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5번홀 티샷 날리고 있다
김지현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 5번 홀 티샷을 시도하고 있다. 제공 | KLPGA

[춘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3년 전 아픔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투어 10년차’ 김지현(28·한화큐셀)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지현은 19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골프클럽(파72·6246야드)에서 끝난 대회 결승전에서 김현수(27·롯데)를 상대로 6홀 차 승리를 거두고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을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신고한 그는 지난해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이후 13개월 만에 투어 통산 5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지난 2016년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연장 접전 끝에 박성현에게 우승을 내준 아픔이 있다. 3년 만에 결승전을 앞두고 그는 “그때는 ‘우승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지금은 더 여유를 두고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스스로 독려했다.

조급함을 버린 김지현의 샷은 매서웠다. 비가 쏟아졌지만 초반부터 경기를 지배했다. 1번 홀(파4)부터 버디를 잡은 그는 3~4번, 7번까지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는 쾌조의 샷 감을 뽐내면서 이르게 4홀 차 앞서갔다. 스스로 외친 것처럼 긴장보다 자신에 찬 표정으로 묵직한 샷을 날렸고, 퍼트는 정교했다. 4강전에서 대회 유일한 다승자(2승)이자 ‘매치 퀸’으로 불리는 김자영을 꺾고 올라온 김현수도 4번과 7번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6, 8번에서 보기를 범하는 등 상대 기세에 흔들렸다.

확실하게 승기를 잡은 건 12번 홀(파5). 김지현의 세컨드 샷이 해저드 근처에 떨어졌지만, 절묘한 로브샷으로 공을 홀 옆에 떨어뜨리면서 버디에 성공했다. 파에 그친 김현수와 격차를 5홀 차로 벌렸다. 13번 홀(파3)에서 파로 비기면서 14번 홀(파4)에 돌입했는데 비기기만 해도 김지현의 우승이 가능했다. 김현수가 버디 퍼트에 실패한 가운데 김지현은 침착하게 ‘챔피언 퍼트’에 성공하면서 매치 퀸에 올랐다.

김지현과 김현수  1번홀 그린을 살피고 있다
김지현과 김현수가 1번 홀 그린을 살피고 있다. 제공 | KLPGA

얻어걸린 우승이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하민송, 김해림, 이선화와 16조에 묶인 그는 2승1패를 기록하며 조 1위를 기록,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박인비. 초반 리드를 내줬으나 집념의 샷으로 2홀 차 역전승을 거뒀다. 8강에서는 지난달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우승자인 조정민을 만나 접전 끝에 1홀 차 신승하면서 ‘파죽지세’ 4강에 안착했다. 이날 오전 열린 4강전에서 그는 ‘동명’인 김지현2를 상대로 핑퐁게임을 벌이다가 1홀 차 승리를 거두고 결승으로 진격했다. 매 경기 강자들과 겨루면서 정신적으로 지칠 법 했으나 3년 만에 우승 재도전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와 함께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결국 ‘지현 천하’의 부활과 함께 선봉장 구실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다시 한 번 그릴 수 있게 됐다.

앞서 끝난 3·4위전에서는 김지현2가 김자영에게 4개 홀을 남겨두고 5홀 차 승리를 거두면서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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