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석혜란기자]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하기 전에 무조건 도전하세요.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웃음)


지난해 12월 열린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에서 심사위원들이 뽑은 톱 7에 오른 것은 물론 시청자 투표로 뽑는 드림 픽 상을 차지한 김민진(26). 한 대학에서 교직원으로 안정적인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그는 모델이 되기 위해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흘러가는 대로, 제 자리에서 안주할 법도 한데 김민진에게는 아니었다. 누군가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인생이 아니기에.


모델의 꿈을 좇아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6개월간의 긴 시간 동안 매니저도 소속사도 없는 상황이었다. 170cm의 신장 때문에 "모델치고는 키가 작다"는 얘기를 들으며 위축될 때도 있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 하나로 피나는 노력을 거듭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대 초반부터 정말 모델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었죠.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아르바이트처럼 출사를 간다거나 웨딩 혹은 한복 쇼 같은 작은 일을 해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린 나이가 아니고, 내가 원하는 일을 도전해보고 싶어서 부모님 몰래 슈퍼모델에 지원했죠. 그런데 제가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상을 두개나 받아서 좋더라고요."


한눈에 봐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사랑스러웠던 그녀, 모델 김민진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모델 김민진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가장 궁금했다. 근황을 묻자 그는 "대회 끝나고 초반에는 가족들, 지인들과 기쁨을 누리느라 바빴어요. 그 다음부터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삶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죠. 제가 가던 길이 아니었잖아요. 이전까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모델테이너로서의 길을 가기 위해 마음을 잡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당시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TOP 7'과 '드림픽 상(DREAM pick)'에 만족해야 했던 김민진. 아쉬움은 없었느냐 묻자 "그 질문 정말 많이 받았어요. 주위에서도 '네가 대상 받을 줄 알았다', '너무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당연히 1등 하면 좋지만 제 결과에 너무 만족하고, 사실 'TOP 7'과 '드림픽 상'을 받은 것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라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모델을 하기엔 조금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매번 펼쳐지는 미션에서 독보적인 끼를 발산해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을 받기도 했다. "첫 번째 미션이 컸던 것 같아요. 검은 머리의 평범한 모습에서 금발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 이후로도 매 미션마다 색다를 나를 보여줘야 했거든요. 그런 노력 덕분에 심사위원들이 저에게 흥미를 느끼시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최종까지 갈 수도 있었고요."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에서 김민진은 허리 사이즈 21인치로 "지원자 중 가장 얇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잘록한 개미허리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김민진의 몸매를 보며 "와 정말 예쁘다.", "어떻게 몸매가 저렇지?"라고 감탄했다. 장윤주 역시 "실제로 보니 진짜 예쁘더라. 관리해서가 아니라 그냥 타고 나기를 예쁜 몸매다"라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먼저 장윤주 멘토님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그때 제가 모델치고 작은 키였고, 워낙 프로포션이 뛰어난 친구들도 많았기 때문에 위축돼 있었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장윤주가 인정한 개미허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너무 좋았죠."


누가봐도 타고난 몸매지만 그는 겸손하게 고개를 저으며 멋쩍게 웃었다. "예전에는 언니들이 나이 들면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을 안 믿었어요. 왜냐하면 밥을 조금만 안 먹어도 살이 빠지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필요성을 느끼고 열심히 관리 중이에요. 자전거타기와 집에서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있어요"라고 몸매관리 비결을 귀띔해줬다.


슈퍼모델로서 첫 런웨이 쇼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지난 3월에 열린 2019 서울패션위크 하이서울 '까이에(CAHIERS) 2019 F/W'쇼를 통해 데뷔했어요. '나는 안될 거야' 라고 생각하던 무대에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짜릿하고 행복했어요. 그때 모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 할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물론 슈퍼모델 서바이벌 때도 행복했죠."


슈퍼모델 서바이벌에 지원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스무살 때부터 모델의 꿈을 키웠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도 뒤늦게 도전을 계속하려는 모습을 보시더니 믿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부모님께서 대회 참가하는 내내 응원을 너무 많이 해줘서 감사했어요. 잘됐으면 하시더라고요. 부모님께 말을 안 하고 슈퍼모델에 지원했거든요. 사실 2017년에도 지원했었어요. 2018년도보다 경쟁이 치열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는 본선 직전까지 갔는데 안됐고, 2018년도에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라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스무살때부터 모델 일을 취미로 시작했어요. 웨딩 및 한복 촬영 쇼에도 서봤고요. 아카데미에도 다녀보는 등 모델 일에 대한 끈은 놓지 않고 있었어요. 이영애 선배님과 하는 갈라쇼. 살롱 쇼 무대에도 섰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모델이라는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다니고 있던 직장과의 방향성도 고민됐었고요."


모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둔걸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후회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오래전부터 모델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이에요. 막상 슈퍼모델 서바이벌에서 좋은 상도 받고 하니 속이 다 후련하더라고요. 갈증이 해소된 기분이었어요."


활발하게 모델 활동을 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모델과 배우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배우의 길을 가기로 했다고. "에이전시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어요. 그런데 제가 또 이른 나이에 시작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모델 에이전시를 들어가기엔 어린 친구들도 많고, 제가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배우의 길을 걷기로 정하고 얼마전에 연기 레슨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모델은 프리로 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어떤 역할이던지 상관없고, 또 무조건 배역만 준다면 감사하죠. 만약에 제가 어느정도 연기에 대한 커리어를 쌓고나면 로맨스가 가장 하고 싶어요. 배우 박서준 씨를 정말 좋아하기도 해요. 그래서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대회 준비하던 6개월 동안 티비 볼 시간이 없었음에도 그 작품은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 드라마에서 박민영 선배님처럼 장난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김민진에게 모델 권은진(2012년도 슈퍼모델)은 친한 언니이자 정신적 지주, 또는 롤모델이었다. "(권)은진 언니가 제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준 사람이에요. 예를 들자면 '슈퍼모델 합숙 기간에 옷을 입어도 다른 사람들이 견제할 수 있게 항상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어라'는 등 옷 입는 방법부터 카메라 앞에 서는 법까지, 꼼꼼하게 알려줘서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김민진이 생각하는 모델이란 뭘까. "그냥 나인 것 같아요. 내가 너무 하고 싶어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 보여줄 수 있는 것. 스스로 성장해 나아갈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2019 슈퍼모델 서바이벌'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는 김민진. 그는 "도전을 한다는 자체가 진짜 멋있는 일 같아요. 안될 거 같다고 생각했던 제가 슈퍼모델이 됐잖아요?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는 걸 추천해요. 그리고 도전을 하고 나서도 자신감과 용기를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라고 강조했다.


모델도, 연기도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김민진. 앞으로 모델테이너로서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


글·사진 ㅣ shr1989@sportsseoul.com, 방송화면 캡처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