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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루블린=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내일 경기에 오시는 관중분들이 애국가를 함께 크게 불러달라고 하더라고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주장 황태현(20·안산)은 4일 폴란드 루블린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마친 후 자발적으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취재진 질문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드릴 말씀이 있다”라고 말한 그는 “(이)강인이가 대신 부탁을 했다. 내일 경기에 오시는 관중분들이 계시다면 꼭 애국가를 함께 크게 불러달라고 했다. 애국가를 부를 때부터 상대를 압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라며 막내가 맡긴 임무를 수행했다.

이강인은 2001년생으로 팀 막내다. 하지만 팀에서는 ‘강인이형’으로 통한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형들에게 여러 요청을 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이강인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주장인 황태현의 입을 빌려 취재진에게 전달했다.

훈련 인터뷰는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참석하는 자리다. 한 선수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이강인의 경우 지난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자리했기 때문에 아직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대신 이날 인터뷰에 임하는 선배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 것이다.

이강인은 팀에서 애국가를 가장 열심히 부르는 선수다. 지난 조별리그 3경기를 시작할 때 한결 같이 입을 크게 벌리고 애국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일부 선수들은 입을 작게 벌리거나 작은 목소리로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강인은 달랐다. 중계 카메라에 목소리가 크게 담길 만큼 ‘열창’을 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강인을 ‘프로 열창러’라 부를 정도였다. 초등학생 시절 스페인으로 건너갔지만 나라를 상징하는 애국가를 열창해 생긴 별명이었다.

이강인이 이례적으로 ‘애국가 요청’을 한 이유는 한일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5일(한국시간) 오전 12시30분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한일전의 특수성에 8강 진출이라는 큰 목표가 걸려 있는 중요한 승부다. 이기면 모든 것을 얻지만 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 한 판이다.

한일전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정신력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때보다 강인한 멘털리티가 요구된다. 이강인은 애국가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다. 한국 관중들이 애국가를 함께 부르면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전의 무게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막내지만 이강인의 기특한 제안이 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강인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애국가를 크게 부르며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한일전을 앞둔 이강인, 그리고 U-20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더 강해지고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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