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 년대 전세계 게이머들을 열광시키며 PC 방 좀비를 양산했던 스타크래프트를 기억하시나요 ? ' 응답하라 ! 스타크 ' 는 전설의 프로게이머들의 근황을 인터뷰로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 스타크래프트와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하겠습니다 .< 편집자주 >

[스포츠서울 박경호기자·조효정기자] 한적한 평일오후 마포구 합정동의 한 골목, 저 멀리 검은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키 큰 남성이 걸어왔다. "설거지하다 나왔어요. 제가 집안일을 잘하는 편입니다"라고 수더분하게 말하는 그는 평범한 중년 남성처럼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들어가자 직원이 동그래진 눈으로 그를 환영했다. 그가 입을 열자 카페에 있는 전원이 그의 멘트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카페 직원은 인터뷰 장면과 그를 촬영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바로 그는 엄재경(52), 우리나라 스타크래프트 해설계의 살아있는 역사. 스타 한번 해본 대한민국 30, 40대 남자라면 모를 수 없는 스타 리그 원년부터 활동해온 최고선임 해설자다. 엄(재경)-전(용준)-김(정민) 트리오로 불리며 리그마다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서 게임을 잘 볼 줄 모르는 대중에게도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또한, 1990년대 만화 '까꿍'과 '마이러브'를 100만부 판매하는 등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만화 작가이기도 하다.

두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던 엄재경이 언제부턴가 게임 중계석에서 보이지 않는다. 많은 팬이 그의 맛깔나는 중계를 그리워하는 상황. 만화 작가로서의 삶, 복귀계획, 스타1·스타2에 관한 생각, 엄-전-김 트리오의 관계, 그리고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게임 중계석을 떠난 엄재경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그래도 아쉽다. 제일 재밌게 진행하지 않나


스타크래프트 1 중계라면 용준이, 정민이와 셋이 같이하면 어느 정도 역할은 할 수 있을 거 같긴 해요. 그래도 옛날처럼은 못할 거 같아요.

▶아무래도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가고 나서 부담이 될 것 같다


스타2 처음 중계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MBC 게임 측에서는 몇 년 앞서서 무당(분석력이 높아서 판을 잘 읽어내는 사람) 해설들이 잘하고 있는데,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중계했다). 그때부터 공부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해설 ( 중계 ) 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많이 받은 질문인데요 (웃음). 스타크래프트가 우리나라에 출시되던 그 시점 정도에 저는 '까꿍' 이라는 만화를 '아이큐점프' 에 연재하고 있었어요. 그 만화가 꽤 인기가 있었고, '까꿍' 의 캐릭터를 '투니버스' 에서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었고요 .


'까꿍'으로 RPG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회사가 나타났고 , 그때 투니버스의 유일한 게임프로그램인 ' 게임플러스' 황형준 PD를 만나게 됐어요. PD가 만화 원작자가 게임스토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해  제가 시나리오를 쓰게 된 거죠.


당시 황 PD는 스타크래프트를 스포츠 중계처럼 해보는 것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마침 제가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있었습니다. 저는 게임을 진짜 잘한다기보다는 게임을 파는 ( 덕질 ) 쪽이에요. 스타를 연구하는 것이 좋아서 정말 많이 했어요. 둘이 '까꿍' 게임 시나리오를 쓰면서 34일 동안 여관에서 스타크래프트 얘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그때 황 PD가 "엄재경은 삼박자가 잘 맞는다. 스타도 잘 알고, 말도 잘하고, 인지도도 있다"고 말했어요. 게임 좋아하는 애하고 만화 좋아하는 애들이 많이 겹치잖아요. 재미삼아서 해봤는데. 그게 시발점이 되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비선수 출신으로서 좋았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비선수 출신이어서 좋았던 점이라기보다는 선수 출신은 게임 내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어쨌건 제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1호 해설자 잖아요? 해설의 방향이나 내용을 제가 만들었어요. 내가 가는 길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로얄 로드가 됐거든요. 누구도 그 길은 간 적이 없으니까. 그런 면이 약간 유리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애초에 작가이다 보니까 변사 같은 느낌이 있었던 거 같아요. 사람들에게 아주 초기에는 제가 게임을 알려줬어요. 아무도 모르니까. 알려주는 일을 초창기에 했다면. 나중에 프로출신 해설자 들어오고 나면서, 그 친구들은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가지고 있는 프로로서의 경험과 직관, 분석능력이 탁월하단 말이죠. 그럼 뭐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게 제 약점이에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는 재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어요. "내가 하는 중계를 보면 더 재밌어" "이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달리 재미있는 요소를 더 짚어줘!" 이런 역할이 있잖아요. '오 대 오'도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굉장히 의도적으로 한 면이 있었어요. 나중에 밈이 되긴 했지만. 밈을 의도한 건 아니에요. 어떤 경기건 간에 누가 이길지 몰라야 게임이 더 재밌잖아요. 스포츠 중계 같은 걸 봐도 나(엄재경)하고, 소위 입 잘 터는 친구하고 같이 놀면 더 재밌잖아요. 재밌는 거, 그게 저의 장점이었던 거 같아요.

