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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티히=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한국은 주로 남미팀의 개인기에 당하는 쪽이다.

1일(한국시간) 폴란드 티히의 티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의 최고 스타는 단연 이강인(18·발렌시아)이었다.

이강인은 최전방과 2선,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며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강력한 중거리슛 두 방으로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위협하더니 전반 42분 정확한 크로스로 오세훈의 선제골을 도왔다. 오세훈의 머리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이어지는 절묘한 패스에 관중은 탄성을 보냈다. 이강인은 이 장면 외에도 경기를 지배했다. 후반 추가시간 벤치로 향할 때까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티히 스타디움에서 모인 1만129명의 관중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날 선발 출전한 아르헨티나 선수들 9명은 1999년생이었다. 나머지는 2000년생이었다. 2001년생 이강인은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은 군계일학이었다. 이강인은 장점인 볼 터치와 소유 능력으로 아르헨티나의 압박을 견뎌냈다. 단순히 지켜낸 것만 아니라 절묘한 드리블과 영리한 플레이로 수비수 2~3명이 붙어도 뚫고 나가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특유의 창조적이면서도 자로 잰 듯한 패스도 일품이었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했다. 지난 두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날은 더 화려했다. 전반 한 차례 오른쪽 측면에서 아르헨티나 수비수 사이에서 현란한 페인팅으로 돌파한 후 최전방의 오세훈에게 찔러주는 패스는 이날 경기 백미였다.

이강인의 화려한 개인기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당황했고, 나아가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이강인을 막기 위해 거친 반칙을 연발해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심한 반칙을 당한 이강인이 몇 차례 피치에 누워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이강인 한 명에 아르헨티나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국제대회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한국은 원래 조직력으로 승부를 거는 팀이다. 개인기나 개인 능력은 남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팀으로 싸우는 데 특화돼 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이강인 한 명이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을 거의 농락하다시피 여유롭게 자신의 플레이를 했다. 2년 전 한국 대회에서 이승우가 화려한 돌파로 골을 넣은 기억이 있지만, 이강인처럼 경기 전체를 지배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이강인은 경기의 템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궁지로 모는 플레이를 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게다가 2년 전의 아르헨티나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아르헨티나는 전력이 다르다. 지금의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이날 경기에 1.5군이 출전했다 해도 한국보다는 수준이 높다. 후반에는 주전급 선수들이 연이어 나왔기 때문에 평가를 절하할 이유도 없다.

후반 추가시간 이강인이 벤치로 향할 때 관중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경기 관중 대부분은 폴란드 사람이었다. 폴란드의 일반인이 한국의 2001년생 축구선수에 대해 자세히 알긴 어렵다. 그러나 이강인은 플레이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경기 후 만난 폴란드 축구전문매체 키엘레키풋볼의 자렉 크룩 기자는 “지난 경기보다 더 대단했다. 정말 좋은 선수”라며 칭찬했다. 크룩 기자는 지난 남아공전도 현장에서 취재한 인물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선수들보다 이강인이 눈에 훨씬 띄더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라며 웃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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