 실패했으나 통산 첫 올스타전 출장과 사이영상 수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물론 2연속경기 10승을 놓친 게 아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최다승 투수를 최고로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발투수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켜도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선발승은 불가능하다. 소속팀 야수진의 공격력과 수비력, 그리고 불펜진에 따라 선발투수의 승수는 차이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이 부분을 고려해 투수를 평가한다. 승리보다는 방어율, 이닝, 탈삼진 등이 선발투수를 평가하는데 더 적합한 지표라는 얘기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결과가 방어율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2018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가까스로 10승을 거둔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18승의 맥스 슈어저를 제치고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전미야구기자협회 사이영상 투표에서 디그롬의 1위표 점유율은 99%에 달했다. 슈어저는 220.2이닝, 300탈삼진을 기록하며 217이닝, 269탈삼진의 디그롬을 두 부문에서도 앞섰지만 방어율의 차이가 고스란히 투표결과로 이어졌다. 디그롬이 방어율에서 1.70으로 슈어저의 2.53을 크게 앞선 게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규시즌 반환점을 향하는 시점에서 류현진은 지난해 디그롬을 넘어 2000년의 마르티네스를 연상케 한다. 2000년 보스턴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마르티네스는 방어율 1.74를 기록하며 리그 유일의 1점대 방어율 투수가 됐다. 당해 아메리칸리그 방어율 2위였던 뉴욕 양키스 로저 클레멘스보다 방어율이 2.00 가량 낮았다. 18승을 올린 마르티네스는 5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고 20승을 달성한 팀 허드슨(오클랜드)과 데이비드 웰스(토론토)를 사이영상 투표서도 압도했다. 투표인단 전체가 마르티네스에게 1위표를 행사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적어도 16경기 가량을 더 치러야 한다. 한 두 경기만 무너져도 방어율은 치솟는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올시즌 류현진이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몸상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40㎞대 초반에 머무는 경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 경기 140㎞대 후반의 직구 평균 구속을 유지하며 제구 뿐만 아니라 구위에서도 꾸준함을 과시하고 있다. 홈런 시대 한 가운데에 진화를 거듭하며 정상에 우뚝 선 류현진이 자리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