▶엄딩, 엄소리, 엄대엄...별명이 상당히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식신'이라는 별명은 좋아합니다. '엄딩'은 좀 싫네요. 나머지는 괜찮습니다. '엄옹'은 싫다기보다 민망해요. 나이가 더 든 사람이 있으니까요. 제가 옹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할아버지한테 쓰는 표현이지 않습니까. 그거 말고는 다 괜찮았어요. 내가 별명 많이 지어주는데 팬들이 나한테 별명 지어주면 좋지 뭐(미소).


▶팬들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포장'한다고 하더라. 대회가 있으면 16강, 8강까지도 준비해온다고 하던데 스토리나 캐릭터 구상은 어떻게 하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챌린지 리그에서 이미 선수들이 스토리를 쌓아요. 예를 들면 은원관계인 친구들이 만난 것, 누가 누구를 이긴 것이요. 한 선수가 계속 테란만 만나고 올라온 거 하나만으로도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에 형용사, 수식어만 붙여서 스토리만 만들면 근사한 스토리가 돼요. 애초에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구조였어요. 선수들이 피시방 예선을 거쳐서 16강, 8강, 4강을 가는 동안 이야깃거리를 깔아놓으면 돼요. 나중에 4강이나 결승쯤 갔을 때 깔아놓은 얘기를 더듬어 보면서 한 올 한 올 끄집어내서 스토리를 만들어 놓으면 되거든요.


▶엄-전-김 트리오가 유명하지 않느냐. 그럼 스토리를 구상할 때도 함께 하는가


전혀 없었습니다. 제 거인 걸요. 선수 출신이 갖는 메리트가 있잖아요. 저는 제 걸 잘해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잘하지 않는데 내 걸 나눠줘? 그건 이제 잘하는 게 아닌 거죠.


▶ 엄재경에게 전용준이란


지금도 실제로 친해요. 친한데 자주 연락하고 만나지는 않아요. 이제 하는 일이 다르고 용준이는 바쁘니까요. 같이 중계하고 그럴 때는 참 용준이하고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전용준 씨 엄청나게 술고래입니다.

▶ 김태형 캐스터와 최근 연락은 하나

▶ 지금까지 함께 했던 해설자나 캐스터 중에서 누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나

▶ 엄재경이 꼽은 최고의 프로게이머는 누구인가

그게 참 애매합니다. 분야에 따라서 뽑으면 좋은데, 그냥 한 명 뽑으라고 하면 굉장히 힘들어져요. 저는 그중에서도 임요환 선수를 꼽습니다.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거죠. 지금도 보면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그 누구지 키 작은데 슛 잘쏘는 친구 있잖아요. 스테판 커리 등 뛰어난 선수들이, 뭐 르브론 제임스 이런 선수도 있지만 그래도 뛰어난 선수 하면 마이클 조던을 꼽잖아요. 거의 그런 느낌으로 임요환 선수를 저는 꼽아요. 초기의 우리 스타크래프트와 e스포츠가 개인으로 제일 큰 영향을 끼쳤다 하면 선수로서의 임요환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임요환을 제일로 꼽죠.

▶ 스타 해설 중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다른 스포츠 중계하는 분들이 그러는 걸 나는 본 적이 없는데, 용준이는 굉장히 격정적으로 중계하잖아요. 근데 중계 자체만 그러는 게 아니라 태도 자체가 좋게 말하면 열정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오버를 해요. 해설자한테 말시켜놓고, 해설자가 말을 할 때 마주 봅니다. 해설자를 바라보면서 같이 감정이 상승해요. 용준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얘기하다가 침이 팍 튀었는데, 진짜 덩어리가 눈에 보일 정도의 침이 용준이 입안에 딱 맞았어요. 내가 그걸 봤어. 그 상태에서 약간 씩 웃더니 의연하게 중계를 하더라고요. 난 그때 정말 감동했는데, 웃기기도 웃겼지만. 그것이 참 생각이 나요.

