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다음경기에선[포토]
삼성 박한이가 11일 잠실 LG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9.4.11 잠실|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갑작스런 박한이(40)의 불명예 은퇴. 삼성엔 전력 손실 그 이상이다.

박한이는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극적인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에서 불명예 은퇴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만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의 은퇴 후 영구결번 지정과 지도자로 계속 인연의 끈을 이어가려 했던 삼성은 갑작스런 소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19년 동안 ‘원 클럽 맨’으로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지켜봐온 삼성 팬도 마찬가지다. 각종 야구 관련 커뮤니티와 SNS에는 박한이의 은퇴 소식에 허무함과 탄식, 분노, 슬픔이 뒤섞인 게시물들이 범람하듯 게시됐다.

그 흔한 구설수 없이 프로 데뷔 후 19년 동안 야구에만 올인했던 그의 모습을 잘 알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KBO리그 최고령 선수이자 팀 내 최선참이지만 박한이는 절대 튀려고 하지 않았다. 묵묵하게 자신이 맡은 역할에만 충실했다. 후배들과 팀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올해 스프링 캠프에서도 타격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이 끝난 후에도 남아서 특타를 소화하기도 했다. 경기 전에는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이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배팅볼 투수로 변신해 동료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기도 했다. 늘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였다.

솔선수범 박한이 [포토]
삼성 박한이가 3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앞서 후배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2019.4.3 대구|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선수 생활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박한이는 여전히 삼성에 필요한 선수였다. 운동 능력은 전성기를 훌쩍 지났어도 19년의 프로 생활을 통해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는 여전히 경기 중에 번뜩였다. 올시즌에도 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7, 2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기에 갑작스런 그의 은퇴는 더욱 아쉽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삼성 외야 뎁스가 얇아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 아쉬움의 강도는 더욱 셌다.

삼성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진적인 선수단 정리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선참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모진 풍파 속에서도 박한이는 살아남아 베테랑 선수가 왜 팀에 필요한지를 몸소 증명했다. 팀내 최선참이라고 거만한 모습을 보이거나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수단에 스며들어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랬던 선수가 부지불식간에 팀을 떠나게 됐다. 박한이의 공백을 단순히 전력 손실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삼성은 지난주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두며 중위권 판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급부상 했다. 키움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박한이도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하루만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그 어느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하게 됐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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