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정준영 \'고개 숙여 사죄\'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직업이 무엇입니까?” “가수입니다.”

10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촬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준영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첫 재판에 들어선 정준영은 본인의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가수”라고 답했다. 그렇다. 정준영은 뛰어난 노래실력과 남다른 예능감으로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자양분 삼았던 ‘연예인’이다. 그런 정준영이 연예계 데뷔 7년 만에 재판장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준영은 가수 승리 등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됐다. 그는 2015~2016년 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성들과의 성관계 사실을 언급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등 동영상과 사진을 지인들과 수차례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일명 ‘버닝썬 게이트’ 불거진 성범죄·유착비리로 기소된 인물 중 열리는 첫 번째 재판이었다. 이에 공판준비기일임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모든 시선은 정준영에게로 향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을 앞두고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듣고 향후 입증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즉 앞으로 있을 재판을 준비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가 없다. 따라서 정준영이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날 정준영은 재판에 참석했다.

긴 머리까지 짧게 자르고 검은 정장을 입은 채 출석한 정준영의 모습은 재판부와 언론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반성의 의지’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재판에서도 정준영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검찰이 제출한 증거에도 모두 동의했다. 또한 불법 촬영 피해자로 특정된 2명에 대한 국선 변호인 선임을 요청하며,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와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반성하는 척 하지 마라”, “합의보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우선”, ‘’반성을 해야지 인정만 하면 끝인가“ 등 정준영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대부분이다.

3년 전 같은 혐의로 수사받을 당시 거짓말을 한 점, 당시 해명 기자회견에 앞서 지인과 나눈 통화에서 “죄송한 척 하고 올게”라고 말한 점, 미국에서 휴대폰을 버리고 새로 구입한 뒤 귀국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하고도 “‘황금폰’을 그대로 다 제출하고 솔직하게 모든 걸 다 말씀 드렸다”고 거짓말한 점.

그간 정준영의 거짓된 모습들은 다시 비난과 의심의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확실한 증거들이 연이어 나오자 뒤늦게 정준영은 체념하고 모든 혐의를 인정했지만, 이미 여론은 그에게 등을 돌린지 오래다.

흔히 연예인은 ‘공인(公人)’이라고 한다. 공인으로서 연예인의 말과 행동은 대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연이어 일어나는 연예인들의 기행과 범죄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공인의 역할에 따른 책임의식의 부재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준영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5주 뒤인 6월 14일에 열린다. 대중이 진심으로 바라는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자르고, 뒤늦은 사과를 하는 ‘가수 정준영’이 아닌 올바르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사는 ‘인간 정준영’이다. ‘보여주기’식의 합의와 혐의 인정 이전에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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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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