▶ 게임중계 왜 하지 않는 건가


일단 온게임넷에서 스타 방송이 없잖아요. 다른 방송국에서는 불러줘야 가는 건데 여러 가지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죠. 일단 자기들이 키워놓은 친구들이 있는데, 이것도 다 밥숟갈 싸움인 거잖아요. 내가 한자리 앉아있으면, 숟가락 하나를 내가 뺏으러 오는 거죠. 제가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아요. 그리고 솔직히 그 친구들보다 잘한다는 자신도 없고요. 지금 하는 친구들도 정말 잘해요. 제가 하지 않는, 그니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과는 다른 나만의 재미가 물론 있긴 있을 거예요. 그런 자신은 있지만,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사람이 있어야 해?" 이럴 정도는 아니죠.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죠.

▶ 2016년 레전드 매치로 오랜만에 복귀...소회가 어땠나


매우 좋았어요. 재밌었고. 그리고 그때는 약간 좀 섣부른 기대를 좀 했어요. 리마스터가 나오고 온게임넷에서 스타1 가지고 스타 리그를 만들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정민이가 워낙 잘하니까. 내적인 거는 정민이가 잡아주고, 저는 이제 포장과 스토리. 그리고 제가 게임 내적인 것도 잘했어요.


그때는 '나의 장점을 살리는 중계를 이제 할 수 있겠구나' '또 스타 리그가 다시 돌아가면서 제2의 전성기까진 아니더라도, 그래도 또 몇 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대를 품었어요. 근데 온게임넷하고 블리자드하고 서로 서안을 주고받으면서 한참 협상을 하더니 뭐가 틀어졌는지. 잘 안됐어요. 좀 아쉬웠는데, 그러고 나서 좀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맥이 빠졌다고 해야 되나? 그때 막 광안리(레전드 매치 행사 장소)에서는 분위기가 끝내줬어요. 그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었어야 했는데, 일이라고 하는 게 협상이 되지 않으면 진행 안되는 거죠. 그거에 대해서 섭섭하진 않아요.

▶ 다시 스타크래프트 해설을 맡고 싶은 생각이 있나


스타1을 가지고 하는 거라면 합니다. 근데 새로운 게임을 가져오면 공부를 해야 해요. 그러니까 못하죠. 지금 게임 만드는 젊은 사람 중에서 제 팬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게임 홍보를 저에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중계를 좀 해달라. 그러면 저는 돈을 엄청나게 세게 불러요. 안 간다는 뜻이지. 왜냐하면, 새로운 게임을 공부해야 하잖아요. 못할 건 없지만 나는 이제 그거를 하고 싶지가 않아요.


하스스톤 중계도 했잖아요. 한계를 느낀 게 뭐냐면,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하스스톤은 판넬을 보면서 생각도 하고 계산도 해야 하는데 이게 안 돼요. 나도 전설은 찍어요. 그니까 실력은 어느 정도 되고 카드도 어느 정도 많이 있으니까. 근데 그거하고 말을 하고 계산을 하는 거랑은 또 다른 거예요. 그러니까 사소한 실수를 많이 해요. 다른 해설가 친구는 말도 하면서 예측도 하더라고요. 저는 천천히 하다 보면 되는데 그게 빠르게는 안 되더라고요

▶ 트위치·아프리카·유튜브 중계는 생각이 없는지


옛날에 용준이가 한번 불러줘서 부산에서 한번 한 적이 있어요. 재밌었는데, 저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옛날에 태형이가 하는 개인방송에도 좀 나간 적이 있었어요. 유튜브는 준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 거 같더라고요. 기획이야, 시나리오 쓰는 사람이 방송 기획을 못하진 않죠. 하면 하는데, 장비도 갖춰놔야 하고 이런 저런 거 다 귀찮은 것 같더라고요. 난 원래 작가지. 그리고 방송일이라고 하는 것도 그냥 앉아서 말만 하면 되는 거면 하지만. 뼛속까지 방송인은 아니에요. 인터넷 방송을 굳이 하고 싶지는 않아요.

