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KIA 김기태 감독이 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와 KT의 경기에서 KT에 패한 뒤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고 있다. 2019. 5. 15. 광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우승 사령탑’인 KIA 김기태(50) 감독이 불명예 퇴진했다. KBO리그 전통의 명문 구단인 KIA가 감독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은 16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2014년 10월 KIA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017년 팀을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KIA도 우승 후 김 감독과 3년 총액 20억원에 재계약했다. 2020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김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결국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KIA의 역대 최장수 감독은 김응용 현 대한야구스포트볼협회 회장으로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8시즌 전신인 해태의 사령탑을 지켰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호랑이 군단’의 감독들은 단명(短命)했다. 장수와 거리가 멀었다. 초대 김동엽 감독은 원년 13경기에서 5승8패를 기록하고 중도 퇴진했고 김응용 감독 이후 지휘봉을 이어받은 김성한 감독은 2001시즌부터 팀을 지휘했지만 2004년 7월 경질됐다. 이후 유남호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은 뒤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2005년 다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정환 감독대행도 2006년부터 정식감독을 맡았고 2007년 1경기를 남겨놓고 조범현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조 감독은 2011년까지 4시즌 팀을 맡으면서 김응용 감독 이후 타이거즈 최장수 감독으로 기록됐다. 조 감독 후임으로 친정팀을 맡은 선동열 감독은 2012~2014년 사령탑을 맡은 뒤 3년 재계약을 했지만 팬들의 강한 반발에 자진사퇴했다.

김 감독은 2020년까지 3년을 채웠다면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조 감독을 제치고 타이거즈 역대 최장수 감독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우승 후 급전직하 하위권으로 떨어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던 조 감독처럼 김 감독 역시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갑작스럽게 자진사퇴했다.

조 감독과 마치 닮은꼴처럼 김 감독도 팀을 우승시키고 남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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