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KIA 박찬호.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NC와 KIA의 경기. 2019. 6. 8. 창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젊은 KIA’의 페이스가 크게 꺾였다. 조정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젊다는 매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수 년간 베테랑들이 좀처럼 빈자리를 내주지 않은데다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팀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수순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6월의 3분의 1이 지났지만 KIA는 이 달에 단 1승(7패)을 얻는데 그쳤다. 투수들이 버티면 타선이 침묵하고, 뒤늦게 타선이 흐름을 끌어 오면 불펜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 7일부터 창원 NC파크 마산구장에서 치른 NC와 주말 3연전을 모두 1점 차로 석패했다. 경기 막판 거짓말처럼 따라 붙어놓고도 무릎을 꿇었다. 6월 7패 중 5패가 1점 차였다. 힘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이른바 ‘깔딱고개’를 넘으려면 마지막 한 발이 중요하다. 이 한 발 고비를 넘길 수 있느냐는 체력에 달려있다.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어도 몸을 움직일 체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6월의 KIA는 뜨거운 5월을 보내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다.

이창진
KIA 이창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개막 이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던 KIA는 5월 한 달간 14승 13패로 승률 5할을 돌파했다.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뒤 11승을 따냈다. 이 기간 팀 방어율 2.56(2위), 팀 타율 1위(3.10)를 기록했으니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있는 체력 없는 집중력을 모두 소진했다. 특히 야수들은 번아웃 증후군에 빠질 만한 움직임을 보였다. 공수에서 몸을 사리지 않던 박찬호, 이창진에 수비에 대한 스트레스에 고격부담까지 느낀 최원준, 류승현, 신범수 등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호랑이들이 매 경기 전국대회 결승전처럼 뛰어 다녔다. 그나마 최형우, 안치홍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줬지만 이들을 대체할만 한 베테랑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베테랑은 한 경기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안정감있는 플레이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처럼 카타르시스를 주는 순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팀이 리빌딩을 선택한 상황이라면 후배들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게 ‘뒷배’ 구실을 해야 한다. 팀 분위기가 좋으니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젊은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된 이후에는 그야말로 계산이 안되는 불안감을 갖고 뜨거운 5월을 보냈다. 박 감독대행이 “야수들이 걱정”이라는 얘기를 자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포토]최형우, 첫 그라운드 홈런에 웃음 가득
KIA 최형우가 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와 두산의 경기 1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그라운드홈런(인사이드파크홈런)을 친 뒤 선행주자 터커의 손을 잡으며 일어서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팀이 연승을 타면 후유증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젊은 선수들일수록 후유증은 크다. 지치는줄 모르고 달리기 때문에 스스로 오버워크 중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한 번, 두 번 패하면 만회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불필요한 힘을 쓰게 된다. 불난 곳에 기름 붓는 격이다.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 힘으로 극복하려다보면 체력이 두 배로 떨어진다.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연승 뒤 연패가 공식처럼 통용되는 이유다. 강팀, 특히 단기전 경험이 많은 팀이 연승 뒤 연패 후유증이 짧은 이유는 잘 될 때든 안될 때든 똑같은 루틴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연승 연패를 반복하는 것보다 2승 1패 페이스로 꾸준히 시즌을 치르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체득한 팀이 강팀 반열에 오른다. 평정심을 유지하다보면 상대팀 페이스에 따라 연승을 할 수도 1승 2패로 주춤할 수도 있다.

KIA의 6월 분위기 반등은 ‘얼마나 잘 쉬는 가’에 달려있다.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고 흐트러진 밸런스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기대주가 1군 주축으로 자리잡는다. 길게 보고, 승패라는 결과가 아닌 한 경기, 3연전, 6연전, 한 달, 한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 집중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