▶ 말씀을 워낙 잘하시니 예능도 나오면 좋을 거 같다


예전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요리왕'이 괜찮았어요. 그때 PD가 김태호 PD예요. 김태호 PD가 그거 잘했는데, 야 그건 진짜 아까웠지. 우리도 잘했고, '일밤' 내에서는, '요리왕' 할 때 시청률이 쫙 올랐대요.

▶ 전 정권에 블랙리스트에 올랐단 얘기를 들었다


과거에 공개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 선언을 했어요. 지지 영상 같은 걸 만들었거든요.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기보단 만화 콘텐츠 관련해서 지원사업을 신청했는데 떨어졌더라고요.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당연히 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 최근 WHO에서 게임중독=질병 분류, 이에 대한 생각은


아 이걸 얘기하려면 너무 긴데요(웃음). WHO의 정확한 워딩이 ‘게임중독은 질병’ 이랑은 달라요. 그래서 저는 WHO의 결정에 대해서도 그렇게 크게 불만이 있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이상한 형태로 프레임 싸움이 됐어요. WHO의 의도하고는 약간 다른, 한국의 의료계에서는 또 다른 방향으로 프레임을 걸고 있는 거라 봐요. 게임업계에서도 '나쁜 의도가 있다'고 하면서 싸우고 있어요. '게임은 문화다' 라고 하면서.

게임이 어떤 중독이라는 워딩에는 난 반대해요.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은 마약중독, 도박중독이랑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게임은 아직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는 생각도 있고요. 게임에 긍정적인 요소들도 많은데도 게임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과몰입조차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의 게임업계 중에서도 큰 회사들을 저격하고 싶어요. WHO에서도 질병으로 등재를 하겠다. 이러는 게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결정한 것이 아니에요. 계속 몇 년에 걸쳐서 그런 움직임이 있었잖아요. 사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게임업계, 의료업계에서 먼저 예방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신경쓰고 지원했다면 이런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게임 자체가 중독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지만, 도박은 중독될 수 있잖아요. 도박을 하고 게임으로 만들면 중독이 되는 게임이 됩니다. 우리나라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온라인게임 시스템은 도박이라고 판단해요. 그걸 먼저 인정하고 자정작용을 거쳐야 해요. 이 파국은 이미 정해진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중계하실 때와 만화작가로 일할 때 언제가 더 행복한가


뭐 비슷하죠. 다 좋아요. 다 행복해요. 근데 만화작가가 더 행복해요. 게임 중계는 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만들어져 나오는 만화는 내 것, 나 자신이에요. 스타크래프트는 내가 만든 게 아니잖아요. 달라요. 근데 만화는 정말로 힘들지만, 육체적으로는 게임 중계가 더 힘들어요. 목도 많이 써야 하고, 정신적으로는 창작하는 게 훨씬 더 고단해요. 훨씬 힘들지. 그 고된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이 나와 있는 걸 볼 때 그 뿌듯함은 비교할 수가 없죠, 사실.

▶ 엄재경에게 스타크래프트란

자식. 상징적으로 그래요. 우리 큰 아들이 2000년생인데 제가 스타 중계를 한 게 1999년부터잖아요. 그러나 실질적으로 스타 리그가 시작된 거는 2000년도에 들어와서예요. 그런 의미에서 스타 리그하고 우리 아들하고 쭉 같이 성장했어요. 우리 애가 계속 커 나가면서, 우리 스타 리그는, 스타 리그라고 이야기하지만 e스포츠죠. e스포츠는 점점 더 커나갔어요. 처음에 "와" 그때 그 느낌은, 업계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다들 느꼈겠지만, 특히 저는 제일 중앙에 있었잖아요. 이 문화가 딱 시작되는 바로 그 점. 거기에 내가 있었단 말이죠. 근데, 이게 막 커나가는 걸 나는 다 봤잖아요. 장난 아니었어요. 그 모든 업계 사람들이 다들 업되어 있는 그런 상태가 십 수년간 계속 지속했어요,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park5544@sportsseoul.com


영상 | 박경호기자 park5544@sportsseoul.com, 곽재순기자 ssoon@sportsseoul.com

사진 | 박경호기자 park5544@sportsseoul.com, MBC 방송화면, '크레이지 커피 캣', 블리자드 제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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